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9일에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인 2019년 6월의 방북 당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강조된 데 비해 이번에는 핵이나 한반도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간 제기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이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시진핑이 수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북중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사회주의 인접국으로서 북중 친선을 무엇보다 앞세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1의 전략적 사업”으로 견지한다고 했고, 시진핑은 이를 매우 중시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강조했다. 양국 모두 북중 간의 오랜 친선과 공통의 사회주의 업적, 그리고 변함없는 계승을 거론해 냉전 당시와 같은 이념 지향을 보여주었다. 이를 상징하듯 두 정상은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 기념식수를 하고 표식비도 세웠다.
사실 탈냉전 이후 북중 간에는 미묘한 간극이 있었다. 일찍이 개혁개방을 선택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킨 중국에 비해 북한의 경제개혁은 제한적이었다. 1992년 한중 수교로 북한의 배신감이 컸고 체제 수호로 치달으며 권력세습과 핵개발이 진행됐다. 중국은 한동안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를 자임했지만,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과 북러관계 강화, 최근 미국의 글로벌 지위 변화까지 가시화하자 북한의 후원자로 자리매김하는 듯하다.
앞으로 북중 간에는 정상 간 전략적 대화를 정점으로 당과 정부 사이에 각급 교류와 협력이 재개되고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에 시진핑은 발전전략 연계 강화와 경제무역 등 협력 확대, 국경 통상구 전면 재개와 인적 왕래, 교육·관광·체육·청년·지방 등 교류 강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두만강 개발과 관련한 3자 논의도 예상된다. 또 이번 회담에서 거론된 외교·법집행·군대 분야의 교류 강화가 진전될 경우 국경통제와 군사 협력도 강화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제 이슈가 상세히 거론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김정은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하여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중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은 방북 전 신문 기고를 통해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지역 안보에 위해를 주는 책동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곧 미일의 일정한 외교 행보를 거부하는 것으로 북한의 인식과도 부합한다. 앞서의 사회주의 친선과 결합된 진영 대결의 위험성도 엿보인다.
러·우 전쟁과 이란 전쟁의 국제적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 북중관계의 흐름은 우리 외교안보에 중대한 과제를 안겨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대러 국제제재로 한러관계에 큰 제약이 있고 북러 군사관계로 군사위협의 성격과 범위가 커졌다. 북중 간 외교·군사 관계 강화는 남북 긴장과 서해 등 지역 정세에 부담을 줄 것이고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도적 누락도 장차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안정적 평화 제도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입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낙관적 요소도 있다. 한중 협력은 여전하며 경제기술과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서 우리의 능력도 크다. 북한이 외면하지만 장기 발전을 이룩하려면 남북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념과 진영 대립은 다자안보와 다자 군사 협력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우리의 힘과 포괄적 외교안보 역량을 믿으며 대외관계를 추진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