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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 오늘날 식탁에서 다시 피어난 ‘절기’…실학박물관, ‘이십사 二十四’

10월 18일까지 선조의 통찰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
앙부일구, 혼개통헌의 등 천문 관측기구 역사 녹여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장마가 찾아오며,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는 오늘날에도 우리의 일상을 좌우한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우산을 챙기고, 옷차림을 조절하고, 때로는 태풍이나 폭우에 대비하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스마트폰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시대, 옛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어떻게 읽어냈을까.

 

그 답은 바로 ‘절기’다. 옛사람들은 하늘과 땅, 동식물의 변화를 살피며 계절의 흐름을 헤아렸다.

 

한때 농사의 기준이자 생활의 나침반이었던 24절기는 이제 달력 한편에 적힌 낯선 이름으로 남아 있다.

 

“입춘이 지났다”, “곧 처서가 온다”와 같은 말을 일상에서 듣기 어려워진 지도 오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절기를 하늘과 땅,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지혜로 새롭게 읽어내려는 시도가 남양주에서 펼쳐지고 있다.

 

 

실학박물관은 도시의 일상 속에서 희미해진 제철의 감각을 되살리고, 자연의 흐름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 온 선조들의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기획전 ‘이십사 二十四 :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프롤로그 영상을 시작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영상은 바쁜 도시의 일상에 묻혀 계절의 흐름을 놓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절기의 의미를 환기한다.

 

1부 ‘관측: 하늘을 읽다’에서는 유물과 영상을 통해 하늘의 변화가 사회적 약속인 ‘시간’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천문 관측기구인 앙부일구와 혼천의, 책력을 통해 절기가 천문 관측에서 비롯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태양의 움직임을 관측해 황도를 24개 구간으로 나누고 이를 기준으로 절기를 정했다.

 

이처럼 절기는 하늘의 질서를 읽어낸 과학적 체계이자 농업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 운영의 핵심 요소였다.

 

 

1부가 국가 차원의 관측과 기록을 조명했다면 2부 ‘전달: 삶으로 잇다’는 이를 생활 속 지식으로 확장하려 했던 실학자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문맹률이 80%에 육박했던 시절에는 절기를 계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이를 이해하고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했기에 실학자들은 휴대용 천문기구를 제작하고, ‘농가월령가’와 같은 노래를 만들었으며, 그림과 문학을 통해 절기를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 유물이기도 한 실학자 유금의 ‘혼개통헌의’는 국가와 관청이 독점하던 천문 지식을 개인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소형 관측기다. 전시장에서는 이를 활용해 별자리를 확인해 보는 체험도 마련돼 있다.

 

실학자들은 절기를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실천적 지식으로 이해했다.

 

이는 이번 전시가 강조하는 ‘애민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이어지는 3부 ‘실천: 땅을 살리다’에서는 자연의 흐름에 발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철 농사를 짓는 농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요리사, 생태적 순환을 실천하는 지역 활동가 등의 사례는 절기가 오늘날에도 유효한 삶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실천하는 순환의 방식은 먹고 남은 것을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고, 버려지는 것을 줄이며,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사라진 줄 알았던 절기는 다시 피어나고 있다.

 

봄동비빔밥 한 그릇에, 막 올라온 마늘종의 향에, 초여름 햇감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 속에 자연의 시간은 여전히 흐른다.

 

계절의 감각을 잃어버린 듯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본능처럼 제철을 찾고, 땅이 내어주는 리듬에 귀를 기울인다.

 

실학박물관은 오늘의 식탁에서 되살아난 이러한 감각을 출발점 삼아 하늘을 읽고 땅을 살렸던 선조들의 통찰을 현재로 불러낸다.

 

그렇게 과거의 유산으로만 여겨졌던 24절기는 전시장을 거치며 다시 살아 있는 시간의 언어로 되살아난다.

 

이번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이어진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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