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도체 특별법)’이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맹비난 민심에 휩싸였다.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 초안에 포함된 ‘수도권 배제’ 조항 윤곽이 드러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중심축인 경기도가 크게 반발하면서 제정 취지가 무색해지는 분위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며 반대 여론을 대변했다.
김 지사는 “최근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한 지역과 기업의 우려가 크다”며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요건 중 ‘수도권 외의 지역일 것’이라고 명시된 조항을 언급했다. 그는 “경기도야말로 반도체클러스터의 핵심”이라며 “설계, 생산, 마케팅, 소재·부품·장비, 인력까지 반도체는 생태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도에 반도체 앵커기업과 소부장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클러스터를 이뤄왔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반론은 국가산업 핵심 전략에 정치색이 배제돼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논리를 충실히 담고 있다. 김 지사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속도’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총력을 다해 ‘K-반도체’ 골든타임을 활용해야 할 때”라며 “경기도는 최근 전력망 지중화를 통해 전력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가장 경쟁력 있고 대체 불가한 경기도 클러스터의 신속한 지정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지사는 반도체특별법의 근거로 운위하는 국토균형발전을 언급하며 “‘5극 3특’으로 국토를 넓게 써야 한다는 데에 적극 공감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해야지, 지역 간 제로섬 경쟁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특별법은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제안했고, 법 제정 과정에서도 가장 앞장서 왔다”고 상기했다.
김 지사는 “반도체클러스터는 30년, 50년을 내다보는 장기 생태계를 만드는 과업”이라며 “정부의 약속을 믿고 투자한 국내외 기업들이 정책의 변화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비수도권은 각각의 특성에 맞는 산업 육성을 위해 ‘우대’하고, 경기도의 반도체클러스터는 ‘K-반도체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은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부가 마련한 반도체 특별법 1조는 “반도체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과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입법 목적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신규 반도체클러스터 조성과 반도체산업 지원 사업은 지방 중심으로 설계한 시행령안으로서 경기도를 역차별하고 인천을 배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근거지인 이천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0일 ‘반도체 사수 이천시민 총궐기대회’에서 국가 반도체산업의 핵심 요충지인 경기도의 신규 반도체클러스터 입지를 막고 지원을 제한하는 것이 반도체 특별법의 목적에 맞느냐고 성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용인, 이천, 평택, 수원, 화성, 안성은 국가 반도체산업의 핵심 요충지라는 것은 상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글로벌 기업들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소부장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인천시는 시행령안이 확정되면 신규 반도체클러스터를 신청할 기회조차 박탈된다. 가장 적합한 경쟁력을 가진 인천시를 국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인 특별법 시행령이 배제하는 형국이다.
반도체는 엄연히, 미래 국제 산업계의 진화에 대비하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이라는 고차원적 관점에서 전략이 추구돼야 한다.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전원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명분에 발목이 잡혀 손흥민을 뺀 팀을 월드컵 경기에 내보내는 게 과연 현명한가. 반도체는 대한민국이 대체 불가능한 으뜸 자리를 지키면서 유지해나가야 할 명실상부한 대표 산업이다. ‘정치’가 아닌 ‘국익’ 우선의 국가전략 틀을 추호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