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이전 사업은 2009년 태릉선수촌이 포함된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추진된 국가사업이다. 문화유산 보존과 국가대표 선수들의 안정적인 훈련 환경 조성을 위해 대체 시설 건립이 추진됐지만, 이전 후보지 공모가 중단된 뒤 사업은 2년 넘게 사실상 멈춰 서 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유산청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는 사이 국가대표 선수들은 노후한 훈련시설을 이용하고, 정부 공모를 믿고 유치전에 뛰어든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신문은 3회에 걸쳐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이전 사업이 표류하게 된 배경과 경기도 후보지들의 준비 현황, 장기 지연이 가져온 문제점, 그리고 정상화를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추진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이전 사업이 공모 절차 중단 이후 2년 가까이 표류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환경 개선은 물론 정부를 믿고 유치전에 뛰어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피해를 떠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국가유산청이 이전 방식과 문화유산 보존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사이 국가사업은 사실상 멈춰 섰고, 정책 신뢰도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이전은 2009년 태릉선수촌이 포함된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세계문화유산의 역사성과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기존 시설을 이전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할 대체 훈련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2023년 말 총사업비 약 2000억 원 규모의 국제스케이트장 이전 후보지 공모를 실시했다. 이에 경기 동두천·양주·김포를 비롯해 강원 춘천·원주·철원, 인천 서구 등 전국 7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각 지자체는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부지를 확보하는 한편,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까지 나서 유치 당위성을 알리는 등 상당한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사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024년 8월 이사회를 통해 이전 부지 선정 절차를 전격 연기했다. 태릉선수촌 종합정비계획과 유산영향평가 결과를 먼저 확인한 뒤 사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기존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거나 국제스케이트장을 존치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모를 통해 이전을 추진하던 사업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정부가 공모를 실시한 뒤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유치를 준비했던 지방자치단체들만 애매한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공모를 믿고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업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고, 현재로서는 정부의 후속 결정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공모를 했기 때문에 준비한 것인데, 지금은 언제 재개될지조차 알 수 없어 사실상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시각도 엇갈렸다.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원래 계획대로 2027년까지 대체 시설을 완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현재 상황을 유네스코와 직접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유산청에 유네스코 실사단과 직접 협의할 수 있도록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며 "빙상장을 비롯한 여러 사안을 논의한 뒤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보다 관계기관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가유산청 역시 세계문화유산 보존 원칙을 최우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태릉선수촌 일대 개발이나 시설 존치 여부는 유산영향평가를 거쳐 문화유산 보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둘러싼 기관 간 조율이 길어지면서 이전 사업 역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들은 연구용역과 홍보 등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업은 멈췄고, 국가대표 선수들은 1971년 개장한 노후 시설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2027년 철거 계획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체 시설 건립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아 선수들의 훈련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체육계에서는 관계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가 국가사업 장기 표류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유산 보존과 국가대표 훈련 환경 조성이라는 두 목표는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인 만큼, 더 이상 논의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이전 여부와 추진 일정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모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이끌어 놓고 2년 가까이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상황은 행정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한 사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가사업은 추진 과정 못지않게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은 1971년 문을 연 이후 한국 빙상의 중심 역할을 해온 국가대표 훈련시설이다. 이전 사업이 더 늦어질 경우 피해는 선수와 지방자치단체를 넘어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경기신문 = 김삼철 기자·김우혁 수습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