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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표류하는 태릉 빙상장 이전(中)

공모만 하고 2년째 표류중
국제스케이트장 이전사업 ‘행정도 선수도’ 지지부진
정부의 행정 공백...국가 믿고 뛴 지자체만 멈춰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이전 사업이 2년째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가사업을 믿고 유치전에 뛰어든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정부가 공모를 실시한 뒤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수십억 원의 예산과 행정력이 묶였고, 국가 공모사업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사업 공모를 통해 지자체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면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공모 이후 장기간 결정이 미뤄지고 구체적인 일정조차 제시되지 않으면서 지자체들이 떠안은 예산 부담과 행정력 손실만 커지고 있다.

 

빙상장 이전사업은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동계스포츠 경쟁력과 국가대표 훈련 환경을 좌우하는 국가 체육 인프라 사업이다. 지자체들은 정부의 공모를 믿고 수억 원의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신규 빙상장 후보지 공모를 낸 후 경기도 동두천·양주·김포와 강원 춘천·원주·철원, 인천 서구 등 전국 7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했다. 춘천은 강원체육고 주변 부지, 원주는 군 유휴지, 철원은 군부대 터, 인천 서구는 청라 일대를 후보지로 제시했다.

 

경기도는 양주·동두천·김포가 부지 확보와 홍보 활동, 연구용역 등을 선제적으로 진행하며 가장 적극적인 유치 행보를 보였다. 특히 양주와 동두천은 지역 현안과 연계한 전략을 앞세워 장기간 유치 경쟁을 이어왔다.

 

경기도 지자체들의 투자는 적지 않았다. 양주시는 광사동 나리농원 일대 부지를 확보하고 시민 서명운동과 유치 홍보, 연구용역 등에 8억2000여만 원을 투입했다. 동두천시는 미군 반환 공여지를 후보지로 제안하고 국제대회와 각종 체육행사 등을 활용한 유치 활동에 6억8000여만 원을 사용했다. 김포시도 풍무역 인근 도시개발사업지구를 후보지로 제시하며 연구용역과 홍보 등에 9880만 원을 들였다.

 

경기신문 취재 결과 공모에 참여한 전국 7개 지자체가 연구용역과 홍보 등에 투입한 예산은 약 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군체육회와 민간단체가 집행한 홍보 예산까지 포함하면 실제 투입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공모가 마무리된 지 2년이 지나도록 후보지는 선정되지 않았다. 사업이 계속 추진되는 것인지, 사실상 중단된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도 없다. 후속 일정은 물론 추진 계획도 제시되지 않으면서 준비를 마친 지자체들만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공모 당시 제시됐던 절차는 사실상 멈췄지만 그 이유나 향후 일정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보다 더 큰 손실은 행정력이다. 후보지 검토와 부지 확보, 관계기관 협의, 공모 제안서 작성, 발표 준비 등에 수개월 동안 공무원들이 매달렸지만 정부의 후속 조치가 멈추면서 그 노력은 그대로 묶였다. 일부 지자체는 사업 장기화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유지하지 못해 기존 부서가 업무를 병행하고 있으며, 유치 전략과 후속 계획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양주시 관계자는 "정부 일정이 없어 더 이상 진행할 절차가 없다"며 "계속 추진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라도 조속히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두천시 관계자도 "발표 준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지만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토로했다.

 

사업 지연의 피해는 선수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태릉 빙상장은 노후화로 습도와 빙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정빙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얼음 상태가 일정하지 않아 훈련 효율이 떨어지고 국제 수준의 훈련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시설 개선이 늦어질수록 국가대표는 물론 꿈나무 선수들의 성장 환경도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다.

 

동계체전을 준비하는 선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어 국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훈련 환경 개선이 시급한데 사업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선수들은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는 상태다"라며 "진천 선수촌에서 일부 종목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지만, 그러지 못한 선수들이 더 많고 이들은 이렇게 미미하게 진행되면 직장을 잃는 것과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금 내놓아야 할 것은 새로운 구상이 아니다.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언제 후보지를 선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일정과 책임 있는 설명이다. 준비를 마친 지자체와 선수들은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 지금 멈춰 있는 것은 지자체의 준비가 아니라 정부의 결정이다.

 

[ 경기신문 = 김삼철 기자, 김우혁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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