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영국에서 공부할 때였다. 이란에서 온 여성 유학생이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이란에 가서 결혼식을 하고 왔다며, 영국에 사는 친지들을 불러 피로연을 연다는 것이다. 처음 가보는 무슬림 연회라 긴장하며 참석했다.
독특한 향의 할랄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고, 손님들이 많이 와 있었다. 그들 풍속으론 남자와 여자가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으니, 구분된 방으로 안내되었다. 여자들이 모인 방에서 그들은 히잡을 벗고 편안한 차림으로 피로연을 즐겼다. 무슬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는데, 그들의 현란한 몸동작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종교적 신념으로 히잡을 쓰지만, 그것을 벗으면 인간 본연의 감성을 진솔히 드러내는구나 싶었다.
그녀의 조국 이란은 지금 전쟁 중이다.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을 선제공격해 전쟁은 시작되었다. 미국은 이란군 수뇌부와 핵심 군사 시설들을 폭격했고,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군 주둔지를 공격해 서아시아 전역이 폭격에 휩싸였다.
지난달 16일에야 미국과 이란이 종전 원칙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양해각서의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우라늄 농축 권리 및 제재 해제 시기에 대한 양국 입장이 달랐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권과 관리권을 놓고 다시 무력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만화 소설 '페르세폴리스(Persepolis)'의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가 지난달 4일 5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녀는 이란의 자유롭고 진보적인 가정에서 성장했으나, 1979년 10살 되던 해에 이슬람 혁명을, 뒤이어 이란 · 이라크 전쟁을 겪었다. 가족과 친척이 신정체제 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받고 투옥되어 처형되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전쟁으로 친구와 이웃을 잃고 공포와 억압 속에 지내야 했다.
그녀의 부모는 딸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14살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보냈다. 그때 벗었던 히잡을 4년 후 귀국하면서 다시 써야 했다.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조국을 떠나 1994년에 프랑스로 간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페르세폴리스'는 2000년에 프랑스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페르세폴리스'의 어떤 내용에 공감하는 것인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란 사람들도 사랑하고 웃고 고민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런데 이 책은 혁명과 전쟁이 평범한 시민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선명히 알게 한다. ‘페르세폴리스’란 이란 땅에 있었던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를 일컫는 말이다. 작가는 이슬람 혁명 이후 억압된 이란 사회를 이전의 찬란했던 고대 페르시아 문명과 자유를 상징하는 ‘페르세폴리스’로 대비했다.
중동이 자주 전쟁터가 된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교적 대립에 안보, 핵무기, 석유, 국제정세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그 땅의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거나 삶이 달라져 고통 받기도 한다.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며 알카에다와 이슬람권 국가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사트라피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한 나라를 폭격하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녀의 외침이 이후로도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