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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속가능 성장위한 산업 다각화 요구된다

한은, 반도체에 돈·인력 쏠림 ‘네덜란드병’ 도래 우려

  • 등록 2026.07.21 06:00:00
  • 15면

한국 경제의 새 패러다임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 생태계 재편성이다. 산업 다각화와 체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수출과 대기업 실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외끌이 구조’를 보이고 있어, 반도체업황에 따라 국가 재정과 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 경제 파급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 추산치는 639조 원으로 지난해(91조 원)의 7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전체 상장사의 올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308조 원)보다도 2배 이상 높다.

 

고용 창출 효과도 영업이익 비율에 비해 크지 않다. 전체 고용에서 정보기술(IT) 제조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 역시 소비 성향이 낮은 고소득·고자산 층에 집중돼 있어 전체 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주목되는 바는 이번 반도체 호황은 과거의 경기 호황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 2009년, 2015~2016년, 2020년의 호황은 국제 유가 하락 등 수입 물가가 떨어져 생긴 ‘비용 절감형’이었다면, 이번에는 인공지능(AI) 수요 폭발로 반도체 가격이 92.5% 급등하는 등 ‘수출 물가 상승’이 교역 조건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반도체 중심의 성장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경제 전반으로의 파급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급증으로 투자 규모가 늘어나도 국내 경제, 산업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는 효과는 작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설 투자 규모는 지난해 75조 원에서 올해 120조 원으로 6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두 기업은 장비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국내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제조 장비 60%를 수입에 의존한다. 다른 업종의 제조장비 수입 비중은 35%로 반도체보다 낮다.

 

특정 산업으로 돈과 인력이 과도하게 몰려 다른 핵심 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이른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1950년대 천연가스전(田)을 발견한 네덜란드가 ‘반짝 호황’ 끝에 몰락의 길을 걸은 데서 유래됐다.

 

한국과 비슷하게 반도체 기업에 의존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대만을 두고서도 네덜란드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TSMC의 의존도가 큰 대만의 성장세를 두고 네덜란드병으로 진단하며 ‘포모사 독감(Formosan flu)’이라고 지칭했다. 포모사는 대만의 옛 이름이다.

 

한국이 네덜란드병 같은 부작용을 겪지 않으려면 정부가 재정을 기존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통해 확보할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등이 단기적으로 크게 증가 하더라도 재정 당국이 지출 계획을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게 요청된다.

 

따라서 반도체 쏠림 현상은 특정 산업의 경기 변동에 국가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취약점을 만들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후공정(OSAT) 육성, 첨단 모빌리티·AI·바이오 등 신산업 융합, 그리고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통한 다각화 과제가 시급하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여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산업 생태계의 연결 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높은 IT 의존도로 인해 경기·재정·금융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을 유념하여 중장기 정책을 재설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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