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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묻다] 기후재앙 앞에서 누가 먼저 쓰러지는가?

 

지난해 여름,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가들과 함께 경북 안동의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았다. 삶의 터전을 잃고 임시주택에 머물던 주민들은 “2년 후면 이곳조차 비워줘야 한다”며 막막한 미래를 토로했다. 그런데 이들의 위기는 산불로 끝나지 않았다. 복구가 채 되지 않은 산불 피해지에 며칠 전 폭우가 쏟아졌고, 겨우 안정을 찾으려던 임시주택 단지는 순식간에 토사로 뒤덮였다. 화마(火魔)에 이은 수마(水魔)라는 이중 재난은 그렇게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을 거듭 무너뜨렸다.

 

오늘날 기후 위기는 ‘미래의 경고’가 아닌 ‘현재의 재앙’이다. 아시아에서는 폭풍과 폭우로 인해 작년에만 1000명이 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의 경우 올해만 1135건의 산불이 발생해 지난 20년간 평균치의 두 배를 기록했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단 닷새 만에 서울 면적의 45%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되었고, 북유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산불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노르웨이조차 역사상 최악의 대형 화재를 경험했다. “지금까지 산불을 걱정할 이유가 없었던 지역에서도 산불이 나기 시작했다”는 전문가의 경고는 기후 재앙이 이제 인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사실은, 기후 위기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피해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례로 유럽의 극심한 폭염으로 발생한 초과 사망자 1만여 명 중 90%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극심한 더위는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건강이 취약한 고령층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폭우 피해도 국토가 크지 않은 한국 안에서조차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 더 두려운 것은 재난이 누적될수록 취약한 이들의 삶은 더욱 복구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산불로 황폐해진 산지는 토사 유출과 산사태에 더욱 취약하고, 그 위에 폭우가 쏟아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이 과연 ‘피해의 불평등’을 고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난의 피해가 특정 계층과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기후 재앙이 자연재해인 동시에 인재(人災)임을 방증한다. 재난에 취약한 이들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 재난 시 즉각적인 대피와 복구를 돕는 공공 인프라, 취약 지역에 대한 밀착형 재난 관리 시스템 등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기후 대응을 단순히 탄소 중립이라는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생존권 보장’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동의 산불 현장을 떠나기 전, 불에 시꺼멓게 그을린 대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산불로 인해 전소된 마을의 다른 잔해는 모두 철거됐지만, 그 대문만은 주민들의 요구로 남겨뒀다고 했다. 재난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다. 그 대문 앞에 서서, 우리는 묻게 된다. 기후 재앙 시대, 우리 사회는 그 재앙 앞에서 가장 먼저 쓰러질 이들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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