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가 조금은 변했을까요. 그건 아마 주민의 참여가 있어서 일 겁니다”
여주시 산북면에서 오랫동안 주민자치와 지역 현안에 참여해 온 정석대 전 주민자치회장 얘기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지역 변화’의 의미부터 되물었다. 도로나 건물이 들어서는 외형적 발전이 아니라, 주민이 지역 문제를 알고 행정 등에 질문과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진정한 변화라고 했다.
정 전 회장이 지역 현안에 뛰어든 계기는 2014년 추진된 765㎸급 '신경기변전소' 건설 때다. 당시 산북면 일대에 대규모 전력시설이 들어선단 소식이 있었다. 주민들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 내용과 영향을 알지 못했다. 당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그는 자신을 믿고 거래한 고객들에게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주민 재산권과 생활환경, 지역 미래에 관한 질문까지 못하게 해선 안 된다”고 회상했다.
신경기변전소는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추진된 초고압 전력설비 사업이었다. 초고압 송전 체계는 대규모 변전소와 송전탑 건설에 따른 경관과 토지 이용, 생활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씨는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는 주장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고 했다. 산북면 9개 마을을 돌며 설명회를 열었는가 하면 법률과 입지 선정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인구 약 2400명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후원금도 약 1억 1000만 원에 달했다.
주민들이 맞닥뜨린 ‘전원개발촉진법’은 발전소와 송전선로, 변전소 건설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특별법이다. 그는 "감정적인 반대보다 입지 선정 과정의 문제를 자료와 근거로 밝히려 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원회 명칭을 ‘산북면백지화투쟁위원회’로 바꾼 점도 주효했다. 직접 자료를 검토해 한국전력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입지 선정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이어 서울 한국전력 본사와 여의도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지역 전력수급사업은 백지화됐다.
그가 다음으로 주력한 것은 경강선 ‘영릉역’을 ‘세종대왕릉역’으로 변경하는 일이었다. 영릉이라는 이름은 지역 주민에게 익숙하지만 외지인에겐 세종대왕릉을 바로 떠올리게 하지 못한단 판단에서다.
역명 변경은 관계 기관의 검토와 역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했다. 안내판과 노선도 교체 비용도 필요했다. 그는 “주민이 규정과 절차를 알면 협상의 주체가 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씨가 꼽은 것은 여주시 최초 주민자치회 출범이다. 그는 “주민자치는 프로그램 몇 개를 운영하는 일이 아니다. 주민이 마을의 문제를 찾고 예산과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경기도 주민자치대회에서 시 최초로 장려상을 받았다. 산북면 용담천 디딤길 조성에 주민참여예산 6500만 원이 반영되도록 역할을 했다.
정씨 활동은 지역 현안 해결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 꿈의학교 사업인 ‘역사 꿈지기 별을 찾아서’ 참여 계기로 한국사 강의를 시작했다. 여주문화원 한국사 강좌 개설에도 참여했다. 그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과 행정만 알아서는 부족하다"며 "우리가 사는 지역의 역사도 알아야 현안 해결에 도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회장에게 다시 여주의 변화를 물었다. 그는 “변화는 시장이나 공무원, 정치인 한 사람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며 "주민이 공부하고 질문하고 참여해야 지역이 움직이는 것은 물론 스스로를 지역 주인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경기신문 = 황의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