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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슈퍼파워는 누가 통제해야 옳은가’라는 윤리적인 문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감독

 

마블 코믹스에 1962년 ‘거미 인간’이라는 첫 캐릭터가 등장하고 1963년부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란 시리즈가 본격 시작된 이후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할리우드 테크놀로지(스턴트 기술과 특수효과, CG, VFX 등)의 발달과 결합하는 구조로 계속해서 만들어져 왔다. 60년대에는 애니메이션이 나왔고 70년대에는 TV용 실사영화가 나왔다. (CBS TV, 1977~1979) 그러다 스파이더맨의 정체성, 세계관 등이 다듬어진 것은 2002년 샘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을 만들면서부터다. 샘 레이미는 2007년까지 3부작을 만들었는데 ‘스파이더맨 2’(2004), ‘스파이더맨 3’(2007)이다. 이때는 주인공 피터 파커 역이 토비 맥과이어였다. 맥과이어가 27살 때이다. 지금 피터 파커 역을 맡은 톰 홀랜드가 2017년 자신의 첫 스파이더맨 시리즈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시작했을 때 그의 나이는 21살이었다. 이 장대한 프랜차이즈 영화가 어떤 연령층을 겨냥하는 작품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3부작을 시작으로 배우 앤드류 가필드판 1, 2부(2012, 2014)가 이어졌고 톰 홀랜드가 2017년 ‘홈커밍’으로 이어받고 이후 ‘파 프롬 홈’(2019), ‘노 웨이 홈’(2021) 등으로 트릴로지를 끝낸 후 이번 ‘브랜드 뉴 데이’로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알렸다. 20년을 넘게 새롭게 또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스파이더맨’은 이른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마블 코믹스가 만드는 모든 캐릭터의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스파이더맨과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 등을 생각하면 된다. 이들 캐릭터는 각각 단독 시리즈를 갖고 있으면서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서는 총출동해 연합군을 형성하거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처럼 분리돼 서로 싸우기도 한다. 이들의 세계관은 어찌 됐든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는데, 이는 이들이 인간이었다가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토르 제외). 반면 DC코믹스의 캐릭터들은 배트맨이나 조커 정도를 제외하면 슈퍼맨, 원더 우먼, 아쿠아맨 등 대부분 외계인이거나 신적인 존재들이다.

 

 

따라서 스파이더맨을 포함해 마블의 캐릭터들 모두는 늘 자기 자신의 정체성,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한다. 자신처럼 정신적으로 분열된(가면을 쓰고 살거나 초능력이 발휘될 때는 육체가 변이된다) 존재가 세상을 바꾸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게 사회·윤리적으로 맞느냐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거미 복면을 쓰고 다니며 세상의 모든 일에 간섭하면서도 신나는 액션을 구사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본질적으로 이렇게 사회정치적 정체성의 문제에 다가서 있다. 이 시리즈가 청소년부터 그 청소년이 성장해 성인이 된 연령층까지 관객으로 포섭하는 이유다. 스파이더맨의 정신적 갈등은 자신의 오랜 연인인 MJ(메리 제인)와의 로맨스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신작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MJ(젠데이아)는 스파이더맨에 대한 기억이 지워졌다가(‘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다시 복원된다. 새로운 3부작 시리즈에서 두 연인이 함께 움직일 것임을 예상케 한다.

 

이번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정치적으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자신의 육체적 변이가 점점 통제할 수 없는 지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알게 된다. 파커는 자신의 초능력이 과부하가 되면 자신 안에 있는 괴물, 악한 본능이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이제 브루스 배너 박사가 된 헐크(마크 러팔로)가 초능력 억제(통제) 장치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걸 응용해 자신도 같은 것을 발명하게 된다. 머리 뒤에 장치를 부착하면 초능력의 과부하를 방지할 수 있다. 피터 파커는 이렇게 자기 내면과 싸우는 동시에 또 다른 초능력자인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라는 외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진 그레이는 타인의 마음을 텔레파시로 조종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녀의 공격 목표가 이른바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부르는 미연방 핵심 조직이란 걸 알게 된다. 이 데미지 컨트롤의 역할은 초능력자 뮤턴트(돌연변이)들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일이다. 따라서 피터 파커는 자신이 지닌 초능력이 과부하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과 동시에 진 그레이의 슈퍼파워를 억눌러야 하는 이중적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중에 알려지는 진실은 진 그레이의 문제 너머에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피터 파커는 결국 국가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정치적인 의미에서 지금의 트럼프 시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슈퍼파워는 이 만화 캐릭터들처럼 개인에게 생겨날 수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조직이나 국가도 만들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슈퍼파워를 지닌 조직 혹은 슈퍼파워 국가가 그 능력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 사람들에게 혹은 인류에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텔레파시 초능력자 진 그레이는 아무리 다른 목적 때문이었다 하더라도 많은 이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행동을 저지른다. 진 그레이는 데미지 컨트롤이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언니 세라 그레이(올리비아 부스포드)의 행방을 찾으려는 것이다. 세라 그레이는 진 그레이 자신보다 더 엄청난 초능력의 소유자이다. 데미지 컨트롤로서는 세라의 능력이 통제 불능의 상황에 빠질 경우, 세계가 큰 위기에 처할 것으로 생각한다. 데미지 컨트롤의 판단은 애초에는 이성적이었지만 슈퍼파워 위에 군림하는 또 다른 슈퍼파워가 된 형국이다. 그렇다면 데미지 컨트롤은 누가 또 규제하고 통제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새로 발생한다.

 

엉뚱한 얘기일 수 있지만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것은 그들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정확하게는 핵무기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통제되지 않으면 세계대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우려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 그래서 이란을 공격하는 주체에게 누가 또 그런 막대한 권한을 위임했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핵전쟁을 걱정하는 미국이 오히려 핵전쟁을 교묘히 부추기는 지도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야말로 진짜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슈퍼파워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걸 통제하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그가 이끄는 조직과 국가는 어떠해야 하는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묻고 있는 질문이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부제 속 단어 ‘뉴’를 통해 새로운 얘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스파이더맨이 지난 수십 년간 고민한 개인과 사회, 혹은 국가의 윤리 문제를 다시 한번 꺼내 들되, 그것을 한층 정교하게, 무엇보다 반복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암시하는 영화다. 이번 신작의 쿠키 영상으로는 차기작에서 그 세계관을 우주 차원으로 확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러닝타임이 무려 145분(2시간 24분 54초)이다. 엔드 크레디트가 거의 5분에 가깝지만 쿠키 영상이 맨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145분을 끝까지 견뎌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관객이 145분을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 화려한 공중그네 액션(거미줄로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이 오감을 자극한다. 이야기가 덜컹댈 때쯤 헐크가 나오고, 이미 사망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의 동생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가 나와 얘기에 흥미를 더해 준다. 뉴욕의 다크 히어로인 ‘퍼니셔’ 프랭크 캐슬(존 번탈)은 이번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을 도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프랭크 캐슬의 육탄 액션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별미이다. 빌런으로 나오는 스콜피온이나 닌자 암살단 ‘핸드’와의 결투 신도 이 영화의 주요 액션 장면들이다. 피터 파커의 큰엄마 메이(마리사 토메이)도 중간에 눈길이 가게 하고 파커의 친구인 네드(제이컵 배덜런)는 지난 편에 이어 여전히 양념 역할을 해낸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이런 시리즈답게 걸작이나 명작이라 칭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 안에 정치성도 담고 있다. 7월 29일에 개봉해 첫 주 주말에만 4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고 있다. 1천만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근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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