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은 지경학적·지정학적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글로벌 기업들에 지정학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장을 매각했다. 최근 LG전자도 모스크바 공장을 일부 재가동하면서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세계 유가가 폭등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동시에 완전히 막히면 글로벌 에너지와 물류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트럼프 1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세계 각국 기업들은 지경학의 중요성도 인식하게 됐다. 미·중 간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서 벌어지는 무역전쟁이 글로벌 기업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전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지경학의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약속했던 보조금 정책이 트럼프 정부 들어 관세 정책으로 바뀌면서 적지 않은 부담을 겪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바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만 통일에 대한 언급을 부쩍 늘리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이익 지역이지만, 미국에도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대만의 대표 산업은 반도체다. AI 반도체 칩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TSMC의 위탁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AMD, 퀄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TSMC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TSMC의 2028년 생산 물량 예약은 이미 마감된 상태다.
만약 중국이 대만 통일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고 TSMC를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TSMC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한 ASML은 유사시 원격으로 장비를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 역시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TSMC의 핵심 반도체 공장이 대만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대만을 보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TSMC는 대만의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이다. 한편 TSMC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애리조나주 공장 건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공장을 가동 중이고 독일에서도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생산 역량을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TSMC는 대만에 반도체 공장 25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만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까지 책임지고 있는 TSMC가 불안해하는 대만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세계 각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산업은 지정학적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정부는 물론 국내 대기업들도 지경학적·지정학적 리스크를 철저히 모니터링하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태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