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 수원은 격렬한 항일운동지였다. 당시 독립을 향한 얼과 기개는 수원 시민의 손에 의해 다시 의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수원 시민들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선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원 독입운동의 길'을 만들었다.
시민과 지역 내 단체들이 앞장서 독립운동을 기억하기 위한 씨앗을 뿌리고, 튼튼하게 키워내 광복절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 졌다.
◇ 수원에서 되살아나는 독립운동 인물과 정신
관람객이 많이 찾는 행궁동에는 지난 6월 특별한 그래피티 벽화가 새로 생겨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행궁동에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벽화가 많지만,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 7인의 얼굴이 생동감 있게 담긴 이 벽화는 단연 돋보인다.
7인의 얼굴은 수원 지역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매향여자정보고 담벼락에 새겨져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오늘의 수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 벽화는 독립운동에 대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그래피티 1세대 작가 레오다브(LEODAV)가 제작했다.
왼쪽부터 독립운동가 이하영, 박선태, 김향화, 김세환, 임면수, 이선경, 차인재 선생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인물 주변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평화'가 새겨졌다.
올해 초에는 시민이 중심이 되어 만세 행진이 재연돼 눈길을 끌었다.
3월 21일 진행된 '수원 독립운동의 길, 1919를 걷다' 행사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만세 운동의 주요 동선을 체험했다.
이들은 연무대~삼일공업고등학교~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화성행궁을 지나며 독립운동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겼다.
행사에서는 100년 전 처럼 흰 저고리를 입은 시민들과 교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걷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 추진위원회·시민추진단, 독립 불씨 지킨다
그래피티 벽화로 독립운동가를 알리고, 만세 행진을 재연한 것은 수원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수원시의 지원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구심점은 광복 80주년이었던 지난해 의기투합해 모인 수원 독립운동의 길 추진위원회다.
추진위원회는 학계와 독립유공자, 유족 및 후손, 종교계, 시민단체, 언론 분야 전문가 등 17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6월 첫 모임을 시작한 뒤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며 주요 인물과 거점을 콘텐츠화고, 모금과 시민추진단 행사 등을 구체화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이 과정을 '나눔문화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고, (재)수원그린트러스트는 모금 주체 역할을 맡았다.
프로젝트는 수원의 독립운동을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의지와 결합해 더 넓게 확산됐다.
올해 초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모집한 수원 독립운동의 길 시민추진단에는 시민 1033명이 신청서를 제출하고 참여했다.
이들은 홍보팀, 지원팀, 후원팀, 해설팀으로 나눠 활동하며, 단순 참여를 넘어 독립운동의 기억을 지키고 시민의 연결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 독립운동의 길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시민들의 모금으로 마련됐다. 지난 2월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된 모금에는 지역 내 기업과 단체 33곳에서 크고 작은 참여가 이어졌고, 총 5278만 원이 모였다.
기부자 명단에는 독립운동가 이하영, 임면수가 설립한 삼일공고 학생과 임직원들이 포함돼 의미를 더했다.
이주현 수원 독립운동의 길 추진위원장은 "수원 시민사회는 지난해부터 독립운동의 역사를 공간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며 "역사를 기억하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립운동의 정신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 수원을 빛낸 독립운동가 7인의 발자취
수원 독립운동의 길은 수원 지역에서 펼쳐진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짚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코스는 총 17개 거점을 연결한다. 코스를 따라 걸으면 수원 대표 독립운동가 7인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민족 대표 48인 중 한 명이었던 김세환(독립장, 1889~1945) △수원 만세운동의 선봉에 섰던 박선태(애족장, 1901~1938) △사재를 털어 독립운동을 지원한 임면수(애족장 1874~1930) △수원 기독교 민족운동가 이하영(건국포장, 1872~미상) △의로운 기생 김향화(대통령표창, 1897~미상) △수원의 유관순 이선경(애국장, 1902~1921) △미국에서 독립의 뜻을 이어간 여성 교육자 차인재(애족장, 1895~1971) 등의 자취가 남은 길이다.
출발점은 1919년 3월 16일 수백명의 군중들이 수원지역 격렬한 만세 시위를 펼쳤던 연무대다. 연무대에서 작은 길을 건너면 마주하는 삼일공고는 '임면수 선생의 묘 터'로, 두 번째 거점이다.
이어 내리막길을 걸어 수원천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방화수류정'은 김세환의 지시 아래 횃불 시위를 벌인 수원 지역 만세운동의 발화지였다.
왼쪽 길로 내려오면, 김세환이 학감으로, 차인재가 교사로 재직했던 '삼일여학교 터'가 있다. 독립운동가 그래비티 담벼락이 있는 현재의 매향여자정보고다.
바로 옆 삼일중에 있는 붉은 벽돌의 2층짜리 '아담스기념관'은 임면수가 신축 공사 감독을 맡은 건물이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터는 여성 독립운동가 '차인재의 집터(매향동 99-1)'다.
수원천 매향교를 건너면 북수동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3·1운동을 주도한 천도교 세력이 활동했던 '북수동 천도교 교당'이 있던 자리로, 코스의 7번째 거점이다.
북수동 골목길 안에서는 지금은 다른 건물이 들어선 '임면수 생가터(북수동 283)'와 '이하영 집터(북수동 281)'를 지날 수 있다.
화성행궁 맞은편에 있는 '수원종로교회'는 1920년대 수원 삼일학교 학생들이 비밀결사운동과 동맹휴학을 전개했던 곳이다.
팔달문 시장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수원상업강습소 터(팔달로2가 28번지)' △상점들이 철시해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남문·영동·지동시장' △사회 운동을 이끌던 청년들의 사무소 '수원청년동맹 터(영동 10-10)' 등을 만날 수 있다.
14번째 거점인 '김세환 생가터(팔달로2가 18-3)'에는 그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카페도 있어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어 화성행궁 방향으로 '김향화 집터(팔달로 1가 11-10)', '박선태 집터(팔달로 1가 7-5)' 등을 지나면 코스의 마지막인 화성행궁이 나온다. 김향화를 비롯한 수원 기생들이 만세 시위를 전개했던 거점이다.
◇ 수원 독립운동의 뜻, 시민과 함께 잇는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수원 독립운동의 길을 시민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6월부터 역사 교육을 받고, 해설사 양성과정을 거쳐 선발된 61명의 해설사들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수원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지역의 독립운동사와 인물, 의미 등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수원시는 원활한 탐방을 위해 주요 거점별 안내판 설치를 지원한다.
이밖에 수원시는 시민의 참여와 모금으로 추진한 '수원 독립운동의 길' 조성 기념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2시 매향여자정보고 김세환관 강당에서 시민들과 함께 조성 사업의 결과의 의미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수원 독립운동의 길 추진위원회와 시민추진단, 기부자와 시민 등이 참여한다.
모금액 전달식과 벽화 제막식 등이 진행되며, 시민 해설사들에게는 수료증이 수여된다. 또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만세삼창을 외치며 독립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어린이들은 독립운동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글을 전할 예정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수원지역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그 뜻을 기억하는 일에 함께해 주신 시민추진단을 비롯한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만들어가는 길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유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