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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년에 1만 5000명 스스로 목숨 끊는 나라

부채 증가, 정신건강·질병 악화, 괴롭힘 등 자살위험 요인 방지책 필요

  • 등록 2026.08.12 06:00:00
  • 15면

자살율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현장을 지나던 승용차 운전자가 숨졌다. 그리고 이 사고와 관련, 청문회 조사를 받은 공공기관 50대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3월 9일에는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 아내 등 가족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자살사건은 군대에서도 발생했다. 9월엔 고양시 소재 육군 중사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심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가 남아 있었다. 8월 23일에도 육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하사가 총기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했다. 학교도 극단적 선택의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8월 25일 경북 영주의 한 사립 특성화고에 다니던 한 여학생이 동급생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뒤 경기도 소재 집에서 투신해 숨졌다.

 

우리나라가 ‘자살공화국’이란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요 국가들의 자살률이 감소 추세에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0년 넘게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자살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에만 1만 487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최근 13년 만에 가장 높은 자살률이다. 하루에 평균 40.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2022년 25.2명 △2023년 27.3명이었다. 그러나 2024년엔 29.1명으로 1년 사이에 6.6%(1.8명)나 증가했다. 특히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 결과는 국가적 차원의 예방 대책이 시급함을 알려준다.

 

자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체로 채무, 정신건강·질병 악화, 이혼, 실직, 괴롭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정부는 자살자들이 사전에 보이는 경고 신호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얼마 전 발간한 최근 3개년(2022∼2024)과 10개년(2015∼2024) 자살 사망자의 특성을 분석한 ‘2024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최근 3개년 심리부검 대상 자살 사망자의 99.3%가 ‘우울한 기분을 보인다’(72.4%), ‘자살에 대한 말을 하거나 쓴다’(70.4%), ‘수면 상태의 변화’(69.7%), ‘식사 상태의 변화’(56.5%), ‘타인과의 관계를 피한다’(53.1%) 등 심리와 행동의 변화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고 신호에도 유족의 79.9%는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겨우 20.1%만 신호를 인지한 것이다. 유족들이 겪는 어려움도 컸다. 99.0%는 심리·정서적 어려움과 관계·신체 건강 변화를 겪었으며 54.8%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에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자살 문제가 정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자살로 내몰린 국민을 방치하면서, 저출생 대책을 논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이건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7월 28일 국무회의에서는 ‘정부의 자살 긴급 대응 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내용은 ‘국가자살대응실’을 신설하고 자살시도자 및 유족 대상 심리상담 바우처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시보호 서비스 도입, 정신응급의 필수의료 지정, 정신응급 치료 인프라 확충 등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 한국자살예방협회는 국가자살대응실이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체계와 유기적 연계가 구축돼야 하며, 새롭게 도입되는 사업들에 지속 가능한 재정지원과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 관련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 자살 예방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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