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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칼럼] 동지는 적이 아니다

 

정치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당을 만들지만 내부의 동지가 위협이 되기도 하고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가 그렇다.

 

‘뉴이재명’, ‘친청계’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계보가 호명되고, 경쟁을 넘어 상대의 정당성까지 의심하는 언어가 난무한다. 계파 경쟁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경쟁이 적대적 양극화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공동의 목표보다 집단의 생존과 정체성이 우선하면 유권자에게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분열하면 반드시 선거에서 진다’는 말은 학술적으로 단순한 명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경험은 진보·개혁 진영의 분열이 선거에서 비용을 치렀음을 보여준다. 1987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민주화의 열망을 공유했던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각각 28%, 27%를 얻는 데 그쳤고, 36.6%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 후보가 46.83%, 노회찬 후보가 3.26%를 얻는 사이 오세훈 후보가 47.43%로 0.6%p 차이의 승리를 거뒀다. 2022년 대선 역시 이재명 47.83%, 윤석열 48.56%로 불과 0.73%p 차이였는데, 심상정 후보의 2.37%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세 선거 모두 ‘진보진영이 얻은 표를 합치면 이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통의 가치를 가진 세력이 서로를 경쟁자로만 인식하는 순간 표와 정치적 에너지가 내부 경쟁에 분산된다는 교훈은 분명하다.

 

영국 노동당도 1983년 총선에서 분열의 대가를 치렀다. 노선 갈등 끝에 중도파가 이탈해 사회민주당(SDP)을 만들고 자유당과 연합했다. 노동당은 27.6%로 209석, SDP-자유당 연합은 25.4%를 얻었지만, 소선거구제에서 표가 분산되면서 보수당은 42.4%로 397석을 차지했다. 분열이 득표율 이상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반대로 프랑스는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2024년 총선에서 사회당·녹색당·공산당·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등 좌파 세력은 신민중전선(NFP)을 결성했고, 577석 중 182석을 얻어 중도연합(168석)과 극우 국민연합(143석)을 제치고 제1세력이 됐다. ‘극우 집권 저지’라는 공동목표 아래 연대한 결과였다. 연합은 신념의 포기가 아니라 더 큰 가치를 위한 절제일 수 있다.

 

진보의 힘은 ‘차이가 없음’이 아니라 ‘차이가 있어도 함께함’에서 나온다. 서로 다른 노선과 세대, 경험의 공존은 살아 있는 정당의 증거다. 문제는 계파가 정당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계파를 위해 존재하기 시작할 때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누가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가르는 정통성 경쟁이 아니다. 누가 국민의 삶을 더 잘 바꿀 것인지를 겨루는 정책 경쟁이다. 전당대회 승패는 하루면 결정되지만 동지에게 입힌 상처는 오래 남는다. 오늘의 경쟁자가 내일의 동료가 된다. 정당은 패자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공동체여야 한다.

 

차이를 견디지 못하는 정당은 확장될 수 없고, 내부의 적을 만드는 정당은 외부의 적보다 먼저 스스로를 소진한다. 민주당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당 안의 동지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짓누르는 불평등과 불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동지는 적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끝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정당은 비로소 정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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