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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세제개편안, 시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여야·시장 모두 반발… 주거·증시 개혁 의지 되살려야

  • 등록 2026.08.14 06:00:00
  • 15면

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2026년도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책의 실효성과 방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세 제도는 국가 재정의 기틀이자 국민 삶과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국정 수단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시장의 현실과 개혁 요구를 외면한 채 누더기식 차선책을 내놓음으로써 자본시장 선진화와 민생 안정이라는 핵심 국정 목표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선 대목 중 하나는 일명 ‘주가누르기방지법(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다. 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도입 논의가 시작됐으나, 정부가 제시한 최종안은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정부안이 발표되자마자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아이디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나쁜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과 증권시장의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문제는 허술한 기준과 편법의 여지다. 이소영 의원안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인 저평가 기업에 대해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주가 누르기의 절세 유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부안은 최근 6년간 PBR 업종별 하위 25% 또는 특정 요건 충족 시에만 주가 누르기로 추정하도록 대폭 후퇴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안대로라면 기업들이 기준선 아래로 주가를 통제하거나 특정 기간에만 지표를 관리하는 편법을 쓰게 되어, 도리어 “정부가 주가 누르기를 권장·조장하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자본시장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던 정부의 개혁 의지가 기획재정 당국의 타성적 태도에 가로막혀 후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부동산 세제 개편 역시 민생 현장의 비명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과세 정상화를 내세우며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대폭 강화했다.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줄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보유 기간 혜택을 대폭 축소해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급증시킨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혹하다. 지방 근무, 근무지 이전, 육아나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본가에 거주하지 못하는 실수요자들까지 무차별적인 세금 폭탄을 맞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세제 압박이 전월세 시장의 불안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실거주 의사가 없던 집주인들까지 기존 세입자를 보낸 뒤 실입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학군지나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는 실거주 목적의 퇴거 통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전월세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결국 세입자인 서민과 무주택 청년층이 주거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서민 주택시장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해야 할 세제가 도리어 임대차 시장의 대란을 부추기고 조세 부담을 약자인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본말전도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장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경고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다행히 청와대가 세제개편안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세제 개편안 수정 가능성이 열린 만큼, 정부는 기존의 미봉책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원점에서 당정 협의와 국회 심의 과정을 거쳐 대대적인 수정에 나서야 한다. 주가누르기방지법은 실질적인 대주주 사익 편취 차단과 소액주주 보호가 가능하도록 법안의 실효성을 복원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 역시 일률적인 비거주 징벌 과세에서 벗어나 부득이한 사정의 비거주자에 대한 예외 조항을 신설하고,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과 시장이 납득할 수 없는 세제 개편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오는 정기국회 세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고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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