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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햇살 머금은 시흥 포도, 한 송이에 담긴 농부의 시간

여름 시흥 포도 수확 시작, 9월 중순까지 포도농장 직판장 운영
농장주 김모씨, "입에 넣었을 때 바로 ‘맛있다’ 말이 나왔으면"

 

 

여름 더위가 한창인 19일, 시흥의 한 포도농장을 방문했다. 포도농장 안으로 들어서니 열 맞춰 선 포도나무의 초록 잎사귀 아래 알알이 영근 포도송이들이 가득했다. 과실의 여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싸놓은 종이포장지 속을 들여다보니 포도알은 이미 제법 묵직해져 있었다.

 

시흥시는 참 재밌는 도시다. AI와 바이오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이 일어나는 도시이면서 동시에 농촌의 풍경이 자연스레 맞닿아 있다.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해 있는 반대편에는 시흥의 곳간인 황금빛 호조벌이 펼쳐져 있기도 하다.

 

이날 방문한 포도농장 역시 아파트촌에서 살짝 벗어나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로가에 줄지어 있는 포도농장의 직판장에서는 갓 수확한 포도들을 상자에 담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정겨운 느낌을 줬다.

 

시흥포도는 풍부한 퇴비, 토양미생물제로 재배해 당도가 높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서해안 바닷바람을 맞으며 햇빛을 많이 받고 자라 포도 특유의 향이 짙고 신선도와 저장성도 좋다.

 

이달 중순부터 9월 상순까지는 포도밭 원두막, 도로변직판장에서 싱싱한 포도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시흥시 친환경 연구회에서는 무농약 및 친환경 약제 사용으로 ‘친환경농산물품질인증’을 받은 포도를 생산, 인증 스티커를 부착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시흥 포도의 매력은 무엇보다 가까운 곳에서 좋은 품질의 포도를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도시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갓 딴 싱싱한 포도를 구매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지역농업이 가진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 농촌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보며 경험하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이날 만난 포도 농장주 정봉현씨는 실제 최근에 아이들과 함께 농장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포도는 손이 많이 가는 과일이에요.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고, 햇빛이 너무 강해도 걱정이지요. 수확 때가 되면 일교차도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농부에게 하늘은 가장 중요한 협력자라고 할 수 있죠”

 

이제 막 수확한 포도농장은 특히 새벽에 분주하다. 해가 높이 뜨기 전 새벽에 그날 수확을 모두 끝내야 한다고 한다. 잘 쌓인 포도송이가 짙은 보라색을 띠면 이제 수확할 때다. 잘 익은 포도를 구분하는 것 역시 오랜 시간 쌓아온 농부만이 가진 능력이다.

 

농장 한편에서 수확을 기다리는 포도송이를 바라보며 농장주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포도를 만들고 싶은지 물었다.

 

 

“입에 넣었을 때 바로 ‘맛있다’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게 계절을 거치며 시흥포도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죠”

 

짧은 대답이지만 그 안에는 농부가 포도밭에서 보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좋은 포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와 바람, 여름의 뜨거운 햇빛,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매일같이 포도를 돌본 농부의 손길이 켜켜이 쌓여 비로소 한 송이의 포도가 된다. 가지를 살피고 송이를 솎아내며 햇빛이 고르게 닿을 수 있도록 살핀다. 그리고 농부의 시간이 만들어낸 포도 한 송이가 소비자의 식탁에 오른다. 보라색으로 물든 시흥의 여름, 포도의 계절은 이제 막 시작이다.

 

[ 경기신문 = 김원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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