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침묵 속에 발걸음 소리만 울리던 미술관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고요한 호흡 소리가 전시장을 채우고, 때로는 경쾌한 음악이 캔버스 사이에 흐른다. 성남문화재단 성남큐브미술관이 작품을 단순히 ‘눈으로 관람하는’ 정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온몸으로 예술을 경험하는 ‘체험형 문화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 캔버스 사이에서 가다듬는 숨결··· 오감으로 스며드는 현대미술
최근 성남큐브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여유가 가득했다. 여름특별전 ‘캐서린 번하드 특별전’과 연계된 퇴근길 프로그램 ‘큐브 아트 이브닝(Cube Art Evening)’ 현장은 마치 작은 연회장과 같았다. 핑크 팬더, 나이키 운동화, 도리토스 등 대중문화 아이콘을 강렬한 색채로 재구성한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들 사이로 관람객들은 라이브 연주를 듣고 영화와 미디어를 즐겼다.
미술 평론가 제리 살츠가 “거칠고 본능적이며 대담한 화가의 용기를 보여준다”고 극찬한 번하드의 무한한 에너지는, 시각을 넘어 청각과 감각 전반을 자극하는 프로그램과 어우러져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미술관을 찾은 한 직장인은 “퇴근 후 들른 미술관에서 작품을 배경 음악처럼 느끼며 휴식할 수 있어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주말 아침의 풍경 역시 생경하면서도 신선하다. 2026 성남작가조명전3 '유지민: 잔류하는 움직임' 전시장 한가운데에서는 아침 요가 프로그램 ‘모닝 시퀀스(Morning Sequence)’가 한창이다. 작가의 수행적인 작업 방식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프로그램은 관람객이 직접 신체를 움직이고 호흡하며 작품의 주제 의식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수련이 끝난 뒤 이어지는 작가와의 담소는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오는 5일과 19일에도 추가 수련이 예정돼 있어 시민들의 발길을 모을 전망이다.
◇ 청소년의 꿈부터 중장년의 힐링까지··· 전 세대 품는 열린 예술 놀이터
성남큐브미술관의 변신은 세대별 맞춤형 교육과 체험으로 확대되며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미래 예술인재를 키우는 장이 되고 있다. 성남교육지원청과 협력해 관내 10개 초·중·고교로 확대 운영되는 ‘지역학교연계 교육프로그램’은 단순 감상을 넘어 창작과 전시기획 체험까지 제공한다.
특히 10월 31일부터 5주간 진행되는 중학생 대상 ‘큐레이터 공유학교’는 '2026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전'을 시작으로 실무 중심의 직업 탐구 기회를 제공해 미술 분야 진로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중장년층(40~60대)을 위한 예술 복지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무료로 진행되는 ‘영감에서 오감까지 in 성남큐브미술관’은 △몸으로 읽는 미술관(요가) △향기로 걷는 미술관(조향) △소리로 말하는 미술관(AI 작곡) 등 참신한 섹션으로 구성됐다.
시각 중심의 미술관 방문을 다양한 감각의 체험으로 확장하고, 이를 ‘미술관 오감 콘서트’로 완성해가는 과정은 중장년층 시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을 선사하고 있다.
윤정국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미술관이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 감각이 어우러지는 열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전 세대가 일상 속에서 편안하고 풍성하게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벽에 걸린 그림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시대는 지났다. 관람객의 호흡과 움직임, 감각이 더해져 비로소 완성을 이루는 성남큐브미술관의 실험은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 경기신문 = 정진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