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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을 만났습니다] “자존심은 꺾어도 자존감은 지킨다”…윤영보 수원북중SBC 감독의 ‘육성 야구’

성적보다 육성, 개인보다 팀…17년째 이어온 야구
0-5를 뒤집은 힘…끝까지 꺾이지 않은 팀워크
1번부터 8번까지 모두 중요…선수 전체를 키운 육성법

 

“자존심은 꺾어도 자존감은 지킨다”

 

17년째 수원북중SBC를 이끌고 있는 윤영보 감독의 지도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경기 결과에 흔들리기보다 스스로를 믿고 끝까지 도전하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그 철학은 올 시즌 성적으로 증명됐다. 수원북중SBC는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 경기도대표 선발전을 시작으로 소년체전, 2026 경기도 한중일대 국제야구대회(U-15), 제41회 경기도협회장배 야구대회(U-15) 등 주요 대회에서 잇따라 정상에 올랐다. 특히 8년 만에 출전한 전국소년체전에서 우승하며 중등야구 강호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윤 감독은 올 시즌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선수들의 기량과 함께 팀워크를 꼽았다.

 

그는 “올해 3학년들은 기능적으로도 괜찮았지만 멘탈적으로 좋은 아이들이 많이 모였다. 전국에 우리 정도의 기술을 가진 선수들은 많다. 결국 좋은 능력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0-5 열세에도 흔들리지 않았다…“우리 아이들은 꺾이지 않더라”

올 시즌 수원북중SBC의 저력을 가장 잘 보여준 경기는 소년체전 결승전이었다.

 

수원북중 SBC는 대구 경운중과의 결승에서 0-5로 끌려갔지만, 5회초 대거 8득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선수단 전체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창단 첫 전국소년체전 우승을 일궈냈다.

 

윤 감독은 “대부분 아이들은 덥고 힘들면 꺾이는데 우리 아이들은 꺾이지 않았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지도자인 나도 ‘하면 되는구나, 안 되는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런 힘은 겨울 훈련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쌓은 신뢰에서 비롯됐다.

 

윤 감독은 “작년까지만 해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그런데 겨울에 같이 땀 흘리고 훈련하면서 올해는 동료애와 믿음이 확실히 생겼다”고 설명했다.

 

선수 기용에서도 윤 감독의 ‘육성 야구’는 드러났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기보다 선수단 전체의 성장을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투수진 8명에게 고르게 기회를 주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는 “우리 팀에는 투수가 8명 정도 있다. 1번부터 8번까지 모두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르게 성장시키면서 큰 부상 없이 관리할 수 있었고, 팀 전체가 단단해졌다”고 강조했다.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들에게도 꾸준히 동기를 부여했다. 부족한 부분과 목표를 알려주고 노력한 만큼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윤 감독은 “제일 약한 선수에게도 자존감을 계속 부여했고, 일부러 관심도 더 많이 줬다”며 “선수들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했고, 그게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국제무대에서 얻은 자신감…“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소년체전 이후 참가한 국제대회는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성장 기회가 됐다.

 

중국과 대만 등 해외 선수들과 직접 맞붙으며 새로운 환경을 경험했고, 자신들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윤 감독은 “중국에는 우리보다 한 학년 많은 선수들도 있고 대만도 우리보다 학제가 조금 앞선다”며 “그런 선수들과 직접 경기하면서 ‘우리도 충분히 이길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가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자신감이다.

 

윤 감독은 “대만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우리가 뒤처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상대가 우리를 동경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에서는 상황에 맞는 작전과 전술을 활용해 선수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했다.

 

윤 감독은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작전도 중요하고 선수들이 서로 밀착해서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팀워크가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 “육성이 잘되면 성적은 반드시 난다”…중학교는 선수의 ‘허리’

윤 감독의 지도철학에서 성적보다 앞서는 것은 육성이다.

 

윤 감독은 “육성이 잘되면 성적은 무조건 난다고 생각한다. 성적만 계속 쫓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준비하고 육성을 우선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중학교 시기를 선수의 미래를 결정하는 ‘허리’라고 표현한다.

 

그는 “중학교 시기는 야구 선수의 허리다. 허리라인을 제대로 잡아줘야 미래가 있다. 기본기를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은 없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플레이보다 올바른 자세와 반복적인 기본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윤 감독은 “기본기는 간단하지만 어렵다. 올바른 자세로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 캐치볼 하나도 예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툴이 많아지고 고등학교와 대학, 프로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에는 기존에 좋은 활약을 보여준 유우진과 박효철을 비롯해 유격수 박찬영, 포수 유현준, 외야수 김태민과 이원석 등 여러 선수들이 성장하며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

 

윤 감독은 특정 선수 한 명보다 선수단 전체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안 좋아진 애들이 한 명도 없다. 거의 모든 3학년 선수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장했다. 선수들이 믿고 해줬으니까 그만큼 성과도 나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좋은 야구선수보다 먼저, 좋은 사람이 되기를

윤 감독이 좋은 야구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꼽는 것은 인성이다.

 

윤 감독은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는 실력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책임감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감독에게 야구는 승패만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다.

 

동료를 믿고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스스로 정한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야구선수에 앞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윤 감독은 선수들의 잘못은 바로잡되 자존감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존심은 꺾어도 자존감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북중SBC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 감독은 과거 팀이 기록했던 한 시즌 38승 3패를 넘어서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이들이 계속 해줘야 후배들도 같이 상승하고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선수들이 꺾이지 않도록 남은 대회도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성과 뒤에는 코칭스태프와 학부모들의 지원도 있었다.

 

윤 감독은 “올해는 모두가 정말 똘똘 뭉쳐서 해줬다”며 “선수와 학부모님들, 코치님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이들이 잘되는 것 하나를 보고 함께 움직여주신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수원북중 SBC의 올 시즌 성과는 단순한 우승 기록을 넘어선다.

 

성적보다 육성을 먼저 생각하고, 개인보다 팀을 앞세우며, 자존심보다 자존감을 지키는 야구. 17년 동안 한결같이 선수를 키워온 윤영보 감독의 야구는 우승을 넘어, 또 다른 선수를 키워내는 데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 경기신문 = 김우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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