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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실리콘밸리’ 꿈꾸는 수원…경제자유구역으로 산업지도 바꾼다

서수원 330만㎡에 AI·반도체·바이오 첨단 R&D 거점 조성
R&D사이언스파크·탑동 이노베이션밸리 연계 혁신 생태계 구축
2027년 상반기 최종 지정 목표…투자 수요·전력·교통망은 과제

 

수원시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해 첨단산업 중심도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산업 연구개발(R&D) 기능을 서수원에 집적하고 기존 산업 거점과 대학, 기업을 연결해 이른바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인구 120만 명의 행정·상업 중심도시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과 연구기관이 모여드는 첨단과학연구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수도권 규제로 기업 유치와 산업용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수원이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서수원 330만㎡, 첨단 연구개발 중심지로

수원 경제자유구역은 권선구 서수원 일원 약 330만㎡를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기도가 2025년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수원과 파주, 의정부 등 3개 시가 개발계획 변경안 수립 대상지로 선정됐다.

수원 후보지는 공모 당시 권선구 일원 3.24㎢ 규모로 제안됐다. 수원시는 이를 약 3.3㎢, 100만 평 규모로 설명하고 있다. 핵심 축은 수원 R&D사이언스파크와 탑동 이노베이션밸리다. 두 거점을 중심으로 첨단연구기업과 대학, 산학협력기관, 주거·문화시설을 배치해 산업과 생활이 결합한 복합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수원 R&D사이언스파크는 권선구 입북동 484 일대 35만2600㎡에 조성된다. 연구개발시설과 산학협력센터를 비롯해 연구원과 종사자를 위한 공동주택, 공원·녹지 등을 함께 배치하는 첨단과학연구단지다. 오랫동안 개발제한구역 규제에 묶여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수원시는 지난달 토지 소유자와 이해관계인을 대상으로 보상 절차를 안내하는 주민설명회도 열었다.

탑동 이노베이션밸리는 권선구 탑동 일원 26만7000㎡에 들어선다. 연구개발과 첨단기업 중심의 복합업무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6년 2월 공사를 시작해 2029년 7월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과거 원예특작 연구가 이뤄졌던 부지를 첨단기업과 강소기업의 성장 공간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수원 산업 구조 전환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수원시는 두 사업을 별개의 개발사업으로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수원테크노밸리와 우만테크노밸리, 광교테크노밸리, 고색동 델타플렉스, 삼성전자 주변 매탄·원천 공업지역을 연결하는 ‘환상형 첨단과학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대학·교통망, 수원이 내세운 경쟁력

수원이 경제자유구역의 성공 가능성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이미 구축된 산업·연구 기반이 있다. 수원에는 삼성전자 본사와 광교테크노밸리, 수원델타플렉스를 비롯한 산업 거점이 자리 잡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와 아주대학교, 경기대학교 등 대학 연구 인력도 풍부하다.

2026년 6월 기준 수원지역 벤처기업은 753개로, 이 가운데 제조업이 445개, 정보처리·소프트웨어 기업이 121개, 연구개발서비스 기업이 68개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기존 기업과 새로 유치하는 국내외 기업, 대학과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 접근성도 강점이다. 수원은 국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KTX가 지나고 GTX-C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인덕원~동탄선 등 광역철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경부·영동·용인서울·수원광명·과천봉담고속도로와도 연결된다. 수원시는 광교에서 서울 강남까지 40분 안팎,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까지 약 60분, 평택항까지 약 50분이 걸리는 입지를 투자 유치의 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는 조성원가 이하 토지 공급과 장기 임대, 관세·지방세 감면, 현금 지원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질 수 있다. 국·공유지는 수의계약으로 최대 50년간 임대할 수 있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임대료 감면도 가능하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건설비에 대한 국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수원처럼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지역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규제 특례의 의미가 크다. 외국인 투자기업과 첨단기술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토대가 넓어지고, 대규모 연구시설이나 기업 부설연구소 설립 여건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교육·의료 갖춘 ‘완성형 경제복합도시’

수원시가 구상하는 경제자유구역은 공장과 연구소만 들어서는 산업단지와는 다르다. 첨단산업과 주거, 상업, 교육, 의료, 문화 기능을 함께 배치하는 ‘완성형 경제복합도시’가 목표다.

외국인 투자 전용용지와 외국교육기관, 외국인 전용 주거단지, 종합병원, 문화체육 복합시설, 공원·녹지 등을 갖춰 국내외 연구자가 가족과 함께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정주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황구지천 수변녹지축을 활용한 친환경 공간과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방안도 개발계획에 포함돼 있다.

시민들도 산업 유치뿐 아니라 생활환경 개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25년 열린 수원시 도시정책 시민계획단 원탁토론회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AI·반도체 중심의 스타트업 친화도시’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후보지 선정은 첫 관문…투자 수요 입증이 관건

수원 경제자유구역은 아직 최종 지정된 상태가 아니다. 현재 경기도와 수원시는 경기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변경안을 수립하고 있다. 최신 추진 일정에 따르면 2026년 9월까지 개발계획을 마련하고, 10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사전 협의와 자문을 거쳐 12월 경기도가 산업부에 지정을 신청한다. 산업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2027년 상반기 지정이 가능하다. 이후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종 지정의 핵심은 계획의 화려함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다. 산업부 심사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 가능성과 국내외 기업의 실제 입주 수요, 재원 조달 방안, 기반시설 확보 여부, 다른 경제자유구역과의 차별성 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수원시는 기업은행 고객기업 300여 곳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사전 투자 수요 확보에 나섰다. 2026년 8월에는 국제 반도체산업그룹 경영진 서밋을 계기로 첨단산업 분야 민간 전문가를 투자유치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등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도 주요 과제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연구시설은 전력 사용량이 많아 안정적인 전력망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업 유치가 쉽지 않다. 수원시는 2026년 3월 한국전력공사와 협약을 맺었고, 한전은 단계별 전력수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향후 개발 규모와 입주기업 수요를 토대로 변전시설과 전력망 구축 계획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교통망 역시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줄여야 한다. GTX-C와 신분당선 연장 등 계획된 철도망이 제때 구축되지 않으면 서수원 일대 교통 혼잡이 심화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부와 수원역, 광교, 삼성전자, 주요 대학을 잇는 대중교통망을 함께 마련해야 ‘환상형 클러스터’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토지 보상과 주민 이주 대책, 개발이익의 지역 환원도 빼놓을 수 없다.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과 토지 소유자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일자리와 생활 기반시설 확충 효과가 기존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지정 넘어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 만들어야

 

수원 경제자유구역은 수원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삼성전자와 대학, 벤처기업, 교통망이라는 기존 자산에 경제자유구역의 규제 특례와 투자 인센티브가 더해지면 수원은 생산 중심의 산업도시를 넘어 기술과 인재가 모이는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이름만으로 기업과 자본이 저절로 몰려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원하는 부지를 적기에 공급하고 안정적인 전력·교통·주거 여건을 갖추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연구 인력과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027년 상반기 최종 지정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자체를 행정적 성과로 삼기보다 실제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지역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수원이 내건 ‘한국형 실리콘밸리’가 구호에 머물지 여부는 앞으로 마련할 개발계획의 완성도와 투자 유치 실적, 시민과의 이익 공유에 달려 있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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