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기가 상큼하다. 방랑벽을 자극한다.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나고 싶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가이드 해달라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내가 만약 안내한다면 좀 생소한 코스인 프랑스 아비뇽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내년에는 꼭 안식의 시간을 만들어 이 계획을 실천할 작정이다.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일까? 엊그제 프랑스 야후 뉴스에 “왜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걸까요?”라는 기사가 떴다.
부엔 카미노(Buen Camino)!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여행객들이 나누는 인사다. “좋은 순례길 되시라!”는 덕담이다. 최근 산티아고 순례자 숙소나 산책로, 혹은 광장에서 한국 억양이 점점 더 낯설지 않다는 소식이다. 이 길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존재한다. 그 중 유럽인과 미국인이 가장 많다. 그 다음이 한국인이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국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방문객은 9500명을 넘었다.
왜 한국인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가? 스페인과 한국은 사회적 관습의 차가 크다. 지리적으로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게다가 제주 올레길, 관악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해파랑길 등 좋은 길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이에 대한 답을 서구인들은 다음과 같이 내 놓는다. 먼저 한국인들의 영성을 든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톨릭 공동체가 매우 잘 된 나라로 신자들은 순례길을 걸으며 강한 신앙심을 북돋우게 된다. 따라서 일부 교구에서는 개인적이거나 종교적 수련의 일환으로 훈련 단체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 다음은 출판과 언론의 영향이다. 2006년 김남희 씨는 자신의 산티아고 순례길 경험을 토대로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을 출판했다. 이 책은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그 후 2018년, K팝 그룹 아이돌이 카미노 순례길을 걷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여러 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인들의 순례길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였다”고 산티아고 순례길 일간지 디아리오 데 산티아고(Diario de Santiago)는 분석한다. 책과 방송이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사람들이 불안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인다. 지나친 입시경쟁과 강도 높은 노동량은 해방구를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한다. 스트레스 사회를 탈출해 낯선 태양 아래서 잠시 성찰하고 삶을 재정의 하고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활용하는 것이다.
갈리시아 지역 신문 라 보스 데 갈리시아(La Voz de Galicia)와 인터뷰한 한 한국 인플루언서는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산티아고 여행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이 순례길에서 “허무주의에 굴복하지 않는 삶의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2004년 18명에 불과했던 한국인 순례자가 2019년에는 8224명으로 급증했고, 현재는 1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제 종교적 차원을 넘어 개인적인 발견의 여정으로 변모한 것이다. 혹자는 신앙심 때문에, 혹자는 유행을 따라, 또 다른 이들은 평화와 성찰을 갈구하며 찾아온다. 그들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완주 지점인 오브라도이로 광장(Praza do Obradoiro)에 도착하면 성직자라도 된 양 진한 감동에 사로잡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