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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그늘’ 드리워진 1·2기 신도시 ‘뿔’났다

3기 신도시, 2기 보다 서울 인접… 지리적 불리
도시조성 미완성 검단은 미분양 속출 ‘직격탄’
부족한 교통 인프라로 3기 보다 경쟁력 떨어져

1기 분당 신도시, 강남 배후수요 꾸준 ‘성장’
일산 신도시, 서울 구도심 개발 정체로 발목잡혀

설익은 공급 대책 결국 주택 시장 ‘혼돈’ 초래
정부, 서북부 교통망 확충 계획 발표 민심 달래기
주민들 “규제 완화해야 자족도시 성장” 주장

1·2기 문제 해결 ‘먼저’ vs 정부 정책 우선 대립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 신도시 후폭풍 ‘여전’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한 이후 일부 1·2기 신도시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교통 인프라이 부족한데다 도시 발전이 더딘데 주변에 또 다른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정부 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서북부 교통망 확충안이 발표됐지만 기존 신도시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발하는 주민들의 요구사항과 엇갈린 반응 등으로 정부 3기 신도시 정책에 대한 우려를 짚어본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주요 입지에 중·장기적으로 주택을 공급해 주택시장 안정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와 서울의 중간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반영된 만큼 3기 신도시는 기존 신도시보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가 괜찮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을 기준으로 3기 신도시보다 먼 고양 일산과 파주,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부족한 교통망에 가뜩이나 집값도 안 오르고 있는데, 3기 신도시까지 들어서면 우리 지역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지역 교통망 확충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반발만 더 거세지고 있다.
 

 

 

 

 

1기 신도시 분당과 일산의 명암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은 대표적인 1기 신도시다.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부천 중동도 포함돼 있지만 이들 3개 지역보다 분당, 일산 규모가 훨씬 크다. 분당신도시는 인구 39만명, 주택 9만7천580가구를 수용하도록 계획됐다. 일산신도시는 이보다 조금 작은 27만6천명, 6만9천가구 규모다.

시작은 비슷했지만, 분당은 강남 배후수요로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항상 주목을 받았고 일산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강남은 지속적인 개발로 다수의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고 자연스레 늘어나는 거주 수요가 가까운 분당을 성장하게 했다. 반면 일산은 서울 구도심인 종로와 중구, 마포, 여의도 생활권으로 분류되다보니 서울 구도심 개발 정체 영향으로 성장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교통 인프라 확충에도 영향을 미쳤다. 분당은 개발 압력과 함께 거주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기존 분당선에 신분당선까지 개통되면서 강남까지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일산은 자유로의 교통량을 분산할 수 있는 도로망도 없고 일산 도심까지 지하철 3호선 연장도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여전히 교통난을 겪고 있다. 부족한 개발 여건과 교통망 부족으로 인해 일산은 성장 원동력마저 위축됐다. 결국 기업 유치도 어려운데다 자족기능을 확충하는데도 실패했다.

분당과 일산의 차이는 집값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분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집값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18.6%에 달하면서 3.3m2당 매매가가 2천400만원 선에 형성됐다. 반면 일산 집값은 2.3% 오르는데 그쳤고 매매값도 1천만원 초반에 불과했다.
 

 

 

 

 

2기 신도시에 불어닥친 3기 신도시 역풍

고양시 창릉지구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발표에 일산보다 더 먼 2기 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에도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곳은 접경지역으로 개발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다 교통망과 자족기능이 부족해 발전이 더디다. 파주는 수도권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지난해에도 오히려 0.1% 가깝게 하락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곳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을 시작한 인천 검단신도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계획됐던 도시 조성 일정이 늦춰지면서 규모도 축소됐고, 다른 2기 신도시보다 주택 공급이 늦어졌다. 이곳도 분양 초지에는 기대감이 컸다. 서울은 물론 과천, 하남 등 주택이 공급될만한 지역은 분양가가 크게 올라 부담이 커졌지만 검단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싼 값에 서울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3기 신도시로 검단신도시보다 가까운 인천 계양에 이어 부천 대장지구까지 발표되면서 검단은 올해 분양 단지들도 청약자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개발에서 소외된 이들 지역은 역풍을 맞고 있다.

2기 신도시 중 강남 수요을 분산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 성남 판교, 화성 동탄, 수원 광교, 하남 위례 등은 정부의 택지 조성부터 시행·시공사의 주택 공급, 소비자인 입주민 요구까지 맞아 떨어지면서 도시 조성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교신도시는 대표적인 신도시 성공사례로, 광교는 새로운 부촌으로, 위례는 주택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검단은 강남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거주 수요가 많지 않았던 탓에 토지조성은 물론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들도 서두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이제 막 삽을 뜨려는 순간에 또 다시 3기 신도시에 밀리며 실패한 신도시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신도시를 조성할 때 지역별로 개발 속도에도 균형을 맞추며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2기 신도시는 거주 수요가 많았던 지역은 사업에 속도를 내며 이미 조성이 완료된 반면 검단은 이제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등 편차가 너무 컸던 것이 최근의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

3기 신도시가 시작부터 꼬인 것은 제대로 조성하지 못한 1·2기 신도시를 놔두고 추가로 3기 신도시를 지정, 발표한 것부터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지정을 철회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교통 인프라 확충 등 대안을 내놓고 택지지구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3기 신도시 조성에 무게 중심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고, 3기보다 1·2기를 계획대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산, 검단, 파주 운정 등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며 ‘지정 철회’와 함께 1·2기 신도시를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일산신도시연합회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조성에 앞서 1·2기 신도시가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달라”며 “일산신도시는 노후화돼 도시재생 대책이 필요하고, 다양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도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검단신도시 한 관계자도 “3기 신도시 조성으로 주변 신도시가 혜택을 보려면 그만한 인프라가 기존 신도시에도 확보돼야 한다”며 “3기 신도시 조성에만 몰두해선 1·2신도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3기 신도시 주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교통 대책을 포함한 도시조성 계획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월 “교통망 구축이 가시화되면 기존 신도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현 상화에서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추가 정책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도 “3기 조성을 통해 주변 신도시 교통 인프라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인 만큼 개발 초점은 3기 신도시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기대하는 정책 효과를 거두기 위해 3기 신도시 개발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1·2기 신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3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존 신도시가 점차 노후화되고 3기 신도시도 과밀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입지나 도시계획에서도 1·2신도시 보다 조건이 좋다보니 기존 신도시 주민들은 교통 부담금까지 냈지만 결국 정부는 제대로 정책 실현을 하지 못했다”며 “3기 신도시 주변 지역 수혜가 아니라 1·2기 신도시들의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3기 신도시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철기자 jc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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