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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의 향기]마음을 밝혀주는 거울- 명심보감

 

 

 

‘명심보감’은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대제학을 지낸 추적(秋適)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적이 국학교수(國學敎授)로 재임하면서 이 책을 지어 후학들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말씀과 여러 전적(典籍)에서 좋은 내용들을 발췌하고 유불선(儒佛仙)의 사상을 망라하였다. 이 책의 명성은 중국에까지 알려져 명나라 때 범입본(范立本)이라는 사람이 추적(秋適)이 발췌하지 못한 전적(典籍)의 문구를 추가하여 ‘증편 명심보감’을 편찬하였다. 이런 이유로 명심보감의 저자가 중국의 범입본이라는 논란이 있었던 적도 있으나 추적이 만든 ‘명심보감초’는 범입본의 증편 명심보감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교재로 채택되고 초학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가 되었다. 아이들이 글을 접하게 되면 처음에는 천자문 등으로 글자를 익히게 하고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명심보감을 읽게 했다. 글보다는 먼저 양심을 기르고 인간의 도리를 배우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인격 도야의 기본 수양도서가 되다보니 1305년 처음 편찬된 이후 우리나라인 고려, 조선은 물론 중국, 일본, 월남 등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국가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국내에서 출간된 판본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르고 독일어를 비롯한 많은 언어의 번역본이 서구에서 출판되었다. 아마도 동양의 교과서가 여러 서양어로 번역되어 보급된 것은 명심보감이 최초가 아닐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필독서로 여기기 때문이다.

현재 전해오는 국내 명심보감 판본으로는 1454년(단종2) 청주에서 간행된 20편 798조로 된 완본과 이보다 널리 유포되어 온 판본이 1637년(인조15)에 간행된 19편 247조로 된 초략본이다. 또 고종 6년인 1869년에 추적의 20대 후손 추세문이 인흥서원(仁興書院)에 소장되어있던 목판으로 출간한 인흥재사본(仁興齋舍本)이 있는데 이 목판을 근거로 중국의 범입본 제작설을 일축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유포되어 읽었던 초략본 명심보감은 계선(繼善), 천명(天命), 등 19편으로 되어 있으나 근래에 유포되고 있는 명심보감에는 계선으로 시작되는 이 19편에다 증보편(增補篇), 팔반가(八反歌), 효행속(孝行續), 염의(廉義), 근학(勤學) 등을 증보하여 24편으로 구성된 것도 있다.

명심보감의 주된 내용은 권선징악(勸善懲惡)과 하늘의 섭리, 인간의 양심을 보존하여 인격을 도야(陶冶)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들이다. 다음은 정기편(正己篇)에 있는 것으로 자허원군(紫虛元君)이 지은 성유심문(誠諭心文)에서 발췌했다는 글이다.

“복(福)은 청렴하고 검소한 데서 생기고, 덕(德)은 자신을 낮추고 물러나는 데서 생기며, 도(道)는 편안하고 고요한 가운데서 생기고, 명(命)은 화창한 가운데서 생기며, 우환(憂患)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화(禍)는 탐욕이 많은 데서 생기며, 과실(過失)은 경만(輕慢)한 가운데서 생기고, 죄(罪)는 어질지 못한 데서 생긴다.”

다음은 경행록(景行錄)에서 발췌한 잠언이다.

“자신을 굽힐 줄 아는 자는 중요한 자리를 감당할 수 있고, 남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강한 적을 만나게 된다.”

첨예한 진영간의 대립으로 끝을 찾을 수 없는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일침이 아닐 수 없다.

또 계선편(繼善篇)에 있는 사마온공(司馬溫公)의 잠언이다.

“금을 모아 자손에게 물려줘도 자손이 다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모아 자손에게 물려줘도 자손이 다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남모르게 덕을 쌓아 이를 본보기로 삼게 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책이 출간된 지 70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어느것 하나 버릴 데 없는 보석같은 글이다. 며칠 있으면 아들 결혼이 있다. 자식이 성장하여 독립하는 것은 이치이나 나는 자식에게 무엇을 남겨 줄 것인지 부끄러워하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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