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아카시아꽃이 한창 필 때, 꿀벌들이 아카시아 단꿀을 경쟁하듯 빨아먹던 옛 기억이 새록 새록하다. 또 어릴적 즐겨봤던 만화영화 중에 “해치의 모험”이 생각이 난다. 꿀벌인 해치가 주연을 맡았다. 알로 태어난 해치가 여왕벌 엄마와 헤어지게 되고 엄마를 찾아 모험을 펼치는 애니매이션이었다. 이 만화영화로 꿀벌은 아직까지 내 마음속에 친근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친숙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벌을 치는 분이 봄을 알리려 벌통을 열어보니, 꿀벌 대부분이 사라져있다고 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온으로 꿀벌이 대규모로 사라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했다. 봄이라고 잘못 생각한 꿀벌들이 본능에 이끌려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이유인 즉, 꿀벌은 기온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줄 알고 집을 나서면 기온이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불상사로 이어진다. 양봉업 종사자들은 사라진 꿀벌을 지구온난화에 따른 ‘농업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은 이상기후 외 복합적인 이유를 들어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수 꿀벌 품종을 개량·보급하는 사업, 여러 질
조선시대 화가를 손꼽으라 하면 안견, 정선, 김홍도, 장승업을 거론한다. 그 가운데 김홍도를 빼고는 조선회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보물 527호로 지정된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담겨있는 ‘씨름’은 필자가 가장 감명깊게 본 풍속화다. 옛날 음력 5월 5일인 단오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를 통해 모내기를 막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며 마을 전체적으로 놀이를 즐겼다. 보통 남정네는 씨름, 여인네는 그네타기를 즐겼다. 여기서 김홍도의 풍속도 ‘씨름’을 들여다보자. 씨름꾼 두 사람이 가운데에 자리하고 관중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구경한다. 들배지기라는 기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드는 사람과 들리는 사람의 표정이 압권이다. 들리는 사람은 눈이 동그래지며 양 미간사이에 깊은 주름이 위 아래로 깊게 패인다. 당황한 기색도 역력하다. 들배지기를 하는 사람은 팔 근육이 힘을 내듯 주름잡고, 입을 앙다문다. 불룩 튀어나온 광대뼈와 각진 턱은 승부를 내고자하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앗차!”하며 들린 이의 당황한 눈빛은 처절하다 시피하고, 드는 이의 승부사적 기질이 담긴 굳은 입. 붓으로 표현한 생생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