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우리 축구팀이 4강신화를 달성할 때 선수들의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들에게 일깨워줬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면제를 둘러싸고 시작된 찬반 논란이 정치권에서 모병제 논의로까지 확산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문화.체육.예술계에 적용된 병역특례는 국위 선양의 포상적 의미도 있지만, 인생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감안된 국가적 배려다. 특히 전성기가 짧은 운동선수는 더욱 그렇다. 만약 축구스타 손홍민이 병역특례가 없었다면 지금 어땠을까. 히딩크는 우리에게 한가지 더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똑같은 나이에 같은 기술을 가졌어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진 축구와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이런 체력의 중요성은 문화.체육.예술 쪽에만 해당될까. 필자는 어려서부터 조금만 피곤하면 코피가 나고 체력이 약해 밤늦게 공부하는 게 어려웠다. 시험볼 때 밤을 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좀 잘나가는 외국 대학의 경우는 특히 시험 기간에는 하루이틀 꼬박 잠을 자지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체력이 없으면 경쟁력
“6.25 전쟁 때 한국과 미국이 함께 시련을 겪었다”는 우리 방탄소년단(BTS)의 원론적인 발언을 놓고 세계가 한바탕 여론전쟁을 벌였다. 중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를 모욕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외국 언론들은 ‘편협된 애국주의’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네티즌 등을 인용해 “6·25 당시 미군은 침략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입장에만 맞춘 발언”, “국가 존엄을 건드렸다”며 ‘중국의 분노’를 부각시키려 했다. 사드보복에 한번 데인 현지 우리 기업들은 공식 쇼핑몰과 소셜미디어에서 BTS 관련 게시물을 내리기까지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BTS의 악의없는 발언을 공격했다”며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중국의 애국주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BTS를 둘러싸고 노출된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중심에는 이른바 Z세대가 있다. 1995년 이후 출생한 이들 청년세대는 중국이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사태 이후 사회주의 경제도입과 함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때 같이 자라온 세대로 애국주의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매주 한차례 이상 현 정부(대통령) 국정지지도를 비롯해 차기 대선 선호도 등에 대한 여론조사가 발표된다. 그때마다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희비가 엇갈리며, 그것을 둘러싼 의미를 읽느라 술렁인다. 그런데 지난 9월과 최근, 주요 국가 국민들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인기투표(?)를 실시한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퓨리서치 여론조사기관은 지난 6일 한국을 비롯해 미·일·호주·영국·독일 등 14개 주요 국가 국민들에게 중국에 대한 호감을 물은 결과물을 내놓았다.(6월10일~8월3일 성인 1만4276명) 핵심 내용은 부정적 인식(73%)이, 긍정적인 평가(24%)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중국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팬데믹과 국제관계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또 퓨리서치는 지난달 15일에는 동일한 시기, 같은 국가(미국 제외한 13개국)를 상대로 한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34%였다. 한국인은 59%(2019년 77%)가 ‘호감’이라고 답해 13개 동맹국 중 1위를 기록
“모국어가 영어인데 5년 전에 처음으로 우수한 한글을 접하고, 그런 문자를 천재적인 왕 한 사람이 주도했다는 사실에 반했다. 세종대왕을 영웅으로 생각했으며, 그 매력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2020년 10월 9일, 574돌 한글날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 SF(공상과학) 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인 조 메노스키가 한글날을 맞아 영어와 한글판으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써내 화제다. 제목은 ‘King Sejong the Great’(킹세종)으로 9일 종로구 통인동 세종대왕 탄신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소설을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인 작가가 영어로 쓴 최초의 한국역사 판타지 소설에서 세종대왕을 ‘영웅’ ‘천재’ 등의 단어를 동원해 세계에 알린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조선, 대한민국 백성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쓴소리하는 것 같았다. 특히 저자가 “만약 유럽의 어떤 지도자가 백성들을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다면 전 세계는 이미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막을 때린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어리석
매년 명절증후군에 시달려온 대한민국 여성들. 이번 한가위는 코로나로 부모를 찾아뵙는 수고로움(?)은 좀 덜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직장이나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주요 길목마다 우먼파워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18일 진보진영의 아이콘이었던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87세)가 숨졌다. 긴즈버그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때까지(2021년1월21일)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민주당도 그녀의 말에 호응하며 후임자를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불복’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선거전에 후임자 결정을 위한 절차를 강행하고 나섰다. 낙태ㆍ이민 반대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여성 고법판사, 에이미 코니 배럿(48세)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특히 7남매를 두고 있는 배럿은 막내 아들이 임신중 다후증후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낙태하지 않았다. 수퍼맘이자 뼛속까지 보수다. 트럼프로서는 이번 대선 결과가 대법원까지 갈 경우 자
요즘 어두움이 찾아오면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을 자주 간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사회가 깊어지면서 저녁을 집에서 하면, 밖으로 나가 1시간여 운동장에서 뛰거나 걷곤 한다. 낮에 거의 해를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의 긴장마를 거친 뒤 찾아온 최근 며칠 사이의 청명한 가을 날씨는 모처럼 자연이 주는 선물 같다. 모두들 지쳐있다.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집어삼킨지 벌써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숨도 마음대로 못 쉰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들을 불안한 마음에 다시 쳐다보는 계절이다. ‘아무 일 없이 들어왔겠지?…’하면서. 코로나사태로 세계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냉기가 안방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의 비정상이 일상이 되버렸다. 하지만 코로나가 건네준 가을 밤은 좀 다른 얘기도 들려주는 것 같다. “계절을 가리지 않던 불청객 황사도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잠시나마 서행하면서 조금은 뒷걸음치고 있다. 인류가 그동안 무한 질주해 올해는 유난히 지구촌에 기상이변 재해가 많았다. 그래서 좀 쉬었다 가라”고. 오늘밤도 운동장을 쳇바퀴 돌듯 걸으려 한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달과
세대를 넘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아 미래 기계와의 전쟁을 그린 ‘터미네이터’(시리즈)가 있다. 그 가운데 1991년 개봉작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금속 인간로봇’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슈워제네거의 총에 맞아 몸에 큰 구멍이 나도, 몸이 거의 형체가 없이 사라질 것 같아도 이내 원래의 상태로 복원된다. 불사조같은 로봇이다. ‘액체금속(형상기억합금)’은 일정 온도가 되면 기억을 찾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꿈의 소재로 알려져 있다. 그런 로봇과 싸우는 일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바늘로 100차례를 찔렀다. 순간적으로 찌그러졌으나 바늘을 떼자 원래 모양대로 돌아왔다.” “섭씨 90도로 10분간 가열했지만 일부 스파이크(돌기)만 떨어졌고 전체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헝가리의 한 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바이러스의 질긴 생명력이 오늘날 팬데믹(대유행)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통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 바깥에 나오면 생존 능력이 감소하는 데 반해 코로나는 물건 표면에 붙어 며칠간 생존할 수
“각종 감염병의 유행 상황을 설명할 때 인류 생존에 위협을 주는 전쟁에 비유하는데, 사실상 전 세계는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최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발생한 사상자가 많게는 7000만명이라고 언급한 내용을 봤다”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집계된 환자만 해도 3000만명이며 사망자는 1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감나는 비유인 것 같다. 그의 말대로라면 코로나 3차 세계대전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발발했다. 그리고 이제 9개월여가 됐는데 포연은 더 짙어지고 전장도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언제 코로나 싸움이 끝날지 예측만 할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히틀러 독일군이 폴란드의 서쪽 국경을 침공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1945년 9월 2일에 공식적으로 끝났다. 전쟁발발 만 6년만이다. 구글 자료에 따르면 전사자는 약 2500만 명, 민간인 희생자는 약 3000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를 실제 살상무기가 동원되는 전쟁과 100%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는
코로나의 폭풍속에 최근(17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뮬란’이 한국에 상륙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참여해 나라를 구하는 전설적인 여전사를 그린 액션 영화다. 뮬란 역은 중국계 미국인 배우 류이페이(유역비)가 맡았다. 뮬란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개봉이 여러차례 연기되는 아픔을 거치면서 마침내 한국팬들을 찾게 된 것이다. 필자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뮬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 개봉되기 전부터 몇가지 외적 요소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내 영화팬들의 정서를 복잡하게 흔들고 있다. 우선 주연을 맡은 류이페이와 관련해서다. 그녀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자신의 SNS 계정에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려, 디즈니 계정에서 전세계 누리꾼들의 '뮬란' 불매운동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는 뮬란의 촬영지가 중국 신장 위구르라는 점이다. 신장 위구르는 위구르 티베트 등 중국내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 수용소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 제작사인 월트디즈니는 ‘뮬란’의 엔딩 장면에서 ‘촬영에 협조해준 신장 자치구 투루판시 공안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에 감사한다’
모순(矛盾),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한 상인이 “최고의 창(矛)”과 “최고의 방패(盾)”라며 무기를 선전하자 구경꾼들이 그러면 ‘그 창으로 이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냐’고 되물어 말문이 막혔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로 ‘서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정치권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병역관련 특혜의혹 논란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야당은 계속 찌르고 추미애 장관은 열심히 방어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지금까지 현 여권으로 보면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특히 인사 부문에서 추상같이 개혁이라는 칼을 휘둘렀다. 그런데 아들 병역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번에는 칼 대신 방패를 잡았다. 반대로 야권에서는 칼을 잡은 모양새다. 한순간에 공수가 바뀐 것이다. 우리 정치권의 대표적인 단골 이슈를 꼽으라면 ‘병역’과 ‘위장전입’을 빼놓을 수 없다. 병역 문제는 1997년 한나라당(신한국당) 이회창 대선 후보 시절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이후 20년 이상 정치권의 흥행몰이 상위에 올라있다. 위장전입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 논란도 경중의 차이나 법적인 잣대를 제외하고 얘기한다면 기존 정치권의 정쟁 프레임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