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센터에서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과 피아니스트 김대진, 문지영의 연주를 감상했다. 공연제목은 백건우와 슈만, 가을슈베르트(김대진, 문지영). 두 팀 모두 경기아트센터가 수년전 언론에 자랑스럽게 보도하면서 구매한 피아노로 연주했다. 두 공연을 감상하고 수일이 지난 후에서야 아트센터 홈페이지에 들어와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1946년생인데 1956년 10살에 시립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2007년과 2017년에 8일동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이며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홈페이지 글을 필사한 것이다. 아마도 판소리 춘향전, 심청전을 완창한 것보다 더 긴 시간을 빠르게 연주한 것으로 생각한다. 김대진, 문지영 피아니스트는 師弟之間(사제지간)이다.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고음과 저음을 동시에 연주했다. 한 대의 피아노를 두명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공연을 후원한 지역난방공사가 고맙다. 공연장 객석은 코로나19로 한자리씩 비워두고 있으니 마치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앉은 느낌이다. 오늘 피아노 공연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피아니스트는 공연장에 준
글을 쓰면서 의무적, 기계적이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우선은 제목을 길게 잡지 말아야 하고 사회적인 기준에 맞는 내용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용어의 선택이 어렵다. 이 글을 누군가에게, 독자에게 보인다는 전제가 있으므로 마음속의 울림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글을 쓰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싶지만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면 곤란하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래서 중간쯤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성이 있는 분들의 반론이 걱정이다.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면 눈치 빠른 동료나 선후배들이 누구를 지칭하는가 알아챌 것 같으니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러는 아예 실명으로 쓰기도 한다. 물론 좋은 이야기이니 당사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본인에게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익명으로 하는 경우에 어느 정도 알아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공무원으로서 전임자나 후임자에 대한 이야기도 어렵다. 사실 부족한 전임을 만나야 후임이 빛나지만 능력있는 후임을 만나야 감사를 무난히 넘긴다. 올해 처리한 업무는 대부분 3년후에 감사를 받는다. 후임자가 확인서를 쓰겠지만 징계는 처리한 담당자가 감당할 일이다. 그래서 후임을 탓하기도 하고 감사부서를 원망하기도 한다. 공직생활중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을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맘먹지 말고 죽으라." 사형 전,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이 편지는 이렇게도 요약 기록되었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2012년 공무원 장기연수프로그램 첫날에 이 편지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낮에 국립현충원 참배를 하였고 오후에 2박3일간의 현장 합숙교육이 이어졌다. 공무원 교육에서 정말로 필요한 내용이라는 공감을 했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1862~1927)여사는 러시아 동부 각지를 돌며 동포들의 독립의식과 민족의식 고취를 위한 강연활동을 전개했다. 1907년 7월 안중근은 독립운동을 위해 고국을 떠나고자 돈의학교 교장직을 사직하고 모친인 조마리아에게 작별을 고하자 여사는 아들 안중근에게 “집안일은 생각하지 말고 최후까지 남자답게 싸우라”격려했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안중
가황 나훈아의 공연을 보니 모니터에 접속한 많은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랜선관객으로 들어왔다. 공연내내 춤을 추는 외국의 가족 모임도 있다. 제주도에서도 여사님들이 들어와서 환호했다. 멋지게 디자인한 앰블램을 자신이 보고 흔들었다. 다음번 다른 랜선공연을 준비하는 PD가 고려했으면 한다. 화면에는 거꾸로 나온다. 이를 지적하는 직업병에 대한 이해를 청한다. 코미디프로그램에서는 랜선이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랜선관객의 화면에 X가 여러개 보이면 개그맨은 퇴장당한다.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경비원이 끌어낸다. 분위기를 다운시킨 잘못을 징벌하는 것이다. 짧은 코미디 공연시간에 풀타임으로 나오고 싶을 것인데 초반에 끌려나가면 아쉬움이 크겠다. 최근에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과 연결하여 지정강사로서 "적극행정 면책"에 대한 강의를 했다. 처음에는 전북 완주시소재 행정안전부 소속의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대면강의로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두 번 연기되었고 랜선강의로 변경되었다. 인터넷이나 노트북에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이 컸다. 라이브 방송 30분 전부터 긴장하고 기다렸다.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어려서 동네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옛부터 뱀은 ‘業’이라 하여 ‘집지킴이’로 모셨다. 어르신들 말씀중에 “부잣집 업나가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말은 큰 구렁이가 재물을 늘게 해 주는 집지킴이로 있다가 슬며시 나가면 집안이 기울어 간다고 믿어 왔다. 그런데 어린시절 농촌의 어르신들은 뱀뿐 아니라 집안에 사는 모든 동물을 바로 業으로 여기신 것 같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집 밖으로 나온 달팽이, 지렁이, 두꺼비,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미꾸라지조차 귀하게 대했다. 우리의 재산을 지키고 가족의 吉凶禍福(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격화된 동물로 대우받았다. 이들 業 동물들은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집을 옮겨간단다. 재산싸움, 무모한 욕심,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다하지 못하는 집에는 더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산이란 본인의 노력에 의함도 있지만 주변의 성원, 소비자, 정부정책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증식되는 생물체라 할 것이다. 그러니 증식에 합당한 세금을 내고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하지 못한 부자를 일러 ‘猝富(졸부)’라 하고 갑자기 돈을 번 사람이 돈을 제대로 쓸 줄 몰라 일탈된 행동을 하는 증상을 졸부증후군
1982년 공직의 회식에 4급 부서장이 30분 늦게 도착했다. 먼저 자리한 30명 직원들의 불만이 일기 시작하더니 7급 중간쯤 되는 선임들이 몰래 반찬을 먹기 시작했다. 요즘 부서장이라면 자신이 늦으니 먼저 식사를 시작하라 연락을 하겠지만 당시의 공직 상층부 어르신들은 그런 배려를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몰래 시작된 접시빼기는 한동안 진행되었고 결국 상다리 아래에는 10개가 넘는 빈 접시가 쌓였다. 1985년 회식 중반에 술을 강권하는 간부를 조력(?)하면서 또 문제의 그 7급 선배들이 건네준 사이다가 든 소주병을 서빙하다가 혼자서 다 뒤집어 쓰고 벌주를 하사(!)받았다. 그날 회식은 음식 먹은 기억없고 벌주로 마신 소주의 진한 진향만 기억난다. 25도 톡 쏘는 소주의 송진 맛을 당시 젊은이들은 진맛이라 했다. 8급까지는 당하는 줄 알면서 피하지 못했던 회식의 아픈 기억이 참으로 많기도 하다. 2015년경 세월이 흘러가니 이제는 회식을 주관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래서 일찍 도착해서 동료들을 기다렸다. 참석 인원만큼 사다리를 그려서 자리를 정했다. 복불복으로 결정되는 자리이니 방석배정에 대한 불만이 없고 옆자리, 앞자리에 누가 앉는가는 그날의 운이다
비닐쪽인가 종이쪽인가 아니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하나. 쓰레기를 분리수거할 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고민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일상의 쓰레기로 자리잡은 게 일회용 마스크다. 분리 수거할 때 보면 비닐쪽에 버려진 경우도 있고 종이 수거함에서도 보게 된다.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는 주요 소재가 폴리프로필렌, 즉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환경부 가이드에 따르면 마스크는 종량제 봉투에 넣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반 쓰레기로 묶여 매립되거나 소각처리된다. 기술이 발달돼 소각처리에 따른 환경 문제는 거의 없다고 한다. 코로나사태로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산길을 다니다 보면 예전에는 먹다 버린 물병이나 일반 휴지가 많이 보였는데 요즘에는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자주 보게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달 1290억장 정도의 마스크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한국의 경우 하루 1200만장이 생산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하루 1억장 이상 마스크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같은 플라스틱 소재 마스크가 산이나 바다, 일반 거리에 마구 버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마스크는 땅에 묻어도 수백년 동안 썩지 않고 바다로 들어가면
1974년 2월 소인이 찍힌 5원짜리 관제엽서는 초등학교 은사인 황인각 선생님이 봉담초등학교 재직 중에 보내주신 고등학교 합격을 축하하는 편지다. 세필 붓으로 “축! 합격, 진심으로 합격을 축하합니다”라고 정성스럽게 적어 보내주셨다. 이 엽서를 앨범에 넣어두고 간직하다가 10년 전부터 자랑을 시작했고 지금도 애지중지(愛之重之)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인들에게 보이곤 한다. 요즘에는 손 편지를 거의 보내지 않으니 우표값을 알지 못하겠지만 1998년에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다시 찾아보니 우표 170원이 붙어있다. 2003년 6월에 아이들이 수련회가서 보낸 편지의 우표는 190원이고 2006년 편지에는 220원, 2018년 엽서는 330원이다. 요즘에는 편지보다 소포가 많은데 책 한권 보내는데 4000원을 지불한다. 안산 소재 직장을 다닐때는 가끔 아내와 아이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서 손편지 쓰기를 확대하자는 의견을 SNS에 올렸다. 기자가 보고 기사로 올렸다. 아내와 자녀들에게 평소 하지 못한 진심을 담은 편지를, 자리를 옮긴 동료에게는 의례적인 문자메시지 대신 손편지를 통해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손편지 사랑은 언
분재는 고개를 숙인 자에게 진면목(眞面目)을 보인다 하고 아는만큼 보인다고도 한다. 올라올 때 못본 꽃을 내려갈 때 보았다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 (그 꽃 전문, 고은)” 여기서 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정말 꽃이기도 하겠다. 바쁘게 살다 보니 다 살피지 못하는 인생이다. 아들딸 자식보다 손자 손녀가 더 예쁘다는 역설이 역설이 아니라 정설이란다. 젊어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아들딸 키우기에는 버거웠고 인생 중 청춘이 바빴다. 그러다가 나이 들어 꼬물거리는 슬하의 손자·손녀가 예쁘단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란다. 과거 봉건시대에 시골에는 아들은 미워하여 외면하면서 손자·손녀를 귀엽다하는 할아버지가 많았다. 그래서인가 세상사는 보는 시선과 시야에 따라 달리 보인다.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마라는 말로 풀어본다. 잘할 것이라는 동료가 틀렸을 때 오는 실망감보다 못할 것이라는 후배가 잘했음을 알아내지 못하는 선배가 걱정이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선배와 후배의 연결고리로 이어간다. 그리니 가정이든 직장이든 정치사회이든 지역사회 모임에서조차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시각과 시선을 공유해야 한다. 자신의 고정 프레임을 고수하는
인간의 생활현장을 들어다보면 참으로 수많은 소품이 필요하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 엄마의 짐은 작전 나가는 군인들의 배낭무게를 넘을 것 같다. 의식주(衣食住)를 메고 들고 다니는 듯 보인다. 우유병, 분유, 보온병은 ‘먹일 식’(食)이고, 기저귀, 손수건, 티슈, 면봉 등은 ‘옷 의’(衣)이며 유아차로 개명하자는 유모차, 양산, 지붕 등은 ‘주택 주’(住)라 하겠다. 반면 사자와 호랑이는 천적의 속도를 따라잡는 탄력스러운 네다리와 방향을 조절하는 꼬리, 뾰족한 송곳니, 후각, 빠른 판단력으로 먹고 산다. 방송에서 동물의 왕국을 보면 그 처절함이 보인다. 물소나 양 등 큰 동물을 공격하는 모습에서는 사자의 위엄보다는 먹이를 구하려는 가장으로서의 애잔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은 사자에게 뿔이 있으면 더 쉽게 사냥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신은 뿔을 주지 않았고 사자는 뿔 없이도 밀림의 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화면은 사자, 호랑이, 표범, 하이애나 등 맹수들의 공통점이 뿔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뿔을 쓰지도 않을 것 같은 소, 누우, 사슴, 산양 등 비교적 약한 초식 동물에게는 뿔이 주어졌다. 그리고 ‘동물의 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