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실이 지난 5일 한전이 전기료와 통합 징수해 온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하자, 사흘 뒤 김의철 KBS 사장이 ’수신료 분리징수가 철회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발표가 있자, 조선일보는 ‘KBS 수신료, 전기료와 분리 징수한다’고 확정된 것처럼 보도했다. ‘수신료는 사실상 국민세금···국민 불편 호소 반영’이라는 대통령실 입장만을 부각시켰다. 중앙은 ‘대통령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개혁 신호탄?’이란 스트레이트 기사와 ‘대통령실 “KBS 수신료 통합징수, 국민 찬성 0.5%뿐”'이라는 제목으로 해설기사를 내보냈다. 두 신문은 분리징수가 ’개혁‘인지 ’개악‘인지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 동아는 ’대통령실 “KBS 수신료, 전기료와 분리징수를‘이란 제목으로 보도해 가치판단을 배제했다. 권고를 반영한 제목이었다. 해설기사도 대통령실이 제시한 국민 97%가 분리 징수를 찬성한다는 주장과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KBS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했다. 한국·경향·한겨레는 첫 번째 사설로 KBS 수입의 45%를 차지하는 수신료 분리징수의 문
“비정상의 정상화 1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1주년을 맞는 5월 10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대통령의 주관적인 평가를 제목으로 썼다. 넓게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33% 내외의 일부 국민 생각이다. 세 명 중 한 명 정도만 수긍한다는 말이다. 다음날인 11일자 5면에는 ‘2년차 국정은 속도 더 내서 변화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정 기조에 맞지 않는 관료가 있다면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알려졌다’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언론 보도에서 금기시하는 표현이다. 소문을 확인해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대통령실 취재원에게 사실을 확인해 ‘말했다’고 해야한다. 없어져야 할 관행이지만 우리 언론계에서는 이 같은 표현을 사실인 것으로 간주한다.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일 경우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돌아본 해설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기사 일색이었다. 미흡한 부분은 거대 야당 때문이었다는 대통령의 생각만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설도 외교는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 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4·19혁명 기념식에서 한 발언이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역대 대통령 연설기록 8980건 중 ‘사기꾼’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얼마나 예민해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신고·상담 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연설한 그날,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미국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사에 우리 돈 약 1조 4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미니언사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28개주에 투·개표기를 공급했다. 이 배상금은 언론사의 명예훼손 소송금액 중 역대 세계 최고다. 기존 최고액은 2017년 ABC뉴스가 육류 가공업체 비프 프로덕트에 지급한 약 2700억 원이었다. 폭스뉴스는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개표 조작이 있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을 일방적
요즘 일본만큼 행복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화끈하게 무릎을 꿇었다. 두 나라 외교전을 콜드게임으로 장식했다. 그들을 더 기쁘게 한 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승 우승이다. 멕시코와 준결승에서 4:5로 뒤지던 경기를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6:5역전했다. 영웅은 일본의 이승엽, 무라카미였다. 그는 역전 2루타를 치기 전 4번 타석에 나와 모두 삼진만 당했다. 그래도 감독은 그를 믿었다. 결승도 미국을 상대로 3:2로 승리했다. 9회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오타니가 마운드에 올랐다, 미국의 마지막 타자는 LA에인절스서 오타니와 같이 뛰는 연봉 490억 타자 트라웃. 메이저리그 다섯 번째 고연봉자다. 2020년에는 최고연봉 선수였다. 그를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14년만의 우승이었다. 말 그대로 만화야구였다. 한국야구는 호주와 일본에 져 예선 탈락했다. 대표팀을 향한 언론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월 안우진이 WBC 대표팀에 탈락하자 이를 비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추신수 발언까지 옹호하는 듯한 보도가 나왔다. 추신수는 미국의 한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해하기 힘들다”며 “일찍 태어났다고 선배인가”라고 했다. 김현수
꼭 다루고 싶었다. 그러나 시의성을 잃으면 의미가 반감되는 주제들 때문에 불가피하게 뒤로 미뤘다. 두 달이 다 된 시점에서 이 이슈를 끄집어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갈수록 악화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선일보가 눈길을 끈 신년기획을 했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이란 이름으로 6일간 연속보도를 했다. 1월 3일자 《국민 40% “정치성향 다르면 밥도 먹기 싫다”》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를 포함, 매일 2∼3면을 할애했다. 기사 내용에는 ‘정치성향이 다르면 본인이나 자녀의 결혼이 불편하다는 답도 42%에 달했다’는 조사내용도 담았다. ‘정치적 양극화가 우리 일상까지 지배하며 국가적 리스크로 떠올랐다’며 우려도 했다. 이 신문은 신년호인 1월 2일자에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신년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했던 것처럼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는 상징성을 띤다.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은 고전적 가치 중의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일보의 문제 제기는 적절했다. 그러나 원인 진단과 해결책은 공감을 자아내기엔 크게 부족했다. 이 여론조사를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3월 8일 열린다. 하루가 멀다고 기괴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대통령이 지원하는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미디어를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좋은 교육사례를 제공했다. 김 의원은 ‘배구 여제 김연경과 가수 남진이 자신에게 응원의 꽃다발을 전했다’며 이들과 함께 찍은 연출 사진 한 장을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27일 오전, 중앙일보는 《김기현 양 옆에 김연경·남진 ‘엄지척’···꽃다발 들고 응원갔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린다”는 김 의원의 발언까지 기사에 친절하게 담았다. 뉴스1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김기현 의원은 두 사람과 오래전부터 계속 알고 지내던 사이로 과거에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라는 김 의원측 관계자 말까지 인용했다. 비슷한 기사가 이날 오전에만 수십 건 이어졌다. 다음날인 28일. 이번에는 김연경과 남진을 비판하는 댓글을 나무라며 네티즌을 훈계하는 듯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디지털타임스의 《“식방 언니 소름, 2찍이었나” 김기현 응원한 김연경·남진···사진 한 장에 ‘
언론은 민심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당위가 흔들리고 있다. 민심을 반영하려는 언론의 노력이 느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심을 억지스럽게 끌고 가려는 시도까지 서슴지 않는다. 시민들은 언론이 민심을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따랐다. 언론이란 거울에 성에가 두텁게 끼더니, 이젠 거울이 깨질 조짐마저 보인다. 그래서인지 뉴스를 회피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우리 언론은 여론을 반영해야 하는 1차 의무를 등한시한 채, 여론형성(프레임)이라는 힘을 과시하는데 과도하게 집착한다. 그러니 무리수가 따르고 신뢰는 추락한다.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건물 높이만 올리는 꼴이다. 그 사례들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기사만 점검해도 확연하다. 이번 설 민심을 전하는 기사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지난 24일 오후 1시 40분. 《“윤석열 정부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실망”···광주 전남 민심, 단단히 뿔난 이유》라는 제목의 디지털타임스 기사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화면에 올랐다. 광주 4명, 전남 2명 등 6명의 국회의원이 전하는 내용만으로 기사화했다. 이 기사는 하루 동안 댓글 4466개가 달렸다. 클릭수 대박 조짐이 보였
대장동 불길이 언론계로 번지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김만배, 전직 언론인 남편 남욱 등 대장동 관련자들과 거액의 돈거래를 한 기자들이 속한 언론사가 공개됐다.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다. 관련 기자들의 이름은 이미 언론계에 비밀이 아닐 정도로 회자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손쉽게 기자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명품구두를 받았다는 채널A 기자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그들이 보도헀던 기사를 찾아내 교묘하게 편파보도 한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채널A 기자는 김만배와 머니투데이에서 같이 근무했던 2011년 5월 31일, 50억 클럽 멤버 곽상도 변호사를 공동 인터뷰 해 《저축은행 비리, 처벌 강화해야 발본색원》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곽상도는 완벽한 법조인으로 그려졌다. “검찰권은 국민을 대신해 수사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검찰이 돼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과 함께 더 이상의 찬사가 없을 정도다. 한국일보 기자는 지난해 10월 《30%에 갇힌 민주당》이란 칼럼에서 “대장동 수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턱밑까지 파고들었다.”며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고, 민주당발 정계개
지난 2년간 매달 두 건씩 저널리즘 비평을 썼다. 아직 비평할 주제가 없어 고민한 적은 없다. 유사한 주제가 반복될 때, ‘또 다뤄야 하나?’를 고민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만큼 한국언론의 그릇된 관행이 고쳐지기 어렵다. 한 일간신문의 논설실장을 지낸 선배가 “한국만큼 미디어비평 거리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저널리즘 비평의 성격상 비판적 관점에서 모든 칼럼을 썼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칼럼은 칭찬할 것들을 찾기로 했다. 성찰하는 기자를 보면 고맙다. 지난주 한겨레신문 전광준 기자의 《‘법조기자단’에 있다는 것》이란 칼럼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잘못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언론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 검찰조직 못지않은 법조기자단의 폐쇄성과 선민의식이 검찰과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입사 5년이 안 된 젊은 기자의 문제의식이라 더 반가웠다. 대한민국을 1년 넘게 뒤흔든 대장동 사건의 주범 김만배는 법조기자로 쌓은 인맥을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법조 권력의 감시자였어야 할 기자가 외려 법조 비호자였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언론 보도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학자 글을 접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검사 정원 향후 5년간 220명 늘린다’ 지난 목요일(8일) 대다수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현행 검사 정원은 2296명이다. 법무부 계획대로 정원의 9.6%인 220명이 늘면 검사 정원은 2512명이 된다. 언론의 이목을 끌만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실세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발 기사였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 파격적 인력 증원이기 때문이다. 현정부의 정책설계를 총괄 지휘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후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여 허리끈을 졸라매고 뼈를 깎는 강도 높은 혁신을 추구 해야한다”며 “공공기관 정원을 줄이라”고 몰아쳤다.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는 자극적인 발언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검사 증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고, 검사증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국회는 야당이 다수 의석이다.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법무부의 검사 증원 관련 일부 언론 기사는 취재원(법무부)의 일방적 입장만을 전달하면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잘못을 했다. 문화일보는 《검사 정원 220명 늘린다》. 조선일보·서울신문·매일경제는 《5년간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