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doorstepping). 윤석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대통령실 청사에서 행해지는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이다. 대통령이 기자가 묻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한다. 간단한 형식이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발언내용이나 생각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특정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극명한 매체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뉴스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은 언론의 축소나 과장보도가 없는 팩트를 접할 수 있어 반가운 일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실의 한 참모가 “정권교체 후 거의 유일하게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사례”라고 말할 정도다. 대통령도 본인의 생각을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집권 초기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언론접근 방식이라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관건은 지지율이 내려가고 여론의 비판을 받는 때가 와도 초심을 잃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퇴임 때까지 지금과 같은 방식의 언론접촉방식을 지속한다면, 어떤 대통령도 실현하지 못한 ‘소통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도 홍보수석, 대변인 등 고위관계자가 전하는 일방적인 말이
셀럽(Celeb). 젊은 세대에겐 일상화된 말이지만 기성세대에겐 익숙지 않은 말이다.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 유명인이다. 언론이 본질적으로 좋아한다. 독자·청취자·시청자를 모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광고로 보상받고, 셀럽은 유명세를 더욱 공고히 한다. 반면 뉴스의 질은 곤두박질한다. 최고의 셀럽 중 한 명이 진중권이다. 그의 한 마디는 놓쳐서는 안 될 취재원으로 둔갑됐다. 언론의 짝사랑 정도를 알아봤다. 지난 한 달간(5월 20일-6월 19일) 네이버 뉴스에서 ‘진중권’이란 키워드를 넣고 검색했다. 세계일보 37건, 중앙일보 34건, 국민일보 32건, 조선일보 22건(주간조선 6건 별도), 문화일보 18건, 서울신문이 10건을 기사화했다. 이어 한국일보가 5건, 경향신문, 동아일보, 내일신문이 각각 1건이었다. 한겨레만 한 건도 없었다. 이중에는 16일 자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의 칼럼처럼 진중권의 발언을 질타하는 경우도 있다. 진중권은 김건희 여사가 지인을 대동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데 대해 비선논란이 제기되자, 14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공식적인 자리에 비공식적으로 사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뭐가 나
기억을 환기하는 일조차 두려운 2014년 4월 16일, 언론은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사건을 보도했다. 정부발표를 검증 없이 보도했다가 초대형 오보가 된 사례였다. 정부발표도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 극적인 사례다. 세월호가 침몰한 그날, 정부발표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없었다. 더구나 학생들의 생명과 관련된 정부발표였기에 언론이 그대로 믿을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진실이 아니었다. 결국 언론이 전달한 거짓뉴스에 국민은 속았다. ‘기레기’는 이때 잉태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국토교통부가 큰 잘못을 했다. 6월 4일 오전 “장관 바뀌더니 미래를 내다보는 ’영험한‘ 국토교통부”라는 제목의 기사로 SBS 김범주 기자가 세상에 알렸다. 김 기자에 따르면 선거 이틀 전인 5월 30일 월요일 아침 7시 37분, 국토교통부는 출입기자들에게 ‘GTX 확충으로 꼭두새벽 출근길 전쟁에서 해방’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냈다. 보도는 그날 오후 3시부터 해달라는 요청이 덧붙여졌다. 보도자료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 30일(월) 14시 GTX-A노선의 종착역인 동탄역 공사현장을 방문하여 지역주민과 만나…다양한 의견을 듣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은 전세계 뉴스의 중심에 섰다. 언론은 첫날 삼성 평택공장 방문, 다음날 한미 정상회담, 마지막 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단독 면담 등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언론의 취재경쟁도 뜨거웠다. 우리 언론보도의 고질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외눈박이 보도였다. 장점만을 부각했다. 국가간 거래에서 한 나라에게만 혜택이 일방적일 수는 없다. 얻는만큼 잃는 것도 있다. 언론은 부작용도 짚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리는 중국을 자극할 여지가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확정 했다. 중국은 우리 교역량의 25%를 차지한다. 이면을 비추는 언론은 극히 드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보인 자국민을 위한 처절한 일자리 창출 노력을 부각하지 못했다. 조선일보는 23일(월)자 4면에 《올땐 삼성, 갈땐 현대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이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신설해 3000개, 현대차그룹은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미국에 만들어 줄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두 재벌 총수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총수들에게 미국에 투자해달라고 굽신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가 활동하던 2013년 1월21일(월).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북 탈출 주민 서울정착 지원업무 탈북 공무원 간첩혐의 구속’이라고 보도했다. 다음날도 1면 머리기사로 ‘간첩 정체는 탈북자 행세한 화교였다’고 대서특필했다. 사설과 기획기사까지 이어졌다. 당시 이 사건을 동아일보에 이어 기사화한 신문은 조선일보가 유일했다. 22일자 사회면에 공안당국 발표를 인용, 간략하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간첩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탈북자라고 했다. 두 신문을 빼고는 어떤 신문도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 간첩 누명을 뒤집어 썼던 유우성씨는 2년 9개월만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 때문이었다. 2018년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진상위원회 재조사 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비서관 19명을 1차로 인선 했다. 국무총리나 장관 지명자들의 인사청문절차가 진행되는 마당이라 언론의 관심을 크게 받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간첩 조작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변호사가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자 언론들은 장관급 이상의 뉴스가치를 부여했다. 아울러 9년전 간첩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다는 평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강한 비판을 하지 못해왔던 점도 이런 비판을 받게 한 요인이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려면, 정치가 국민 상식을 일탈할 때 개처럼 짖어대야한다. 그래서 감시견이다. 다만 감정 섞인 비판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감정의 개입은 언론이 짖는 소리를 의례 그런 집단 정도로 전락시킨다. 새 정부 인사청문회는 언론이 언론다움을 회복할 좋은 기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4월 3일 한덕수 전 총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10일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13일에는 나머지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언론의 집중 검증을 받았다. 지명 다음 날인 11일(월), 언론은 그가 윤 대통령 당선자와 ‘40년 지기’라고 보도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윤 당선자가 경북대 의대 출신의 정 후보자와 어떻게 40년 지기가 됐을까?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정 후보자의 고교 친구와 윤 당선인이 서울대 법대 동기여서 친분을 맺게 됐다는 한 줄 보도 덕이었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은 40년 한결같은 친구”라며 “식사할 때면 먼저 계산하려 했다. 공무원 봉급을 받아 가
언론이 참 태평해 보였다. 프로야구 기사를 읽으면서 와닿은 느낌이다. 특히, 신문이 그렇다. 2022프로야구가 지난 4월 2일 토요일 오후 2시 잠실야구장을 비롯해 전국 5개 야구장에서 성대하게 개막됐다. 최근 일부 선수들의 일탈행동으로 팬들의 외면을 받아온 프로야구였다. 하지만 금년은 팬들의 관심을 끌 흥행 요소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경기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SSG 김광현과 기아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왔다. 류현진의 LA다저스 시절 동료로 야구팬들 사이에 친숙한 야시엘 푸이그가 키움에서 활약한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는 신인도 있다. 김도영이다. 그는 4할이 넘는 타격으로 시범경기 수위 타자를 차지했다. 그에 필적할만한 다른 신인들이 1군엔트리에 많이 포함됐다. 지난 두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치뤄졌거나 소수의 관중만 입장이 허용됐다. 음식물 섭취는 물론 응원도 불가능 했다. 이젠 함성을 지르는 응원을 뺀 모든 제약이 다 사라졌다. 야구장은 일상회복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다.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하다. 시즌 시작 직전엔 야구인 출신 허구연씨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취임 했다. 취임
언론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상이 있다. 퓰리처상이다. 매년 4월이면 15개 분야에 걸쳐 수상작을 발표한다. 금년이 106회 째다. 수상자는 전세계 언론인의 부러움을 산다. 그가 일하는 언론사는 덩달아 권위를 얻는다. 수상 기사는 저널리즘을 지키는 희망의 빛이 된다. 그 상을 있게한 퓰리처가 한 명언이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은 함께 일어서고 함께 무너진다”. 20대 대선보도는 숱한 비판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정파적 보도까지 곳곳에서 경보등이 켜졌다. 선거 이후 보도들도 우려를 자아낸다. 검찰총장 등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표를 종용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받아쓰고, 의도된 보도자료를 베껴쓰는 관행은 한치의 개선도 없다. 마치 새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재촉하는 듯한 추임새 보도를 거침 없이 해대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MBC라디오에 출연, “김오수 검찰총장은 스스로 거취결정하라”라고 했다. 물러나라는 소리였다.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앙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을 권력에 예속시키고 권력의 주구로 만들었다”며 “본인이 한 일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선거는 끝났다. 그런데 선거보도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칼럼은 물론 스트레이트 보도조차 진영 논리로 춤을 췄다. 칼럼은 특정 캠프의 감독 명령으로 둔갑하고, 스트레이트 기사는 다른 언론이 검증하는 사안을 물타기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의 ‘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는 칼럼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학생이나 초년병 기자의 저널리즘 강의에 쓰면 더없이 좋을 사례가 됐다. 강의제목은 ‘버릴 관행’ 정도면 적절해 보인다. 보쌈이란 용어는 품격 있는 언론인이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이다. 그가 쓴 보쌈은 ‘삶은 돼지고기 편육을 절인 김치에 싸서 먹는다’는 뜻으로 쓰인 게 아니다. 투표용지 인쇄 마감일인 2월 28일을 혼인이 가능한 마지막 날로 보고, ‘혼기를 놓친 윤석열은 과부인 안철수를 납치해서 강간하고 같이 살라’는 교시였다. 후보나 선거 캠프의 일방적인 발언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관행도 여전해, 네거티브 선거전의 불쏘시개가 됐다. 클릭수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된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선거 진영에서는 더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 냈다. 언론은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 써 확성기 노릇을 자처했다. 유시민 작가는 3월 3일 MBC ‘100
TV토론을 보고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가 있을까? 거의 없다. 5% 내외다. 지난 3일, 20대 대선 후보 1차 TV토론이 끝난 후 조사를 봐도 그렇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 리퍼블릭에 의뢰해 7일 보도한 결과는 ‘TV토론을 보고 바꿀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는 7.3%다. 행동으로 옮길 유권자는 이보다 더 낮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보도한 내용도 비슷하다. 1차 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꾼 사람은 6.3%였다. 11일(금)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까지 두 차례 토론이 끝났다. 앞으로 후보가 싫어도 나서야하는 법정토론회 세 차례가 더 있다. 후보간 합의로 더 할 수 있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토론에 따른 이해득실이 있어 합의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TV토론을 거치면서 든 생각은 ‘국민 모두가 대선 해설위원’이다. 철벽 논리로 무장돼 있다. 군필 남자들의 군대 무용담 같다. 첫 TV토론은 시청률이 39%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후보가 출마했던 1997년 15대 대선토론 시청률 55.7% 이후 최고 기록이다. 종편,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청률은 놀랍다. 요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