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을 통일한 진시황은 몽염(蒙恬)에게 명하여 흉노에게 잃어버린 북쪽 땅을 회복한 후(BC 215년) 이미 있던 성(城)들을 연결하도록 했는데, 그것이 만리장성이다. 당시에는 흙으로 만든 토성이었고, 현재의 것은 명나라 때 작품이다. 그런데 그 때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만리장성이 북방민족을 제대로 막아낸 적은 없다. 수천 킬로미터의 장성에 군대를 다 주둔시키기 어려웠고, 한 군데만 뚫리면 전체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장성축조에 동원된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웠던 것은 외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이었다. 실상은 아직 망국의 한을 풀려고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을 장성축조에 동원하여 힘을 빼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정벌한다는 명분 아래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과 같다. 명분에 가려 세심한 내용을 따져보지 못한 채 결국 후회하는 일들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사례는 국회의원 선거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다. 꼼수에 꼼수만 양산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수만 계산하던 정당투표를 전체의석수를 결정하는…
겨울 문턱은 삭막하다. 겨울엔 모든 것들이 동면에 들어간다. 나무는 가지를 벗고 맨몸으로 칼바람을 맞이할 태세를 갖춘다. 어찌 나무뿐이랴. 어린 시절 가난한 내 이웃들도 겨울 문턱엔 저마다 허둥거렸다. 겨울은 두려웠고 겨울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행여 먹을거리가 모자라지 많을까. 행여 추위에 떨 내 새끼들에게 무엇을 입힐까? 사람들은 허름한 장롱문을 열고 겨울 준비를 서둘렀다. 이미 바람결이 선뜻해진 겨울 문턱에서 너나없이 들판에 나서 한 톨이라도 더 거두기 위해 가을 추수에 땀 흘렸다. 어린 나는 그런 겨울을 기다렸다. 겨울에는 눈이 오기 때문이다. 얼음 위에서 뒹굴고 놀기 좋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내 첫눈이 오기를 기다렸다. 삭막한 겨울 아침 집 뒤란의 대숲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와 참새 소리도 기다려졌다. 그러나 나에게 겨울은 춥고 배고팠다. 그런데도 나의 겨울은 이상하게 설렘을 안겨주었다. 나에게 겨울은 기다림의 계절이었다. 추위 속에서도 얼음이 풀리고 봄이 온다는 희망의 계절이었다. 겨울이 있기에 봄이 오기 마련이니까…. 우리의 생인들 무엇이 다를까? 나의 어린 시절은 차가운 빙점이었다. 춘궁기가 있던 내가 자란 합천 골짝은 겨울이 너무나 가혹
제주특별자치도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불구, 4박5일간 제주도를 여행한 서울 강남 모녀를 상대로 1억3천200만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소장의 내용은 강남구 21·26번 환자 모녀가 지난 20일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제주를 여행하면서 방문시설 임시 폐쇄와 접촉자 자가 격리 등 피해를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미국 유학생 모녀가 4박5일간 제주를 다녀가면서 도내 20여 업체가 폐쇄됐고, 도민 96명이 2주간 생업을 중단하고 자가 격리됐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외에도 이들 모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체와 개인들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강남 모녀에 대한 처벌을 청원하는 글을 비롯해 이기적인 행동으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확진자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청원이 줄을 잇는다. 지난 달 30일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자신을 “코로나19로 인해 단축근무로 급여도 삭감되고, 결혼준비 마저도 제동이 걸려 각종 위약금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 시민”이라고 소개한 뒤 자신보다 더 힘들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심란한 마음을 다잡
코로나19 확산방지와 학사일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정부가 결국 온라인 개학이라는 처방을 내놨다. 온라인 개학은 역사상 처음이다. 어제 교육부는 오는 9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물론이고 교육당국조차도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아무런 예행 연습없이 맞게 됐다. 하지만 당국이 나름의 계획을 내놨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사각지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온라인 수업을 들을 만한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이 걱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2019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태블릿PC 등 컴퓨터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71.7%다. 바꿔 말하면 10가구 가운데 3가구는 컴퓨터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컴퓨터 보유율 격차도 크다. 특히 전남(51.6%)과 경남(58.5%), 강원(58.7%), 경북(59.0%) 등은 컴퓨터 보유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인 인천도 2.01%인 6천216명이 원격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아울러 집에 학생이 2명인데 컴퓨터는 1대만 있다면 두 명 중 한 명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인해 건강 적색경보 상태인 요즘 면역력 강화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면역력을 키운 환자는 감염병이나 외과 수술과 같은 신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다. 의사들이 면역력 강화를 위해 강력히 추천하는 운동은 바로 ‘코어근육 운동’이다. 코어근육은 ‘코어(core, 중심)’라는 단어 뜻 그대로 몸의 중심인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으로 허리-골반-엉덩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아주 깊은 곳에 존재하는 근육이라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최근 코어근육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코어근육은 똑바로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강력한 힘을 내도록 돕는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은 코어근육이 쉽게 약해질 수 있다. 코어근육이 약한 사람은 요추 염좌(허리가 삐끗하는 담 증상)와 허리통증이 자주 발생하는 반면에 코어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심근경색이나 암 수술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사망률이 낮다는 연구가 여러 논문을 통해 입증됐다. 허리통증 환자에게…
아무리 환란이 덮쳐도 세월을 이기는 혹독함은 없다고 했던가? 어김없이 4월은 다시 찾아왔다. 화사한 꽃들의 잔치가 더욱 실감나는 계절로 성큼 다가 선 것이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중략)”라고 읊은 엘리엇의 시 ‘황무지’처럼 엄동의 겨울을 지내온 인내의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어 다가오는 시간이기도 하고. 이맘때면 어딜 둘러보아도 꽃들이 눈에 띤다. 시인 박목월은 이러한 정경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중략)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김순애는 여기에 곡을 붙여 국민 가곡 ‘4월의 노래’를 지었다. 그런가 하면 이해인 수녀는 ‘4월의 시’로 꽃들이 찾아온 계절을 예찬했다.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중략)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
정부가 4월 1일부터 출발지나 국적, 장ㆍ단기 체류 여부 등을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이번 조치는 국내 방역 상황이 안정적 관리와 재확산의 갈림길에 있는 가운데 확진자의 해외 유입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더구나 지역별로 보면 유럽과 미주의 비율이 압도적이긴 하나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의 유입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상자의 숫자나 자가격리의 한계를 고려할 때 실효적인 관리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하루 평균 국내 입국자가 7천~8천명 수준이어서 이번 조치로 외국인 입국자가 다소 줄더라도 2주 후에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10만명 안팎에 이를 것이다. 당국의 철저한 준비와 당사자들의 자발적 협조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내ㆍ외국인을 막론하고 자가격리 지침을 무시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수원에 사는 영국인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닷새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4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모두 23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의 독일인 유학생도 격리 기간 부산 시내 곳곳을 누빈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 후 자가격리 권고를 무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국민들에게 요청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잘 따라주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 사회적 거리두기도 잘 지켜지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 흔한 사재기 모습도 발견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개방성과 투명성, 대중에 대한 완전한 정보 공개, 신속한 대규모 검사와 치료 등 우리정부의 선진적인 방역시스템과 함께 성숙한 국민성을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올바른 흐름에 반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 이번에도 방역당국의 호소와 국민들의 바람을 무시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보름 동안 종교시설 및 실내 체육시설, 콜라텍과 클럽, 유흥주점 등 유흥시설, PC방, 노래연습장, 학원 등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앞으로 보름 동안이 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면서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직접행정명령과 집회·집합금지 등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시설폐쇄, 구상권 청구 등 법정 조치를 강력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살면서 이번과 같은 상황도 처음이다. 이제는 경제가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모두의 난제이다. 집값이 폭락하며 거품이 수십 년간 이어진 일본의 전례가 우리에게 현실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전 세계가 함께 요동치고 있고 확진자 수는 끝을 모르고 늘어만 간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극한 상황인데 살면서 온 국민이 겪는 고초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실직자가 늘어나고 취업이 안되고 소상공인들이 겪는 고통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와중에 전염병까지 창궐하니 이런 상황은 그 이전에 겪지 못한 신세계이다. 기업이 휘청거리고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는 바닥 깊은 줄 모르고 하강하고 있다. 신세계가 밝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던 많은 이들의 분노와 좌절로 심경은 더 참담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던 운동도 못하고 외출을 자제하며 하루 한 번 중무장(?)하고 산책을 할 뿐이다. 며칠 전에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식사를 함께 하던 (주)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을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분도 운동 차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우연히 오랜만에 만나 반갑기는 한데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지금 벌어지는 코로나19 사태는 전쟁 상황이다.…
동행(同行)의 사전적 의미는 ‘둘 또는 여러 사람이 같이 길을 감, 같이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진정한 동행의 의미는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함께 가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갈 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 갈 수 있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들판도 걸을 수 있으며, 위험한 강도 건널 수 있고, 높은 산도 넘을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라면 물에 빠진다 해도 손 내밀어 건져주고, 위험한 상황에서 몸으로 막아주며,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사랑하면 나의 길 끝까지 잘 갈 수 있다. 이 세상은 홀로 살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기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고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동행에는 기쁨이 있고 마음의 위로가 있다. 우리의 험난한 인생길, 누군가와 손잡고 걸어 가야하고 험난한 날들도 서로 손잡고 걸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손을 잡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동행, 급난지붕(急難之朋)이란 어렵고 급할 때 함께할 친구, 동행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부부가 노년에 금실 좋게 함께 동행, 화락(和樂)하게 해로(偕老)할 수 있다면 세상 어느 누구를 부러워하랴! 동행(同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