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도 끝났다. 국회의원이라는 공직담당자를 뽑는 선거인데도 국민의 정서는 대체로 양극단으로 나누어졌다. 지역으로 보면 여당은 영남을 석권했고, 야당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충청도, 호남지역에서 많은 지지표를 얻었다. 두 개로 나누어진 지역적 편향성은 한국사회가 병이 든 사회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는 1세기 동안 한국사회가 겪었던 분단의 역사와 경제의 압축성장과정에서 수반된 부산물이며 그동안 쌓였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국가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와 행정관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국가자원의 배분이 민주적이지 않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사회의 제반 분야에서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됐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혁신과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게 되는 정책수립과 정치과정에서는 지도층의 민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즉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막강해진 검찰과 경찰권력의 전횡, 국회 입법과정에서의 비타협, 여당과 야당의 상호 적대의식, 보수와 진보세력 간의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 영남과 호남지역 간의 대결양상은 한국의 민주주의
나는 4월을 좋아했다. 사계절이 뚜렷한(점점 흐릿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4월은 마법 같은 날씨를 가지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마음은 괜히 들떠 콧노래가 나온다. 길거리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고개를 들어보면 벚꽃잎이 휘날린다. 시원한 커피를 한잔 사서 목적지 없이 걷기만 해도 즐거운 시간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마냥 즐겁지가 않아졌다. 올해로 10년째다. 세상엔 늘 크고 작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어왔고 계속 생겨나겠지만 아직도 괜스레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악의 없이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고 해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일상을 되찾고 되레 수많은 날들은 그 일에 대해 생각조차 안 하겠지만 내년 4월이 오면 나는 또 하루 이틀은 그 날을 생각하며 울적해 할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며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올해의 크고 작은 다양한 목표를 적고, 헬스장 1년 결제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구조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부동산 비중이 높고 현금성 자산의 보유 비중이 낮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면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와 같이 갑작스럽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싱황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업에서 회계상의 손익과 현금 흐름의 시점 차이로 인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의 납부에도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회계상 이익은 큰 금액으로 발생했지만 수금이 늦어지거나, 발생한 이익금을 사업에 재투자해서 당장의 현금이 부족한 경우 등이 그럴 것이다. 세금을 내야 할 기한을 어기는 경우 지연 납부 일당 2.2/1만(년8.03%)의 금액이 납부지연가산세로 추징되며, 체납세액이 있는 경우에는 납세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 압류와 강제 매각까지 당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납세의지와 역량은 있으나 당장은 현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배려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세법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물납과 분납, 연부연납, 그리고 징수유예와 납기연장 등이 그것이다.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이러한 세금…
영화계의 중진으로 비교적 큰 영화사의 임원까지 지냈던 R씨는 요즘 주말에 택배 일을 한다. 은퇴 나이를 훌쩍 넘겨 영화 일을 그만 둔 지는 꽤 됐지만 노후를 위해 돈을 모아 두지를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다. 현재 매달 나오는 국민연금은 턱도 없는 얘기이다. 소일 거리라도 하며 주변 사람, 경조사 비용이라도 보탤 겸 하는 심정으로 그는 얼마 전부터 K 배달 업체 엡을 깔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잘 연결되면 주말 하루에 1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 배급 전문가인 A씨는 요즘 풀 타임 택배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 간다. 영화계에서는 그가 일 할 공간은 이제 거의 없다. 그는 배급 마케팅 베테랑이다. 그의 오랜 영화산업의 경험과 지식은 외면 받고 있다. A씨는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닌다. “나는 괜찮은데, 혹시 영화 쪽 아는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민망해 할 것 같아서”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사례는 무수하게 많다. 영화 현장 미술 스태프로 일했던 M씨도 요즘 편의점 심야 알바로 생계비를 번다. “일이 전혀 들어 오지 않는다”며 그는 한숨을 쉰다.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리 운전을 뛴다. 유명 영화에 나왔던…
어제 유럽시간 오전 12시, 서울시간 오후 7시. 제33회 파리올림픽 성화가 불을 붙였다. 마티유 르아뇌르(Mathieu Lehanneur)가 디자인하고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사(社)가 제작한 은빛의 성화는 무척 단아하고 세련됐다. 고대 올림픽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성화는 그리스 올림피아 성소에서 채화식을 했다. “성화 봉송은 올림픽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새로운 대회의 웅장한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다”라고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 토니 에스탕게(Tony Estanguet)는 설명했다. 이 성화는 당분간 그리스 여기저기를 봉송 여행하고 장미의 계절 5월에는 프랑스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스 일정은 4월 17일 펠로폰네소스 반도 서쪽의 아말리아다, 일리다, 가스투니, 피르고스, 자카로, 필리아트라를 거쳐 필로스까지 봉송이 이어지고, 18일 수도 아테네의 주요 항구인 피레우스로 향한다. 19일에는 남동부 도데카니즈 군도와 크레타 섬 헤라클리온 마을과 키클라데스 섬으로 이동한 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하게 된다. 20일은 고대 유적지 델포이와 볼로스 마을을 지나 중부 테살리아에서, 그 다음날은 마케도니아의 수도이자 그리스의 두 번째…
왜 경기 광주(廣州)는 길게 [광:주], 광주(光州)광역시는 짧게 [광주]일까? 며칠 전 KBS 라디오 ‘클래식 FM’의 국악 프로 ‘풍류마을’을 듣다 황당했다. 진행자가 “... (아무개 씨가) 소금을 분다”고 말했다. 혹 “소금을 탄다” 했는지도 모르겠다. 얼핏 흰 소금을 (입으로) 불거나 (손으로) 음식에 타는(섞는) 것을 상상했다. 음악 얘기이니 악기 소금(小笒)이면 (피리처럼) ‘~을 분다’, 소금(小琴)이면 (가야금처럼) ‘~을 탄다’고 했겠다. 그런데 짧게 [소금]이라 했으니 소리가 같은 짠 [소금]과 구별할 수 없었다. 방송이 틀린 것이다. 불든(吹奏 취주) 타든(彈奏 탄주), 소(小)는 긴소리(長音·장음)로 [소:금]이라 해야 맞다. 선거 때 방송에서 이 ‘광주’와 저 ‘광주’가 대체로 구분 없이 (대개 단음 [광주]로) 마구 튀어 나왔다. 경기도엔 광주(廣州)시가 있고 남도에는 광주(光州)광역시가 있다. 평소에도 방송 등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빚는 주제다. 그렇다고 매번 ‘경기도 광주’ ‘광주광역시’ ‘남도 광주’ 이렇게 부르기도 번거롭다. 그리 부르더라도 바른 발음은 챙겨야 한다. 한글 철자가 같아 생기는 사달이다. 구별이 어려워 저 ‘광
의사라는 직업은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상위 1% 성적에 들어가야 하고, 의대 6년, 인턴, 레지던트 등을 거쳐야 한다. 기술직이기 때문에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인정받는 의사가 될 수 있다. 어려운 과정임에도 지망자는 많다. 다른 직업에 비해 연봉이 높은 것도 이유이다. 그리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남쪽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인기가 높다. 어렵게 의사가 된다 해도 의사라는 직업은 쉽지 않다. 시기에 맞는 연구와 치료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검사 수치를 보고 진단하는 의사를 보며 참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오진이나 치료 부작용이 있으면 그동안 받았던 보수를 토해내고 법적 소송에 휘말린다. 가까운 사람이 의료 사고로 남편을 잃고 소송으로 오랫동안 마음 고생 하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높은 연봉에 대한 유혹이 있다. 누구나 인기있는 과를 가고 싶어하고 필수과는 기피하려 한다. 그럼에도 필수과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이 있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은 존중받아야 한다. 한번도 아프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태어날 때도, 사망하는 시간도
2023년 12월 기준 OTT별 이용자는 넷플릭스가 1164만, 쿠팡플레이 654만, 티빙 521만, 웨이브 404만 디즈니 304만, 왓챠가 54만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중복가입을 고려해볼 때 합병해도 넷플릭스를 능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전세계에 자국의 OTT가 이정도 선방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보다 쎈건 없다. 막대한 돈 투입하여 잘만들고 마케팅하는데 이길 방법 없다. 2024년 대한민국정부 예산이 657조다. 3/11 일 기준 디즈니의 시가총액이 263조,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340조다. 두회사 시가총액만 더해도 대한민국 1년예산이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400조로 한 회사의 시총이 국가예산의 대략 4배에 육박한다. 전세계 국가별로 넷플릭스는 대부분 1등이고 못해도 2등이다. 전통적 미디어에서 OTT로 미디어 패러다임이 변하고있는 요즘 자국의 미디어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능가하는 나라는 없다. 디즈니를 빼고 두 회사는 설립한지 십수년에 불과하고 더군다나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유통이 주력이고 미디어는 유통의 효과적 모객 수단인 회사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라 해도 그 역사는
변화무쌍한 밤이었다. 무슨 조화인지 저녁부터 시작된 출구조사 결과는 곧바로 실제 검표에서 뒤집어지더니 업치락뒤치락 종잡을 수 없는 판세가 이어졌다. 12시쯤 되어 추세만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5시에 확인해보니 대한민국은 밤새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금강 이남(호남)은 푸르렀고 조령 아래(영남)는 붉었다. 서울경기를 휩쓴 바람에도 강남벨트는 완강했다. 표면적으로는 범야권(민주연합+조국혁신)이 187석을 차지하며 압승한 선거가 맞다. 그러나 이 결과로는 대한민국의 큰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여권 입장에서는 원래 초토화될 것이라 예측했던 선거에서 그래도 선방했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개표방송의 보수논객 왈 “범야권이 200석을 넘지 못해 여권은 개헌저지선을 지켰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회초리를 들었지만 몽둥이를 든 것은 아니다. 야권이 착각하면 안된다.” 그래, 여소야대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보기에 따라선 국민의힘은 21대 103석에서 이번에 108석으로 늘렸으니 헛배가 부를지도 모르겠다. 당장 겉으로는 “국민들의 준엄한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겠지만 만일 대통령이 내심이라도 이렇게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요즘 삶의 방식 중 현대인들이 따르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은 삶이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적게 가지고 심플하게 살며, 느리고 여유 있는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너무나도 값싸고 품질 좋은 물건들도 많고, 우리는 늘 구매의 욕구를 촉진하는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물욕을 끊기는 정말 힘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그래서 호텔처럼 정갈한 집 인테리어를 꿈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싼 집 안에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살고 있다. 며칠 전 셔츠 단추가 떨어져 오랜만에 바느질을 했다. 요즘 옷은 잘 헤지지도 않지만 헤진다 해도 바느질을 해서 다시 입지 않고 그냥 버린다. 바늘 귀에 길고 가느다란 실을 꿰다가 무심코 바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바늘의 모양이 이렇게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와 바늘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얼마나 적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해보니 바늘이야 말로 미니멀리즘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바늘은 목표가 정확하다. 단 하나의 점을 뚫기 위해 모든 장식은 필요 없고 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은 버리고 그 한 점의 중심에 집중하도록 단순하다. 눈도 코도 입도 없고 따끔거리는 촉각을 모아서 예리하게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