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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레슬러의 '서른잔치'

2002년 은퇴후 방황...2년만에 매트 복귀
나이 잊은 훈련끝 '국가대표' 선발 꿈 이뤄

 

'레슬링은 내 운명'
30세의 나이에 레슬링 국가대표로 선발돼 뒤늦게 제2의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김광석(30)씨.
김씨는 "매트에 서는 그날까지 후회없는 생활을 하고 싶다"며 늦깎이 대표선수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김씨가 레슬링에 입문하게 된 것은 울산 홍명고 1학년때.
당당한 체구에 멋진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매료돼 레슬링선수가 되겠다며 스스로 레슬링부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김씨는 레슬링부에 입단한 지 1년만에 팀이 해체돼 대회 출전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불운을 맞았다.
레슬링의 매력에 빠져있던 김씨는 1년 만에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처지가 못내 아쉬워 레슬링부 선후배들과 함께 레슬링동아리를 결성해 피나는 훈련을 계속했다.
1998년 부산 경성대에 진학해 다시 레슬링부에 입단한 김씨는 그해 대학선수권대회 그레코로만형 84kg급에서 3위에 입상하며 전국대회에 첫 출전해 메달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김씨는 각종 전국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며 레슬링 선수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뒤늦은 레슬링 입문으로 잠깐 반짝했다 잊혀지는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많은 레슬링 전문가들은 김씨의 이같은 발전에 모두 놀라워 했다.
대학 졸업후 마산시청 레슬링부에 입단한 김씨는 실업무대에서도 상위권을 지키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많은 레슬링인들은 김씨가 조만간 대표선수로 선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씨는 2002년 돌연 선수생활을 접고 레슬링계를 떠났다.
단지 운동이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레슬링을 그만둔 김씨는 이곳 저곳에 취직을 하려고 애썼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1년동안 허송세월을 보낸 김씨는 2003년부터 온산공단에서 막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공사장은 물론 화장실청소, 굴뚝청소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그렇게 1년동안 새벽인력시장을 전전하며 막노동 생활을 하면서도 레슬링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던 김씨는 개인 자격으로 2004년 대통령기선수권대회에 참가신청을 했다.
훈련 부족으로 몸이 불어 84kg급이 아닌 120kg급에 도전장을 낸 김씨가 입상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그동안 김씨를 주목해 온 수원시청 레슬링부의 박무학 감독 조차도 김씨가 결승까지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 대회에서 레슬링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2위를 차지했다.
이 때 김씨가 소속팀 없이 서러움을 겪으며 출전한 것을 알게된 박 감독이 김씨에게 수원시청 입단을 제의했다.
지난해 1월 수원시청에 입단한 김씨는 하루 24시간 가운데 12시간 이상을 훈련에 매진, 그해 3월 회장기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결국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된 김씨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뒤늦은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김씨는 지난 달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하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지난 21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파견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태릉선수촌에 다시 입촌하게 된 김씨는 오는 12월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메달권에 진입한 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게오르기 추르추미아(카자흐스탄)를 꺾는 것이 목표다.
"내 인생 최대의 실수가 레슬링을 그만둔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다시 매트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나의 모든 에너지를 매트에 쏟고 떠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삶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서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옛말처럼 뒤늦게 국가대표가 돼 레슬링선수로서 새 인생을 살고있는 김씨가 세계 정상에서 포효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사진/장태영기자 jty1414@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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