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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세계로… 발길 닿는 곳까지… 글 쫓는 나그네

“사람살이 속내묘사한 새 소설 곧 만날 거예요”

 

김용배는 결벽주의자다. 덧붙이자면 결벽증이 있는 상상력보따리 장사꾼이다.

그는 작품 구상이 끝나면 무조건 보따리를 싼다. 글에 나올 지명을 미리 찾아 가는 것이다. 산과 강, 바다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하얀 메모지에 빼곡히 무언가를 써내려간다. 소설 ‘전범재판’(전3권)을 쓸 때에는 작품의 배경인 사이판까지 날아갔다 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새로운 보따리를 꾸린다. 원고작업을 위해서다. 대부분 그의 작업은 박달재 휴양림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이뤄진다.

탈고가 임박하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보따리를 짊어지고 떠난다. 그리고 이 때에는 모든 이와 연락도 끊고 교외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은둔자로 변한다. 평상시 술 한잔 마실 때 볼 수 있는 그의 털털한 모습으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원고 작업 전에는 꼭 소변을 본다는 김 작가의 설명이 그의 ‘이상한’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유를 물어보니 ‘배 안에 무엇인가가 차 있는 느낌이 들면 그게 자꾸 신경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배 안의 것까지 모두 비워내는 그는 작업할 때 시계나 반지를 착용하지 않고, 심지어 안경도 쓰지 않는다.

‘결벽증이 있는 보따리 장사꾼’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본 책은 환타지 소설 ‘붉은 오벨리스크’(전5권), 에세이 ‘나 자신을 뒤집어라’(장석주, 김용배, 박덕규, 문흥술 공저), 가족 체험기 ‘슬기엄마는 슬기를 이렇게 키웠습니다’, 초등 교과서에 따른 통합논술(각 학년별 전 6권. 공저) 등이다.

곧 생태환경 동화형식으로 쓴 ‘이상한 마을’이 출간되고, ‘대한민국 국보를 찾아서’(국립중앙박물관 편), ‘대한민국 천연기념물을 찾아서(동물 편) 등도 나올 예정이다.

현재 그는 소설과 동화 각 한 편씩을 쓰고 있다. 소설은 성(性)에 따라, 시대에 따라, 나이에 따라 나타나는 사람살이의 속내를 묘사한 작품이라고 한다. 시골에 사는 한 소년의 붉은배새매 키우기를 다룬 동화는 자연이 알려주는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작업 방식은 지나치리만큼 까다롭지만 그에게 장르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다장르 작가’인 그의 진짜 색깔은 무엇인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가 갑작스레 고해성사를 하듯 고백한다. 솔직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테니 욕먹더라도 정직하게 말하겠다면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우리나라 전업작가의 수입은 쉽게 산출해 낼 수 있습니다. ‘일 년에 저서를 몇 권을 출판했느냐’, 그것에 따라 작가의 일 년 수입 내역을 쉽게 짐작할 수 있죠. 일년에 고작 2~3권의 책을 쓰는 소설가의 경우 단순 원고료만 보자면 극빈자 수준이지요. 최근 전업작가들 가운데 다장르를 추구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바로 이런 점을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나 역시 장르의 영역을 넓혀가면서 그런 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점을 솔직하게 시인하겠습니다.”

뻔한 살림살이를 힙겹게 끌고가는 작가들의 아픔을 콕 집은 것은 아닌가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금세 눈치챘는지 그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덧붙인다. 소설과 동화는 상상력을 서로 고무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있고, 개인적으로 소설과 동화 모두 애착과 욕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형식의 글이든 진실 구현을 지향점으로 설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의 색깔이라고 설명한다.

나태, 악성종양과 같은 게으름만 퍼지지 않는다면 그는 곧 짜릿한 연애소설도 한 편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한다.

“책 읽고 글 쓰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뭐죠?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대단한 공상가. 아니 몽상가인가 봅니다. 그것을 글로 남겨놓지 않으면 모두 잊고 말 것 아닙니까.”

김용배는 신학대학에서 종교음악작곡을 익힌 후,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했다. 번역서 전문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해 에세이, 가족체험기, 소설, 동화형식의 글, 어린이교육시리즈 등 다양한 책을 내놓았다. 현재 청동거울출판사와 청개구리출판사, 청어람주니어문고 출판사의 기획위원이며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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