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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여자로 인해 시작 된 그들의 숨막히는 추격

영화 ‘추격자’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게 하는 첫째 요소는 배우다.

대성공을 거둔 영화의 필요충분적인 조건들을 감안하더라도 수작으로 평가받을 ‘추격자’가 14일 관객들을 찾는다.

‘날카로운 눈빛…조소…경멸’ 이에 맞서는 작은 정의감.

‘타짜’에서 아귀 역을 소화했으며 아침드라마를 통해 전국적인 악인으로 악명을 떨쳤던 김윤석. 신진급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아버지 김용건의 명성을 스스로 뛰어넘은 하정우 역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의 불꽃대결이 시작된다.

영화 추격자에서는 두개의 빛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또 충돌한다.

카메라와 2~4개 각에서 비춰진 수백컷 속에서 이들의 눈빛은 항상 서로를 직시한다.

2시간여 동안 이들의 시선을 담아낸 영상은 디테일을 위한 디테일에 가까웠다.

여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 ‘놈’과 그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뛰어다닌 ‘놈’은 분명 다른 곳을 바라본다.

나쁜놈이 나쁜놈을 추격한다. 한명은 잡으려고 한명은 도망치려고 그러면서도 서로 왜 그러는지는 모른다. 관객들은 ‘그많은 여자를 죽였는데 왜 유독 그 여자를 위해 저놈은 저렇게 뛰어다녀야하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씬들이 넘쳐난다.

김윤석(중호 분)과 드라마 히트에서 완소남으로 분했던 하정우(영민 분) 사이에서 차곡차곡 연기 내공을 쌓고 있는 서영희도 실종된 미진 역을 잘 소화해 냈다.

그들의 싸움의 이유와 왜 그들이 그렇게 수없이 뛰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키워드.

여기에 그녀의 딸의 존재감은 투쟁의 시작이며 사랑이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세븐데이즈’의 김윤진이 보여줬던 미지의 상대와의 일주일간의 뛰어다님과는 다른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영화다.

후일담으로 이들이 촬영 중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연기에 몰입했다는 후문으로 영화 성공의 기초가 될 것이다.

평단의 반응이 올해 최고인 10점만점에 8점 후반대를 기록하며 개봉전부터 벌써 화제다.

세븐데이즈에서는 7일간의 여정을 두시간에 담았지만 이 영화는 하루 동안 일어난 숨가쁜 상황을 끊임없이 이야기로 풀어냈다.

6개월간의 헌팅으로 찾아냈다는 우리나라 뒷골목의 모습은 거친 두 남자의 격투와 추격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더해낸다.

추격자의 뒷골목은 곧 삶과 죽음의 경계이며 공간이다. 좁고 다양한 형태의 골목에 동선을 채우는 초반의 추격전은 긴밀한 공간을 활용해 강약의 리듬감을 형성하고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의 충돌을 예비하고 팅겨낸다. 이 영화에서 골목은 영화 전반을 이끄는 사실적인 세트장이다.

전직형사, 연쇄살인마, 출장안마사 등 현대 사회의 뒷골목적 딜레마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 여인의 삶과 창살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끊임없이 충돌하고 사회를 비웃는다.

메가폰을 잡은 나홍진 감독은 미장센 단편 영화제에서 ‘완벽한 도미요리’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바이 있다. 나 감독은 지난달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주변인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며 “그래서 전후 관계에 대한 설명 없이 잔혹하다”고 작품 동기를 설명했다.

세븐데이즈가 최소한의 모성애가 존재하는 영화였다면 여기는 그만한 동정심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다만 사회에 대한, 사회의 냉소에 대한 분노만이 있다.

패기만만한 신진 세력을 만나는 건 반가운 일이고, 환영할 일이다. 젊은 감독들이 잇달아 한층 진화한 장르 영화를 내놓고 있어 한국영화는 희망의 끈을 결코 놓을 수 없다.

추격자는 배우의 연기력,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흡입력 강한 영상 등 관객이 즐길 수 있는 대중영화의 기본 요건을 고루 갖춘 데다 충분한 메시지 전달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게 한다.

추격자는 미드식 연출로 세분데이즈의 뒤를 잇는다는 평도 듣고 있다. 신세대에 호소력이 있는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의 방식의 대명사인 ‘24’.

24처럼 초시계가 움직이는 시간대별 구성은 아니지만 만 하루에 벌어지는 속도감이 어느정도 국내 관객에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또 나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역시 이 작품이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이성제 촬영감독도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를 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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