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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음악, 원기 북돋아주는 언어다

 

대한(大寒)이 지났건만 마당에 내리는 겨울 햇볕이 따스하다. 정초부터 이곳저곳에서 줄을 잇던 신년음악회도 끝난듯하다. 우리들은 음악으로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시작했다. 송년음악회와 신년음악회가 그렇다. 음악이 무엇이기에 그럴까.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파고들며 모든 걱정을 없애주는 음악은 원기를 북돋아주는 언어다.’ 미국 작가 에머슨이 한 말이다.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은밀한 장소에 파고든다.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열망한다. 음악은 다른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하지 않고서도 관객들에게 얼마든지 기쁨을 줄 수 있기에 그렇다.

예전에 소리는 귀를 길러주기 위함이요 채색은 눈을 길러주기 위함이고 노래는 성정(性情)을 길러주기 위함이며 춤은 혈맥을 길러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음악은 사람의 성정을 길러 줄 수 있고 사악함과 더러움을 씻어주어 그 마음의 찌꺼기를 녹여준다. 송년음악회를 통해 한 해의 묵은 때를 씻어낸다. 심성을 정화해 준다. 음악이 마음의 근심을 치료해주는 약이라고 말하는 소이연이 여기에 있다. 깊은 영혼의 숨결이 울려 퍼지는 성악, 모든 인류가 평화를 이루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밝고 찬란한 내일의 희망을 암시하는 듯한 연주와 합창이 송년의 대미(大尾)를 장식한다.

신년음악회는 조선시대 신년하례 때 아악부의 연주가 효시라고 한다. 당시는 고관대작들을 위하고 나라와 국왕의 평안을 위해 연주했다. 아마도 음악의 내재된 힘을 통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도모하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 뜻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겠지만 새해를 축하하는 음악회는 희망, 소망, 염원의 의미가 담긴 밝은 곡들을 연주한다. 레퍼토리가 경쾌하고 발랄하다. 왈츠와 같은 흥겹고 즐거운 곡을 주로 연주한다. 심오함보다 즐기는 음악회가 되도록 한다.

오케스트라에 의한 정통 클래식의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든가, 양악과 국악이 한 자리에 서는 화합의 무대를 선보이기도 한다. 때론 댄스, 풍물, 뮤지컬곡, 아리아 등 다양한 장르를 양념으로 곁들여 귀에 익은 클래식, 영화음악을 편하고 신나게 들려준다.

바람직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군자의 학문 순서는 시(詩)에서 시작하여 예(禮)에서 굳게 서고 음악에서 이른다고 일찍이 고대중국의 콩즈(孔子)는 말했다. 인간성의 바람직한 형성을 위해 가장 나중에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단계가 음악이다. 예(禮)를 뛰어넘어 있는 것이 화(和)를 지향하는 음악이다. 바로 음악이 지향하는 것이 화목이요, 어울림이며 화합이다. 음악의 이해는 인간이 살고 있다는 하나의 표명이기도 하다. 음악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빠르다. 결코 촉박하지 않고, 나타나지만 드러나지 않고, 깊지만 어둡지 않다. 잠들었던 오관을 흔들어 일깨우는 감정의 묘약이다. 감염성(感染性)이 있다. 그것이 음악이 지니는 중요한 매력이자 본질이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음악은 귀로 듣는 것도 있지만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현(絃)의 미세한 움직임을 눈과 귀와 마음과 몸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제각기 다른 소리가 내재된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낸다. 악기에서 연주자의 연륜(年輪)이 묻어난다. 연주자의 진지함이 더 아름다운 음악으로 모든 관객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준다. 연주자도, 그 음악을 듣는 사람도 행복하다. 음악은 사랑을 자극한다. 음악은 일상의 먼지를 씻어 낸다. 생생한 음과 박력, 역동성과 생명력이 가득한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커다란 에너지를 전달한다. 음악의 감염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연주자의 성실성이다. 전해지는 감정은 그것이 독창적인 것일수록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에게도 그만큼 강하게 작용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음악회로 여기지 말고 생활의 일부로 클래식을 즐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언제나 객석으로부터 관객의 탄성이 한 순간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그런 음악회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프로필

▶1944년 수원 출생

▶1977년 중앙대 대학원 행정학석사

▶1979년 농협대학 교수

▶1999년 경기농협본부장

▶2003년~현재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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