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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원전 수출, 비전과 능력의 승리

안목·집념이 만든 기술
한국인의 에너지 ‘여실히’

 

폭설이 쏟아진 올 1월 4일 한국물리학회 신년하례식이 열렸다. 놀랍게도 이 자리에 물리학계의 최고 원로이신 89세의 윤세원 박사님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셨다. 윤 박사님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국내 물리학 발전을 위해 한국물리학회를 창립하는데 주동적인 역할을 담당하셨던 큰 어른이시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한국물리학회 50주년 행사를 준비하며 알게 된 분이다. 이날 축배 제의를 받으신 윤 박사님께서는 작년 12월 초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원전)를 수주한 쾌거를 언급하며 감격해 하셨고 급기야 윤 박사님의 선창으로 참석자 모두 만세를 외치며 짧지만 한국과학의 발전을 자랑스러워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간 언론 보도를 통해 윤세원 박사님의 행적이 알려졌다. 서울대 교수로 근무하던 그가 국비유학생 1호로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르곤연구소에서 1년간 원자력 발전 연수를 마친 후 신설된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과의 과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원자력에 대한 비전과 집념 때문이었다. 이후 정부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1962년 국내 첫 연구용 원자로 TRIGA-MarkII가 완성되었고 1978년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원전)인 고리 1호기가 가동되었으며 이제는 20개의 원전을 안정하게 가동하고 있는 원전 선진국이 되었다. 또 원자력발전은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주는 분명 경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 안타깝다. 돌이켜보면 국내 원전 기술의 발전에는 상당한 행운이 따랐다. 첫째로 1979년 미국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으로 미국, 프랑스와 같은 원전 선진국에서조차 원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면서 원전에 대한 투자가 대폭 감소된 반면 우리는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둘째로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와 관료들의 원자력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수입 에너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전력 생산단가가 낮은 원자력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었다. 우리 정부가 미국처럼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쉽게 원전 건설을 포기했었다면 전력 생산에 발목이 잡혀 지금과 같은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하게도 우리 정부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유가가 다시 고공 행진을 하고 탄소배출량 감소가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뒤늦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다시 원전 건설을 고려중인 것을 보면서 국운이 따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셋째로 국내 과학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은 기초과학인 물리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원자력 발전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연료인 농축 우라늄 원자에 중성자를 쏘아주면 핵분열 현상이 일어난다. 쏘아준 중성자와 충돌한 우라늄 원자핵이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으로 깨어지면서 2~3개의 중성자가 함께 방출하여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핵분열이다. 핵분열시 처음 무게보다 나중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면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원자력 에너지이고 줄어든 무게가 에너지로 바뀐다는 질량-에너지 등가원리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그의 상상력에 의해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갖게 되었다.

원전 수출은 우리의 비전과 능력을 세계에 과시한 쾌거이다. 비전을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우리 국민들의 능력과 에너지를 이끌어낸다면 못 이룰 일이 없음을 보여준 쾌거이다.

프로필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1990년 美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 박사
▶1990년~현재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
▶2006~2008년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2007년~현재 한국물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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