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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퇴직 1년 동안의 나의 삶

 

퇴직한지 1년 3개월째이다.

어제 저녁엔 막걸리 한잔하고 만석공원을 돌면서 사색에 잠겨 보았다. 그런데 퇴직 기분이 안 난다. 강의 차 학교도 가고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들의 만남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할 일도 많다. 매일 3시간정도 컴퓨터에 앉아 자료도 수집한다. 그러면서도 삶이 무언지, 행복이 무엇인지도 또 생각하게 된다.

50대 중반에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삶은 시간의 연속이요, 만남의 연속이라 한다. 그 만남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과정에서의 선택의 연속이 삶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맞는 말이다. 퇴직 후 1년 2개월이란 시간의 연속이 나의 삶이었고, 그 시간동안 학생 성폭력 예방교육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강의로 많은 사람들과 만남의 연속이었다. 또한 양인석 교장 덕분에 현직에서 배운 섹소폰의 만남으로 매일 1시간의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만남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 해결 과정이 인생이라면 난 행복했다. 잠 못 이루며 고민하는 문제가 없었다. 하루에도 강의 준비에 몇 시간 컴퓨터를 쳐야 하는 일들도 내 강의에 푹 빠지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저 행복하다. 이렇게 보면 나의 퇴직 후 1년간은 정말 보람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나의 삶의 철학은 중학교 전영준 교장의 하루에도 12번씩 외치게 해주셨던 ‘하면 된다’와 이를 바탕으로 내가 42년 동안 아이들에게 외쳤던 ‘하면 된다. 안되면 다시하자’라는 것과 20대에 알게 된 ‘노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것이 나의 생활 신념이 됐다. 60대 와서 일본 전산의 이야기에서 ‘즉시 하라 될 때까지 하라’는 말에 나의 인생 3막의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

그러면서도 더 행복해지고 싶었다. 행복은 누가 찾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기에 내가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을 터득했다. 그래서 신성초에서 3년간 정문 앞에서 3개 외국어 인사를 하며 아이들을 맞이하고 학교에 설치한 등굣길 공연장에서 섹소폰으로 동요도 들려주었으며, 우리가 기르던 토끼가 죽었을 때 아폴론 장례식으로 온통 울어버린 그날도 내가 만든 행복이였다.

퇴직 후 나의시간은 어떻게 흘러갔나? 퇴직 전에 인생 3막의 설계를 했다. 무얼 하고 20 여년간을 더 살아야 하는가? 고민 끝에 찾아 낸 것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독도와 성폭력 예방교육이었다. 그 일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기로 했다.

모든 학생, 교원, 학부모들이 독도가 우리 땅인 근거를 말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사용토록 후배 교원들에게 8년 동안 모아온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주면서 찾아가는 연수를 실천하고 있다. 1968년 나의 첫 발령학교인 장평에서 재학생과 50세가 훌쩍 넘은 그 때 제자들을 모아 놓고 독도교육을 했다. 필자가 거쳐 온 모든 학교를 실시하고 싶다. 학생 성폭력도 마찬가지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우리가 잘못 가르쳤거나 안 가르쳐서 당하는 일이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연수를 시작했다. 만난 아이들은 말한다. 성교육은 받았어도 성폭력 예방교육은 받지 못했고 성폭력은 알지만 성폭력 대처 방법은 교육받지 못했다고 한다. 매년 증가해 경기도가 전국 1등하는 이유이다. 80년을 더 살아가야하는 아이들을 위한 성폭력 예방교육과 대처 능력 지도는 매우 중요하다. 교육장과 교장의 협조로 8개월 동안 5천500명을 연수시켰다. 교직원, 체육코치, 당직기사, 안전지킴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했다. AS 차원에서 퇴직 교육장들이 만든 경기학생성폭력예방교육지원단의 활동이다. 그 결과 교육청과 학교, 노인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영광도 얻었다.

이제부터는 우리금융 아비바생명 사회공헌사업단과 함께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게 됐다. 찾던 중 반가운 손님이고 우리아이들을 위한 사업이니 우리 금융이 고맙고 감사하다.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기업이다. 너무나 고마워 우리지원단은 전 국민 운동이 될 때까지 실천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뒤를 이어갈 후배들이 몰려오기를 바란다. 이것이 또 내일 살아가는 나의 시간표이기도 하다. 삶은 시간과 만남과 선택의 연속이란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전근배 前 광주하남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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