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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경기도자살예방센터장

 

“자살률 감소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살예방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현수(48) 센터장은 올해로 3년째 경기도자살예방센터에 몸을 담고 있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사 출신인 김 센터장은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많은 치료경험을 쌓아왔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치료는 병원을 찾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 때문에 지역사회로 눈을 돌리게 됐다.

병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나가 직접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를 발굴하고 진료, 예방, 교육 등에 힘을 쏟는 것으로, 의학명칭으로 ‘지역사회정신의학’이다.

김 센터장은 “병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곳곳에 잠재적으로 방치돼있는 다양한 환자를 만나 도움을 주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중요한 가치라 생각한다”라며 “이들을 돕고, 치료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과 함께 자살예방에 힘쓰는 경기도자살예방센터는 31개 시·군에 설치된 자살예방센터의 컨트롤 타워 격으로, 현재 직원 7명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걸려오는 상담 전화를 응대하며 자살예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곳 센터의 주된 기능은 자살예방 사업이다. 자살시도자는 물론 자살자가 있는 유가족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진행 하고 있다. 또 주간에는 자살 시도자가 확인되면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현장으로 출동하기도 한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하루평균 30~40통의 상담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전화 상담 한건 한건이 수십 분씩 이뤄지는 것을 고려한다면 직원들이 하루 전화기를 잡고 있는 시간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이러한 영향 탓일까, 김 센터장은 자살예방 센터의 확대와 상담전화 1588-0199를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3자리로 바꾸고자 하지만 상황이 순탄치가 않다.

경기도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센터는 매해 경기도 재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데다, 전화번호 또한 전국적으로 바꿔야만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살예방 사업은 웬만한 사명감 없이는 해내기가 힘들어 보이는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곳 직원들은 매일 야간 당직근무까지 도맡아가며 삶의 끝자락에 있는 시민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적은 인력으로 매일 고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노력이 크다”며 “직원들의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경기도민 모두의 정신건강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내 자살자는 연평균 3천600여명에 이른다. 경기도 곳곳에서 하루 10명씩 자살로 소중한 목숨을 끊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 10만명당 12.6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이미 ‘자살공화국’이라는 악명으로 전 세계에서 유명하다.

이러한 자살에 따른 경기도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학자마다 다르지만 최대 10조 가까이 추산하고 있다. 특히 자살은 유가족과 지인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기 때문에 금액적인 환산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김 센터장은 지금 현재도 자살자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학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업에서는 성인을, 경로당에서까지 연로한 분들에게 생명존중을 가르칠 수 있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생명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곧 자살률 감소에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한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와 국가 등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한 개인이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수차례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부터 최근에는 SNS,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자살을 암시하는 문구를 남긴다. 김 센터장은 “평소 생명존중의 가치를 사회 곳곳에서 깨닫고, 이러한 신호를 인지하고 도움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내민다면 자살률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센터장은 생명존중 분위기와 함께 언론의 역할을 지적했다. 언론에서 다뤄지는 자살 방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방되며,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언론에서 다뤄지면서 지난 2007년 불과 66명에 불과했던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자 수가 2011년에는 1천125명으로 17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실정 탓에 도 자살예방센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번개탄 포장지에 자살예방 문구와 함께 상담소의 연락처를 포함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또 지난해에는 인천경기기자협회와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결정하고 자살예방을 위한 협약식을 맺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자살보도의 영향력은 흔히들 알고 있는 ‘베르테르 효과’로 설명이 된다”며 “유명인 자살이 언론 보도를 통해 크게 다뤄지면 한동안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은 그동안 수차례 나타났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센터장은 “자살을 단순 개인의 선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 사회에서 ‘생명존중’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자살예방을 위해 힘껏 나아가겠다”고 말을 마쳤다.

/글=김지호기자 kjh88@

사진=정영준기자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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