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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는 신에게 바친 술을 나눠 마시는 종교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또 병에 담긴 술을 따라 단숨에 마심으로써 독이 없음을 서로 확인한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건배를 할 때 미국이나 영국에선 ‘치어스’(cheers)나 ‘토스트’(toast), 일본에서는 ‘간빠이’(乾杯), 중국에서는 ‘간베이’(干杯)라고 한다. 모두가 잔을 ‘뽀송뽀송 말리자’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위하여’가 보편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양한 건배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각종 모임이 줄을 잇는 올해 세밑도 마찬가지다. 모임마다 분위기 띄우는 건배사가 예외 없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치 있고 웃음을 유발하는 건배사를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원치 않는 술을 마시는 일만큼 건배사 준비가 고역이고 스트레스일 때가 많다고 한다. 상사는 세태를 반영한 위엄 있고 세련된 신형(?) 건배사 준비에 고민하고, 직원은 직원대로 분위기에 걸맞고 튀는 건배사를 마련하느라 신경이 쓰여서라고 한다. 일부 스피치 학원에선 건배사 문구를 알려주는 특별강의를 여는 곳도 생겨났다. 아예 건배사 모음집을 나눠주는 관공서도 있다니 좀 심하다 싶지만 변한 세태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건배사를 하며 왁자하게 먹고 떠드는 모임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었다. 또 송년회를 하더라도 1차로 간단하게 끝내기로 하는 등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잡코리아 조사 결과, 올해 송년회는 ‘1차로 간단히 혹은 낮에 만나는 등 조용히 보낼 것’이라는 응답이 65.9%로 ‘2차 이상’(34.1%)이라는 답변보다 훨씬 높아 그렇다.

실제로 20~50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송년 회식은 ‘공식적으로 1차에서 끝내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53%), ‘모든 일정을 1차에서 마쳤다’(19%)는 대답이 많았다. 대신 작은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문화송년회다. 단란하게 여행을 떠나거나 공연 등을 즐기는 것이다. 줄어드는 송년모임으로 인해 울상인 음식점들이 걱정이지만 건전한 사회로 가는 모습에 다소 위안이다. 경제가 살아나 내년 송년 모임이 더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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