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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경복궁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1탄

 

 

 

봄과 함께 경복궁의 야간관람이 3월 2일 시작되었다. 경복궁 야간관람의 경우 암표 단속까지 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매번 너무 빨리 마감되어 표를 구할 수 없다는 지인들의 하소연이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은 야간관람이 한창인 경복궁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경복궁 이야기를 하다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경복궁에 대한 자긍심이 없음을 느낀다. 자금성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특히나 심하다. 자금성의 크기에 비하면 경복궁은 명함도 못 내민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경복궁이 자금성을 본 따 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크기도 자금성보다는 작게 지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복궁은 자금성보다 12년 먼저 짓기 시작했다. 경복궁은 1395년에 지어졌다. 그러나 자금성은 1407년에 짓기 시작하여 14년이 걸려 완공되었다. 그렇다면 왜 먼저 짓기 시작한 경복궁인데 크기는 그렇게 차이가 날까? 이는 건물을 짓는 우리 조상들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복궁 창건에 앞장섰던 정도전은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하였다. 이는 『삼국유사』 「백제불기」에는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에서 인용한 것으로 궁궐이 크고 화려할수록 백성들의 수고는 클 수밖에 없다. 백성들의 수고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왕의 위엄을 갖출 수 있는 궁궐의 규모를 우리 조상들은 경복궁의 크기로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자금성은 20만명이라는 엄청난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완공되었음을 살펴볼 때, 크다고 마냥 좋아할 일도, 궁궐이 조금 작다고 기죽을 일도 아닌 것은 분명한 이치다.

백성들의 수고로움을 외면하지 않은 휴머니즘이 살아 있는 큰 궁궐이 바로 경복궁이다. 경복궁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문인 광화문을 통해 입장하는 것을 권한다. 지금이야 아무 거리낌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이 광화문이지만 그 옛날 조선시대에는 왕과 왕실가족, 그리고 중국의 사신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던 궁궐의 정문이 바로 광화문이다.

그래서 광화문 홍예천장에는 남쪽을 지키는 수호신인 주작이 그려져 있다. 광화문과 주작, 그리고 홍예문 사이로 펼쳐지는 경복궁과 경복궁 뒤로 병풍처럼 펼쳐지는 백악을 감상하면서 경복궁을 들어가자.

광화문을 통과해 입장권을 내고 들어서면 금천교인 영제교를 만난다. 금천은 임금이 사는 신성한 공간과 백성들이 사는 세계를 구분하는 것이며, 금천교를 통해 두 세계는 서로 소통을 하게 된다. 영제교에서는 특별히 스타 한명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메롱 천록’이다. 영제교에 자리한 천록은 총 4마리로, 물길을 타고 드는 사악한 무리들을 감시한다. 그 중에서 유독 한 마리가 혀를 내밀고 ‘메롱’하고 있다. 이 메롱 천록이 경복궁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스타 천록이다.

천록을 뒤로하고 경복궁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법전 ‘근정전’에 이른다. 근정전은 나라의 공식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즉위식과 결혼식, 조회 등이 열리는 곳이다. 공식행사장 답게 근정전 마당은 얇은 돌로 가득 채워 중요한 공간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곳에서 우리 겨레의 스승으로 알려진 세종대왕이 즉위식을 성대하게 거행한 곳이기도 하다.

법전인 근정전을 지나 이번엔 경회루로 발길을 돌려보자. 경회루는 경복궁 야간 관람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그 옛날 조선시대에도 경회루의 야경은 멋스러웠으리라. 경회루의 야경이 멋지다는 소문에 말단 관료였던 구종직은 경회루를 월담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하필 그 때 경회루 산책에 나섰던 세종대왕과 맞닥뜨리게 되고, 벌을 받아야 마땅한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오히려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된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이 바로 경회루이다.

경복궁 야간 관람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 바로 경회루이다. 경복궁 야간 관람은 4월 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시즌을 놓쳤다면 4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되는 다음 시즌을 기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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