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숨n쉼]아프리카 가나에서 극복한 삶의 상실감

 

2011년 1월, 대한민국 부모라면 피해갈 수없는 연년생 딸과 아들의 대학 입시 뒷바라지 5년을 끝내고, 바로 이어 준비해서 다녀온 프랑스 전시 이후, 몸과 마음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쳐서 삶의 의욕이 없었다. 그때 오랫동안 경기도자원봉사협의회를 이끌어 온 최정숙선생님이 아프리카 가나에 친정 사업체가 있다는 이유로, 가나 현지의 숙소 제공과 길안내를 부탁하였다. 오랜 망설임 끝에 청년봉사단원 겸 통역으로 대학 1학년인 아들 조현을 앞장 세우고, 염태영수원시장님의 임명장을 가지고 5명의 봉사단원은 아프리카 가나로 출발 하였다.

새벽 6시, 두바이공항에서 가나 아크라행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사하라사막에서 불어오는 하마탄을 맞을 때 부터 가슴이 서서히 열리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 하였다. 피카소를 비롯한 20세기 현대미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아프리카 붉은 흙을 밟는 순간, 그들이 즐겨쓰던 색과 그림이 이해될 정도로 강렬한 태양과 색채는 눈이 부셨으나, 마음 한편으로는 ‘FORYOU COMPANY’를 이끄는 큰언니 장혜숙의 마치 한국의 60년대와 같은 아프리카에서의 고군분투가 다가오며, 나에게 주어진 한국에서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하였다.

수도 아크라에서 대서양을 낀 테마를 거쳐 봉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고아원과 학교, 병원를 돌아다니고, 궁전 같은 쿠마시 추장의 관저에서 짧은 영어 실력으로 면담을 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편견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골드코스트 노예성이라 불리우는 엘미나성에서는 인간의 이기성과 잔혹함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안내인의 설명에 의하면 지나가는 BLACK을 붙잡아 배에 실어 갈 때 살아남은 사람 15%가 오늘날 유럽과 미대륙에 퍼져 있는 BLACK들의 조상이라고 한다. 골드코스트(Gold Coast)는 아프리카 서부 기니 만 주변에 설치되어 있던 영국의 식민지로 이 지역에 처음으로 유럽인이 도래한 것은 1471년 포르투갈로 1482년에 황금 해안에서 유럽 최초로 엘미나성을 세웠다. 여기에서 그들은 노예, 금, 칼, 구슬, 거울, 럼주, 총 등을 교역했다. 이것이 유럽에 널리 알려져 영국, 덴마크, 독일, 스웨덴의 무역업자가 해안선에 요새를 구축했다. 큰 돈이 오갔기 때문에 유럽인은 이 지역을 황금 해안이라고 불러 왔지만, 노예는 주요 교역품이었다. 1957년 골드코스트 식민지는 가나라는 이름의 국가로 독립했다. 그래서 그런지 가나의 엘리트들은 엄청난 민족주의자들이면서도 영국식 습관으로 생활하고 있었으며 영어가 일상 회화이다, 아름다운 레곤 국립대학 아프리카연구소에는 제3제국 아프리카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여 세계각국의 인재들이 재충전을 위해 모여들고 있었고, 그곳에서 만난 지성의 눈빛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매일밤 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하며, 레곤대학에서 NGO 메니지먼트를 전공한 장혜숙대표가 아프리카가나글로벌새마을교육재단을 설립하고 그 취지를 높이 평가한 수산업을 하는 큰형부가 땅을 구입해 주는 과정을 지켜보며, 문화와 교육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 생각하니 가슴이 뛰기 시작 하였다.

수원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준비한 복합문화공간 행궁재를 개관하여 통로를 만들어 사람들을 설득하고, 젊은날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다녀 오신 수원화성문화재단 이장우 이사장님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수원화성문화재단과 아프리카가나글로벌새마을교육재단과 문화 MOU를 체결하였다. 또한 콘테이너로 가나현대미술 작품을 실어와 수원시민들에게 아프리카 가나 현대미술전을 소개하여 보여주고, 의료봉사와 묶어 수원의 문화를 가나에 소개하려고 준비하던 중 에볼라가 터져 아쉽게도 잠정적 중단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프리카를 가려면 꼭 거쳐가는 중동에서 사스가 터져서 발이 묶였다.

룻소 그림을 연상 시키던 산 전체로 조성한 열대우림의 엄청난 아브리가든을 언젠가 꼭 그리리라 품었던 작가적 열망을 지금도 품고 있고, 나에게 오바마공책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 보여주던 선한 눈망울의 소녀에게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꼭 쥐어주고 싶다는 소망은 아직도 변함없이 품고 있는 삶의 의미이다.

우리 모두 자유인이 되었을 때,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같이 어울려서 문화이든 교육이든 가나로 갈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때를 기다린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