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바다이다. 그래서 바다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오늘은 바닷길의 안전을 기원하고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서산 마애삼존불을 뵙기 전에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미륵불부터 만나보자. 돌무지 위에 우뚝 선 미륵불은 사람 키를 넘는 돌무지 위에 서 있어서 자연스레 우러러보게 된다. 얼굴은 사각얼굴처럼 각이 져 있고 양손은 얌전히 모은 채이다. 원래부터 이 미륵불이 여기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을 길목에 모셔놓은 것으로 봐서 민간 신앙화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미륵불이 서있는 자리는 백암사 자리라는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이 근방에는 절이 99곳이나 있다가 백암사라는 절이 들어서자 부근의 절들이 모두 불타 없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미륵불에 합장을 한 뒤 본격적으로 서산 마애삼존불을 향해 산길을 올라가자. 산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숨이 차 오를 때쯤 마애불을 만나게 된다. 서산 마애삼존불은 암벽 한 가득 세 분의 부처가 새겨져 있다. 세 분 모두 볼 한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다. 머금은 미소는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밝다. 그러면서도 인자함이 묻어나고 있어 ‘백제의 미소’라 불리고 있다.

서산 마애삼존불상은 백제후기의 작품으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나다. 서산 어디에서나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한 얼굴이다. 서산 사람을 닮은 듯한 얼굴에는 자애로운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어 당시 백제인의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다.

마애불이 신기한 것은 햇살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각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애불의 감상은 잠깐 보고 내려올 것이 아니라 해가 질 때까지 찬찬히 보고 오는 것이 그 진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세 분 모두 연꽃대좌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가운데 본존인 여래를 포함해 두 분은 입상이고, 한 분은 반가부좌를 하고 있어 배치가 조금 특이하다. 가운데 잎이 두꺼운 연꽃대좌에 늠름히 서 있는 석가여래입상은 조각솜씨도 뛰어나지만 그 진가는 웃음에 있다. 볼이 봉긋 튀어나온 채로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은 근엄한 부처님이라기보다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모습이다. 머리 뒤쪽으로 새겨진 광배는 머리 주변으로 연꽃이 피어 있고, 연꽃 주위에 불꽃 줄기가 타오르는 모습이다. 석가여래입상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조각되어 있는 부분이 얼굴이다. 손모양은 바닷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물리치고 소원을 받아주려는 듯 시무외여원인을 하고 있다.

왼쪽의 연꽃대좌에 서 있는, 키 작은 보살은 제화갈라보살 입상이다. 제화갈라보살 입상은 연등불의 보살일 때 이름으로 흔히 만날 수 없는 보살이다. 연등불은 과거불로 석가가 보살일 때, 연등불이 지나가는 길이 질척한 것을 보고 자신의 머리를 풀어서 밟고 지나가게 했다. 이 때 연등불은 석가에게 ‘장차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남겼다. 제화갈라보살 입상은 약합으로 보이는 것을 두 손으로 쥐고 가슴 부분에 모은 채이다. 머리의 보관이 본존여래와 비교해 화려하다. 이 보살 역시 웃음이 일품인데, 장난 끼가 가득하면서도 맑은 웃음이다.

본존여래의 오른쪽 보살은 미륵반가사유상이다. 반가사유상은 대체로 마른 형태가 많은데 이 반가사유상은 통통하게 살이 쪄 있어 귀엽다. 이 미륵반가사유상은 다른 두 부처님에 비해 조금은 새침한 표정으로 마치 어린아이 같다.

국보 84호인 이 세 부처님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노라면 ‘백제의 미소’라 일컬어지는 이유를 실감하게 된다. 이 세부처의 배열은 이곳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마애불은 하필 이 높은 산 바위에 새겼을까? 이곳 서산 앞바다는 당시 교역을 위해 드나드는 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안녕과 평안을 빌기 위해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이곳에 부처님을 모셨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문화유산이 서산 마애삼존불이다. 올 여름 휴가를 서해바다로 정했다면 서산 마애삼존불을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