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양주에 살던 A(31)씨는 2년 전 이직과 함께 오산으로 이주했다. 전 직장에서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달라는 연락을 잇따라 거절했지만 어느 날 ‘집앞이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기겁했다.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집에 방문한 사실이 없던 터라, 정확한 주소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 A씨는 ‘건물 외부 우편함 속 우편물을 통해 거주지를 유추했다’는 그의 설명을 듣는 순간 자신의 신상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생각에 섬뜩함을 씻을 수 없었다.
사례.2 블로거 체험단 신청으로 하루에도 수십 건의 택배와 우편물을 수령하는 주부 B(40)씨는 장시간 외출 중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간다’는 택배사 직원의 문자를 받았다. B씨는 귀가 후 택배 운송장에 거주중인 다세대주택 건물과 호수 누락 사실을 확인, 택배사 직원에게 ‘정확한 주소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전화로 항의했지만 ‘우편물을 보면 알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인적이 드문 주택가의 개인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던 30대 여성이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여성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은 사전에 피해 여성의 신상 정보를 철저히 파악한 뒤 저지른 계획된 범행이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처럼 혼자 사는 여성 등 신상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다세대주택 거주자들 사이에서 건물 외부에 설치하던 우편함의 내부 설치 의무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우편물 설치 기준조차 없는 상태여서 이에 대한 개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다세대 주택 거주자 김지연(22·여) 씨는 “지난번 왁싱숍 사건도 신상이 노출되지만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아니냐”며 “우편함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라면 신상 정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편함의 크기나 구조, 외부 표시 등의 규제를 위한 사항은 우정본부 고시에 명시돼 있다”며 “신상정보 유출 우려에 따른 우편함 내부 설치 규정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홍민기자 wal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