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읽는 법
/박지웅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다시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울퉁불퉁하게 때로는 결 없이
다듬다가 공중에서 지워지는 글씨
나비를 천천히 펴고 읽고 접을 때
수줍게 돋는 푸른 동사들
나비는 꽃이 읽는 글씨
육필의 경치를 기웃거릴 때
바람이 훔쳐가는 글씨
모든 것이 보드랍게 스쳐가는 봄. 그러나 모두에게 다 같은 봄은 아니다. 시인이 바라보는 봄, 정치인이 바라보는 봄, 직장인이 바라보는 봄… 등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봄을 살아내고 있다. 시인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나비를 정독하’고 ‘읽고 다시 읽’ 으며 골똘히 생각하고, ‘꽃에게 보내는 쪽지’를 유심히 살피면서 봄을 보내고 있다. 나비에게서 배우는 생은 가벼운 것일까. 무거운 것일까. 골똘히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빛이 문득 궁금하다. 나풀거리는 봄 앞에서 시인의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 시세계가 화안하다. /김밝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