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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영화가 자꾸 멀어지네

 

 

 

 

 

한국은 영화천국이다. 2005년 1억명, 2013년 관객 2억 명 관객을 돌파한 이래 5년 연속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연간 관람회수는 평균 4.1회. 5천만 명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한 사람당 해마다 4편 이상을 관람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 사람이 1년에 영화 4편 정도를 보는데 그것이 뭐 많은 것이냐 싶지만, 너무 어려서 정상적인 관람이 어려운 영·유아들 빼고,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노년층, 먹고 사는 일에 바빠 영화 구경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못하겠다는 사람, 연애시절에는 영화관에 여러 번 갔지만 결혼하고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사람, 나는 원래부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 병원이나 기타의 수용시설에 격리돼 있는 경우 등등 어떤 이유로던 영화보기가 어려운 경우를 빼고, 언제든 영화 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 만한 경우로 한정한다면, 1천500만 명, 최대로 잡아도 2천만 명 정도가 아닐까 추정한다. 1년에 4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다는 관객 평균은 바로 이들이 기록한 숫자다.

이른 바 ‘구매력을 갖춘 잠재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이라고 만사 제치고 영화만을 보는 것은 아닐터이다. 그들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다면 언제든 영화관을 찾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터이다. 이래저래 따져보면 영화를 즐기는 관객은 1인당 10번 이상 영화를 본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어쨋든 우리나라 관객이 영화를 많이, 아주 많이 본다는 것은 통계가 증명한다.

최근 영화의 트렌드는 뭘까라고 생긱해보지만, 뚜렷하게 주도하는 경향이 보이지는 않는다. 액션, 멜로, 코미디처럼 어느 하나가 주도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가 제각각 관객의 관심을 잡으려 애쓰는 형국이다. 외국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미국영화 쪽에서는 예전 만화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를 영화로 재현한 ‘만화 영화’들이 시장을 주도한다. 일반적으로 ‘만화영화’들은 실물 대신 인공적인 이미지를 연결하는 경우를 가리키지만 최근의 ‘만화 영화’들은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들을 가리킨다. 원작의 저작권을 누가 작고 있느냐에 따라 ‘마블 영화’, ‘코믹스 영화’라고도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수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 멘’ ‘캡틴아메리카’ 같은 캐릭터들을 주인공 삼아 만든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들이 등장하던 초기 무렵에는 단독 주인공을 앞세웠지만, 요즘은 아주 떼로 출연시키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어벤저스’ 연작이 대표적이다. 유명 캐릭터들이 무더기로 어울린다. 이런 영화들이 국내에서도 흥행이 잘 되는 것을 보면, ‘만화 영화’에 열광하는 충성도 높은 관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 때 영화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기 어려운 자기 한계로 인해 수명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예상해본 적이 있다. 지금의 영화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야기, 현실이 아니더라도 상상만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이미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CG)의 무한대적 표현능력으로 인해, 결국 모든 영화는 이전의 소재나 이미지를 자기 복제하는 시대로 바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영화관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관객들이 그런 사실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런데,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메뉴 많은 식당에서 마땅하게 먹을 것을 찾기 어려운 모양이랄까, 마음이 끌리는 영화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지나치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 영화는 세상을 너무 관념적으로 보는 것 같아 공감하기 어렵고, 우주를 날아 다니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종횡무진하는 영화들은 현실과는 따로 노는 같아 더욱 공감하기 어렵다. 이게 영화 탓인지 점점 나이 들면서 웬만한 이야기에는 흥미를 갖지 못하는 장년의 무딘 감정 때문인지는 알기 어렵다. 아마도 두 가지 모두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터이다. 영화가 자꾸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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