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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다낭 투본강에서

 

 

 

며칠간의 짧은 휴가를 얻은 둘째의 시간에 맞춰 큰딸내외와 4박 5일간 베트남에서는 세번째로 큰 항구가 있는 풍요로운 도시 다낭을 다녀왔다.

응우옌왕조의 유적으로 유명한 후에와 고풍스러운 올드타운으로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이안의 명성에 가려져 최근까지 다낭은 여행지로는 소외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눈부신 햇빛과 한눈에 담기 버거운 긴 해변에 그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하얀 모래밭이 있어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행자의 지친 가슴을 풀어 놓기에 다낭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인천공항에 못지않은 시설과 청결함을 갖춘 현대적인 공항은 매력적인 첫인상이었다.

차보다 더 많은 엄청난 양의 오토바이와 몇 개 되지 않아 눈에 띄지도 않던 신호등, 오토바이의 물결을 요리조리 피하는 택시기사의 곡예운전에 아슬아슬한 긴장으로 공포에 가까운 탄식을 내며 번화가에서 멀지않고 해변에 가까운 리조트에 도착했다. 선베드가 놓인 옥상의 수영장과 조식은 고급스러웠으며 직원의 친절한 서비스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30분간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간 바나힐. 산위 휴양지로 지어졌다는 프랑스마을에서는 무엇보다 고지대의 구름산책이 즐거웠다. 바로 앞의 사람도 분간키 어려운 구름이 갑자기 몸을 감싸며 몰려오면 그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하는 마법같은 풍경이 계속 연출되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투본강을 다녀오기 전에는. 예약을 해 놓은 가게로 데려다 달라고 타기 전에 분명히 부탁했음에도 엉뚱한 장소로 데려다 놓고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척하며 잽싸게 가 버린 택시기사를 원망하던 것도 잠깐, 예약한 가게의 주인과 통화가 되어 구석진 강나루에서 바구니 배에 올랐다.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응차응차’하는 힘에 겨운 소리를 내는 나이 드신 사공께 죄송한 맘이었지만 그럭저럭 여행의 새로운 체험을 즐기며 천천히 강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강의 한가운데에 이를수록 음악이라고 하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온갖 바구니배가 한곳에 다 모여 있는 듯한 지점쯤에 이르렀을 때 한국의 전통가요와 최신 아이돌의 노래를 베트남 현지인들이 마이크를 잡고 한국어로 그야말로 신나게 부르고 있었다. 앰프가 실려 있는 배가 꽤나 되어 각각의 노래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고 지나가는 승객들의 고막을 찢을 듯 자극했다. 웃어야 할지 함께 흥에 겨워야 할지 어수선한 마음 가운데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이 보였다.

누가 이런 방법으로 한국인이 여흥을 즐기고 혹은 이렇게 그들 나라에 관광 온 한국인을 즐겁게 해줄 표현이라 알렸는지 여러 생각들로 마음이 막히었다. 얼핏 즐거워하는 이들도 더러 보였으나 가족끼리 조용히 휴양 온 관광객은 대부분 난감한 표정을 나누었다.

외국인의 시선에 한국인은 예의를 알며 계급과 서열을 존중하여 상사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하고 성실하며 부지런하여 전반적으로 좋은 국민이라 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가끔은 신나는 음악에 흥을 이기지 못하여 어깨를 들썩이는 나였긴 했어도 대한민국과 그 국민은 조용하지만 강하다는 이미지를 그들이 느끼고 보아주었으면 한다.

상술의 한 방편에 불과한 에피소드를 지나치게 해석을 했을 수도 있고 그들이 보는 우리의 이미지와는 전혀 별개의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귀를 먹먹하게 했던 우리 노래가 부끄러웠고 조용한 투본강이 춤과 노래로 출렁이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벤트였다.

잠깐 동안 보고 들은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베트남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이미지를 걱정하기에 앞서 열정적으로 쌓아가는 베트남의 저력에 더 집중했어야 했나. 돌아나오는 길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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