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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길동무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다. 넓은 열차 칸에 덩그러니 혼자라면 어떠할까. 덜컹거리는 철로의 마찰음이 예전보다 크게 들리고, 지나가는 들과 건물과 나무들이 외로움으로 다가서서 부르르 몸서리치지 않을지. 아니, 반대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곳에서 오페라 가수처럼 무게를 잡고 노래 부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치 후보자처럼 허세부리며 큰 소리로 연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가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에.

A.G 가드너는 런던에서 미들랜드로 가는 마지막 열차인 완행열차를 탔다. 출발할 때는 손님들이 찼었지만, 교외 정거장에서 열차가 멈출 때는 하나씩 둘씩 내렸으며, 런던의 외곽을 등 뒤로 돌렸을 때쯤 해서는 혼자였다. 그래서 일종의 자유의 향연으로 창문을 계속 열거나, 반항의 자극 없이 그것을 계속 닫거나 할 수 있고, 찻간 어느 구석도 차지할 수 있는 즐거운 마음을 누릴 수 있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열차를 탔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담뱃불을 붙여 다시 주저앉아 독서를 시작하였다. 내가 동료 여행자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다가와서 내 코 위에 앉았다. 그는 우리가 모기라고 부르는 날개가 달리고, 거만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곤충 중의 하나였다. 나는 그를 코에서 내리갈겼다. 그는 찻간을 한 바퀴 돌았다. 세 구석을 탐사하고 창문마다 방문한 다음, 전등 주위를 퍼덕이며 날다 다가와서 내 쪽을 노려보았다.-

A.G 가드너는 모기와 쫓고 쫓기는 모습을 마치 사람 대 사람과의 행위처럼 묘사했다.

-나는 또다시 후려갈겼다. 그는 펄쩍 뛰어서 찻간을 다시 한 번 돌고 돌아와서는 무례하게도 내 손등에 앉았다. “이제 그만! 아량도 한계가 있는 법이야” 라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너를 사형에 처한다. 정의는 그것을 원하고, 법정은 사형을 언도한다. 너의 판시 이유는 많다. 너는 부랑아이다. 너는 공해이며, 차표와 식권 없이 여행하고 있다. 이런저런 많은 불미스러운 행동 때문에 너는 이제 죽어야 한다.”-

A.G 가드너는 오른손으로 힘차게 때렸으나, 모기는 무례할 정도로 공격을 피하며 오히려 모욕했다. 그의 개인적인 자만심이 분개했다. 손과 신문지로 모기에게 달려들었다. 의자로 뛰어올라서 전등 주위에 있는 모기를 추적했다. 모기가 내려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주 몰래 접근해서 재빠른 동작으로 후려친다는 고양이 같이 교활한 전법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모두 허사였다. 마치 모기는 노련한 투우사가 성난 황소를 책략을 써서 처리하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거만하게 그를 놀렸다.

A.G 가드너는 모기를 쫓다가 나중에는 모기가 자신과 같이 찻간을 소유하려고 도전한 사람으로 인격화하고 길동무로 인정한다. 그리고 인간의 우월감을 버리기로 한다. 관대함과 자비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속성이다. 이러한 고귀한 자질을 훈련하는 속에서 자신의 위신을 회복할 수 있음을 깨우친다.

-나는 인간의 도덕적인 존엄성을 재평가할 수 있고, 명예롭게 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사형 선고를 취소하고 내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너를 사형시킬 수 없지만, 너를 집행유예 할 수는 있다. 나는 그렇게 하기로 한다.-

하찮은 모기 한 마리로 하여 인간성을 찾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A. G 가드너(1865~1946)는 영국 데일리 뉴스지의 주필을 지낸 유명한 수필가다. 그의 수필은 사건이 눈앞에서 실지로 펼쳐지듯 실감 나게 썼다. 수필은 감동을 주든지 재미있든지 어떤 문제를 제시해 주든지 해야 독자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내가 찻간 문을 닫았을 때, 나의 길동무는 고대 전등 주위를 퍼덕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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