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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초지일관했던 사람들

 

 

 

초지일관(初志一貫)이란 처음 세운 뜻을 변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뜻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바보스러우니만큼 초지일관했던 사람들이 있다. 이태석 신부는 좀처럼 입학하기 어려운 의대를 졸업한 의사였다. 그러나 청소년 시절부터 그의 꿈은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신부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장래가 보장되는 의사임에도 신부가 되어 낯선 아프리카 수단에서 병들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다. 정작 자신이 대장암 말기 환자라는 것도 몰랐고 결국 4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교세 확장과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 데만 몰두하는 성직자들이 이 신부의 삶을 곰곰이 반추하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연한 인종주의(Apartheid) 철폐를 위해 일생을 헌신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백인들의 핍박을 받았으며, 급기야 케이프타운의 로벤아일랜드 감옥에서 27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그는 백인과 정부에 대해 증오심을 품지 않았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보복이 아닌 용서와 화해의 정치를 폈다. 오늘의 한국정치를 들여다보면 정적에 대한 분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독립운동가 황기환은 10대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대한독립을 위해 투신했다. 당시의 대한제국은 일제의 강점기로서 국민의 삶과 정신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피폐해 있었다. 이런 실상을 몸소 체험한 그였기에 문명국가인 미국에 안주할 만 한데도 독립운동을 숙명적인 사명으로 여기고 유럽과 미국을 종횡무진하며 대한제국 독립의 당위성을 알렸으며, 영국으로 흘러들어온 한인 노동자들이 일본으로 보내질 위기에 놓이자 영국정부를 설득해 프랑스로 이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분명 미국으로 갈 때 조국을 위해 희생하리라 결심했을 것이다. 미국 군인으로서 1차대전에 참전한 경험과 유창한 영어 능력은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해 마흔 살의 이른 나이에 심장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의 유진초이(이병헌 역)의 실제 인물이다.

존 매케인은 36년간을 진정한 보수주의 길을 걸었던 정치인이었다.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당과 다른 소신을 밝히는 데도 거침이 없었으되 행동의 격을 잃지 않았다. 2017년 7월에는 말기 뇌종양 환자임에도 의회에 출석해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군인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 중 포로가 된 후 북베트남이 그를 석방하겠다고 협상카드로 내세웠을 때, 군인 수칙대로 먼저 잡힌 포로들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이곳을 나갈 수 없다며 제안을 거절한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사람의 품격’에서 인간이 본디 갖춰야 할 가져야 할 인격과 덕목을 제시했다. 국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소중히 여겨 이리저리 당적을 옮겨 다니는가 하면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인기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리더로서의 품격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류사오치(劉少奇)는 한때 마오쩌뚱에 이은 중국 이인자의 위치에 있었다. 마오쩌뚱의 정치이념인 계급투쟁보다 중국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제건설을 더 중시하였다. 결국 마오저뚱의 미움을 받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지 48년 만에 권좌에서 실각해 구금상태에 있다가 불행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한 정치인이었으며 높은 지위에 있었음에도 치부를 하지 않은 진정한 공산주의 지도자의 삶을 살았다. 그가 당에서 축출되기 전에 자녀들에게 한 말은 그의 올곧은 성품을 잘 보여준다. “나는 평생을 무산계급으로 살았다. 너희들에게 남겨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사람들은 무엇을 해보겠다고, 어떻게 살겠다고 결심하고 때로는 이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기도 한다. 그러나 초심을 저버리고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와 실망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영욕보다 대의를 위해 무거운 책임을 기꺼이 지고 일관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통하여 진정한 인생의 가치를 깨닫고, 초지일관의 도전과 용기를 얻는 것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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