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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국제영화제’ 전성시대

 

 

 

‘국제영화제’가 세계적으로 몇 개나 열리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영화제마다 규모도 다르고 주최자들의 구성도 다양해서 정기적으로 행사를 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두 번 행사를 치르고는 흐지부지 사라지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영화’라는 형태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각국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를 다 합치면 적어도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만도 80여 개쯤에 이른다. 경기도에서만도 부천시에서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파주 휴전선 일대에서 열리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안산의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가 ‘국제영화제’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고양의 스마트영화제, 부천의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동두천의 동두천카툰애니메이션페스티벌도 ‘국제적’이다.

통상 영화계에서는 3개국 이상에서 영화나 영화인이 참가하면 ‘국제영화제’의 최소한 면모를 갖추었다고 본다. 그래도 비중 있는 영화제라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공인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FIAPF가 공인하는 국제영화제는 경쟁극영화 영화제(14), 경쟁특성화영화제(28), 비경쟁 극영화(4), 다큐멘터리·단편(5) 등 4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51개에 이른다.

그렇다고 공인이 특별한 자격 유무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 영화제의 규모와 지속성, 운영자들의 구성 등을 참조해 인증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 그 외 영화제의 개최를 막거나 참가를 거부하는 등의 제한을 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 중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가 경쟁 특성화영화제의 공인 목록에 올라 있다.

국제영화제가 처음 시작된 건 1932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은 베니스에서 ‘국제영화제’를 열었다. 영화를 통한 국민통합을 목표로 한 정치적 전략이 깔려 있었다.

베니스의 ‘국제영화제’에 주목하고 있던 프랑스는 그것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영화제’를 열기로 구상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에 이르러서야 첫 번째 영화제를 휴양지 칸에서 열었다. 표면적인 명분은 여러 가지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프랑스문화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동서 냉전체제가 대립하는 가운데, 미국의 지원으로 1951년부터 시작했는데, 영화를 통한 독일 문화의 부흥, 동서로 분할된 독일의 통합 기원 등 여러 가지 전략적 의미를 담고 출발한 것이다.

베니스, 칸, 베를린 등 이른바 세계 3대 영화제는 저마다 ‘영화예술’을 앞에 내세우기는 하지만 나름의 정치적 목표를 바탕에 두고 시작한 행사라는 점에서는 닮았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영화제들 역시 겉으로는 영화예술의 발전과 영화인들 간의 교류 증진을 명분으로 세우지만 특정국가나 집단, 단체의 입지를 홍보, 선전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영화제는 정치적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 관련 ‘국제’ 행사 중에서 원조격이라고 할만하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았다.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 중에서는 연륜이나 역동성 면에서 손꼽히지만, 특성화를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제다. 영화계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영화보다도 ‘폭탄주’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술 마시는 분위기가 준 듯 하지만, 한동안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격렬한 음주’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국제영화제’들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모호하다.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지명도 높기는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영화 산업은 영화제만큼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잔치’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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