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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

해가 동에서 떠 서로 가는 길

오래 바라보았다

환해서 안 보이는 그것을

힘껏 바라보았다

걸어가다 고개 들면 가까이

더 명백해지고 있었다

다 벗고 지나가는 비밀을

모조리 까발려진 어둠을

종일 뜬 눈으로,

울며 보았다

 

 

찬란한 너여, ‘종일 뜬 눈으로,/울며’ 나는 ‘너’의 이동을 주시하고 있다. 과도한 빛에 노출된 해바라기 꽃처럼 나는 너를 따라 얼굴을 돌리는 것이다. ‘동에서 떠 서로 가는 길.’ 이 길은 희망의 탄생에서 희망의 죽음으로 진화하는 길. 강렬한 ‘빛’이 스며들어와 나를 정화시키거나, 행복한 변화를 작동시키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자유를 속박 당하고 서 있다. 하늘아래 홀로, 슬픔의 사로잡힘은 절망에 기원을 두고 자라나고 있으니. 세상은 ‘환해서 안 보이는 그것’, ‘다 벗고 지나가는 비밀’, 그것들 ‘모조리 까발린 어둠 뿐’일까. 내가 느끼는 아득한 슬픔들. 문득 ‘해’를 직면할 때, 불쑥 새로운 투쟁은 시작된 걸까. 결산할 수 없는 운명과의 대결.. 절망의 끝과 새로운 절망 사이의 틈, 그 깊은 심연, 알 수 없는 어둠의 깊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암담할 수 있을까. 삶이여. 절망의 조건에 따라 투쟁의 방법이 달라야 한다. 일단 싸우면 이겨야 한다./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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