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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인싸는 인사

 

 

 

엘리베이터를 탔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씩씩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근래에 드문 일을 만난 나는 당황하며 “안녕하세요. 인사해 주어서 고마워요”라며 어색하게 답인사를 했다.

아이들이 자랄 때 낯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파트에서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에겐 무조건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가르쳤다. 가르침이 주효했는지 아니면 아이들이 선한 사회의 영향을 받았는지 인사를 잘하며 자란 것 같다.

인사는 하는 순간보다 사실 받는 순간이 더 기쁘다. 그러나 인사를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하는 편이고 인사를 할 때는 상대가 느낄수 있게 조금은 과한 액션으로 하는 편이라 나의 인사법에 주춤하는 이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자연스레 맞추고 커다랗고 분명한 목소리로 경쾌함을 담아 나만의 방식으로 인사하는 법을 유지한다. 나의 간략하고 진심어린 인사로 상대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라고 상대는 나에게로부터 존중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의 표현이다. 인사란 내가 가진 호의를 첫인상으로 갖고 다가가는 것이니 모호한 두려움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몸의 언어이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은 볼 수 없고 읽지 못하기에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를 하게 된다.

그런 상대의 경계를 허물고 내가 그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의도를 인정받고 안전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너와 나의 거리는 이렇게 인사의 말이나 몸짓을 나눌 만큼 친근한 거리 정도로 연결돼 있음을 알리는 일종의 호의적 신호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 곳에서의 예의바른 인사는 그 사람을 일차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낮음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인사를 대수롭지 않게 하여 사람을 대하는 사람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할 수 없음은 당연지사다. 먼저 인사를 건네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무슨 연유인지 이 쪽에서 먼저 건넨 인사도 못 본체하고 받지 않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무언가 못마땅 하여 이렇게 호의적으로 건넨 인사까지 도외시 하는건가 짐작하게 되고 그리고 나름 나도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좋지않게 내린다. 인사가 그 사람의 인격이 되는 순간이다.

인사를 할 때는 화를 내는 순간이 아니다. 마음이 평온하고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인사를 하는 사람의 이런 마음 상태가 인사를 받는 사람에게 전달되면 상대는 그 평온과 여유를 공유할 수가 있다. 속이 좁은 마음에 인사를 거절당하면 그 오해를 풀 때 까지는 불편한 공기를 팽팽하게 나누기도 한다.

인사에도 예법이 있다. 전통예절을 수료한 적이 있었는데 지나간 시간의 격조있는 가정에서는 지금으로는 상상이상의 복잡한 인사예법이 존재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었다. 지금의 시대에서 그 예법을 열거하라면 젊은이들의 격한 반응을 일으킬 만한 예절이라 꺼내기도 조심스럽지만 시대에 맞지 않아 자연스레 도태된 청동같은 유물 얘기는 고사하고 이젠 기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한다.

받을만한 노릇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라면 그 노릇의 정도는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는가. 여유있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베풀어 돌려 받는 것은 어떤가.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인싸, 아싸라는 말이 있다.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줄인 말로 무리안에서의 역할에 따라 주어지는 하나의 위치를 뜻한다고 한다.

안전한 몇몇에게만 인색하게 말고 누구에게나 우리의 섬세하고도 깊은 연대감을 나눌 수 있게 가벼운 몇마디 말과 진정어린 미소를 늘 준비할 일이다.

짧은 인사였어도 하루를 기분 좋게 해준 그 어린이의 미덕은 우리가 더불어 함께 잘 살기 위해 가르친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잊었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가르친 어린이로부터 다시 배우면 된다. 그래야 인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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