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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유희주

살아만 있어도 본전이다

언제든지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배곯지 않으면서

순한 마음 유지하면 아주 큰 이문을 남긴 것



달이 배불렀다 훌쭉했다 반복해도

늘 환한 것처럼



궤도에 머물기만 하면 된다



- 유희주 시집 ‘소란이 환하다’

 

 

 

 

무한경쟁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궤도이탈을 유도한다. 그것은 궤도를 이탈해서 앞서가지 못하는 절대다수의 우리들을 낙오자로 낙인찍기도 한다. 언제나 죽도록 배부르게, 본전의 곱절 이상의 이문을 위한, 독한 마음을 강요한다. 살아있음을 느낄 겨를도 없게 한다. 그러나 살아만 있다면 언제든 장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건 적자가 아니다. 거기에 순한 마음마저 유지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이문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궤도에 머무르는 것으로 충분하다./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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